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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숭실대에 다니는 한 장애 여성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학교 당국이 마땅히 해야 할 편의시설 등을 제대로 하지않아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서울 지방법원에 오천만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던 것.

박지주 씨는 지난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3학년에 재학 중 편의시설 미비와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의 냉대와 무관심을 견디다 못해 휴학을 하고 홀로 소송을 준비해오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김칠준(법무법인 다산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으로 나서면서 소송은 급물살을 탔다.

김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소송 대리인을 자임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박지주 씨의 소송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른바 '숭실대 장애인 교육권보장을 위한 박지주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원 연대(이하 지원연대)'가 결성되어 지난 4월 1일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각 대학의 장애인 대학생 조직과 관련 단체로 결성된 지원연대는 소송 이후 전국에서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겠냐는 전화가 빗발치고 주위에 숨죽이고 있던 장애인 후배들이 이번 소송을 돕겠다며 발벗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되어 구성 되었다.

바로 이 지원연대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한양대 영문과 4학년에 재학중인 안형진 씨이다. 안형진 씨는 98년도부터 박지주 씨와 함께 가칭'장애인인권확보를 위한 전국청년학생연합(준)의 공동 대표를 맡아 장애인 대학생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한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온라인 상에서만 활발히 진행되온 장애인 대학생의 교육권 문제가 직접 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의식을 자극하고 있으며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원연대 이번 박지주 씨 소송의 체계적 지원뿐만 아니라 장애인 교육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이후에 장애인대학생교육권보정을 위한 공대위로 그 발전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지원연대는 간사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경기복지시민연대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도움을 받아 다른 학교의 장애인 학생들의 교육권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전국 62개 장애인 특별전형 실시대학중 52개 대학의 편의시설 현황을 조사하여 공동 소송단을 결집, 공익 소송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원연대는 이미 졸업한 장애인 선배들의 교육권 모임인 장애인 고등교육지원센타에 1차 현장 조사를 의뢰하여 연세대, 우석대, 대구대, 한양대 등의 조사를 이미 마친 상태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는 장애 학생들이 직접 각출해서 충당해 왔으나 쓰는 것이 만만치가 않아 조사 사업이 잠정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제껏 작성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연세대의 경우 올해 장애인 휴게실과 점자 번역실 설치와 아울러 담당 교수와 조교까지 배치되었으며 약 60명의 장애인이 재학중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휠체어 장애인 2명이 입학해 이들을 위한 '우석대 교육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 학교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석대는 약 50여명의 장애인이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대는 전국 최고 수준의 장애인 교육지원체계를 자랑하고 있지만 약 200여명의 대구대 장애인들은 졸업이후에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해 총학 산하에 특별기구를 두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원연대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 고등 교육지원센타는 이들 학교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직접 장애인들을 만나 이미 상당수의 피해 사례들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에서처럼 올해에도 장애인 입학거부가 늘어난 수시 입학으로 인해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5월 이후 장애인 입시 지원 상담 센타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개설된 지원연대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장애 학생들의 바램들을 나타내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 학생들이 마냥 숨죽이고 목소리를 죽인 채 지내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활동이 교육 붕괴라고까지 일컬어 지는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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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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