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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사를 쓰면서 대강의 내 나이를 적어야 했을 때. 손가락 몇 개로 꼽아보는 것이 모자란 나는 어느 새 서른 즈음에 다달아 있었다. 차라리 나이의 달아오름이라면 그 뜨거운 정열로 장미빛 인생을 누리고 있으련만 그저 여자의 나이는 서른 즈음에 다달아 있을 뿐이었다. 이룬 건 없고 잃은 것만 많은 나이 서른 즈음.

아무도 이해 못해도
혼자서만 행복한거니
아름다운 감옥
내 안에 갇힌 채

- 명인의 노래 Masturbation 중에서..


명인(命人).
1970년 생의 가수는 대학교 2학년 때인 89년도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처음 노래를 시작하여 저항문화가 팽배했던 80년대 민중을 노래하는 것을 기쁨으로 살았다. 그리고 올해 3월, 그의 이름 두 글자를 새긴 첫 앨범 <우리가 있는 풍경>을 내놓았다.

음악의 사운드라는 것은 돈을 투자한 그 만큼의 부(富)티가 나기 마련이다. 민중음악에서 보컬이 뽑아내는 한줄기 여린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민중음악을 즐기는 맛이다. 목소리가, 가사가 주는 감동.

빈속, 소주 한잔에 취하듯이. 탁한 공기 속에서 명인의 목소리는 영롱하게 귀를 찌른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80년대 저항의 의미처럼 무거운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출발선이 거기에 있을 뿐이다. 노래의 리듬은 전체적으로 발라드 풍이며, 노래 한 곡마다에 명인은 의미를 실었다. 사랑, 혹은 희망. 그런 소소한 것들의 의미를 명인의 노래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의 첫 노래는 밝은 피아노소리로 시작한다.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쓰인 '서른 즈음에'는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답가이다. 빌어먹을 서른 즈음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도 그대는 희망을 노래하는가
또 하루를 애타게 살아가는가
때로는 지나간 추억에 기대서라도
때로는 못다 이룬 꿈에 기대서라도

하루를 견딘 만큼 나를 대견해하는
빌어먹을 서른 즈음에

가야할 그 길을 끝까지 걸으려는
눈물겨운 서른 즈음에

- '서른 즈음에' 중에서..


'너무 힘들면'은 쿨리오(Coolio)의 'C U When U Get There'의 후렴구를 가져와 바이올린의 구슬픈 선율로 시작했다. 'www.386.com'은 드럼연주와 보컬이 특히 힘차다. 브릿지 부분의 기타연주가 재미있다. '우산'은 386과 민중음악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달콤한 가요일 뿐이다.

소설가 황석영 씨의 '오래된 정원'에 음을 붙여 노래한 '오래된 정원'은 다시 한번 우리들의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노래이다.

우리가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아름다운 그 꿈들은 부서졌지만
속세의 먼지 속에 투명히 빛나는 게 보여요.. 우리는

보았죠. 찬란한 햇살
그 가운데, 갖가지 꽃이 만발한 세상,
우리들의 오래된 정원을..

- '오래된 정원' 중에서..


서른 즈음을 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서른을 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명인의 앨범을 들으면서 '빌어먹을', '제길' 등의 단어들을 입 속에서 꺼내다 말았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는 이 즈음에 그래도 자신이 대견한 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초라한 모습에서 내일 또 하루를 견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나온 길 외롭고 험해도
당당하게 여기까지 왔잖아
이제 자유롭게 너의 날개 마음껏 펼치고

- 비상(飛翔) 중에서..


빌어먹을!

덧붙이는 글 | # 명인의 홈페이지 : http://www.nextion21.com
# 명인의 오래된 정원 : http://cafe.daum.net/nextion 으로 들어가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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