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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은 죽었다!

한때 마돈나의 애인이었던, 그리고 영화 <오스틴 파워>를 통해 "미국여자 지겨워, 저리 가"를 외쳤던 레니 크라비츠는 'Rock and Roll is dead'라는 곡을 통해 로큰롤이 죽었다고 노래한다. 노래도 못하고 악기 하나 못 다루는, 그래서 소리만 질러대는 락커들에게 자성을 요구하는 크라비츠. 그는 (터프가 아닌 터~엉빈) '이미지' 하나로 살아가는 동시대의 락커들에게 "락을 살리자, 본연의 로큰롤정신으로 돌아가자"라고 말하기 위해 'Rock and Roll is dead'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락은 죽었다!

올해 한국에서 있을 공연이 무산되어 많은 국내 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에미넴(Eminem)이 그의 싱글 'The Fight song'을 리믹스할 정도로 대단한, 그리고 세계 유수 음악잡지의 커버락커로 등장하는 마릴린 맨슨은 'Rock is dead'라는 노래를 통해 락은 죽었다고 말한다. Rock is dead. 락은 죽었다. 만약 그가 철학자였다면 니체와 사르트르처럼 신(神)이 죽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신은 텔레비전에 나오고 락이야말로 죽었다며 섹스와 마약도 지겹고, 여태까지의 저항정신에 똥을 칠해 침대로나 가져가라고 말한다. 락은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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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를 찍는 어느 기찻길에서...
ⓒ 배을선
홍대 앞에는 뭔가 특별한 '락'이 있다

롤링 스톤즈, 쌈지 스페이스, 프리 버드, 슬러거, 피드백, 제머스..

서울의 홍익대 주변에는 개성 있는 카페와 클럽, 테크(테크노 바를 줄여서)들로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에는 특히 척박한 한국의 문화판에서 '락'이라는 음악장르를 힘들게 이어가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락밴드의 살아있는 락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홍대 주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락 밴드는 얼추 150여 개.





적게는 3명, 많게는 5~6명의 락커들로 구성된 이들 언더 밴드들은 친목과 이익, 더 나은 음악활동 등을 위해 홍·합·회(홍대 연합 인디, 언더그라운드밴드협회)를 조직,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홍·합·회에 소속된 밴드는 약 60여 개. 이들 중 30개 밴드가 '우·소·친·이(우리들의 소중한 친구들 이야기)'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앨범을 발표, 독립영화단체인 더 필름(The Film)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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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잼의 박은성 씨, 홍·합·회 회장
ⓒ 배을선
음악관계자들이야말로 음악을 모른다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는 현장은 합정동의 작은 스튜디오. 기자가 찾아간 날부터 뮤직비디오 촬영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날 촬영의 주인공들은 타이틀곡을 부른 5개 밴드의 보컬 5명. 30개 밴드의 130여 명의 락커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은 아니었다.

취재를 나왔다고 하니, 홍·합·회 회장부터 만나 인터뷰를 해야 한단다. 박은성 씨. 홍대에서 공연을 한 지는 4년여가 되었다는 밴드 '애플잼'의 드러머. 그는 자신을 'Silver Star Park'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언더그라운드는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텔레비전에 나와야 프로라고 인정을 해 주는 사회의 벽을 먼저 허물어야 한다며, 홍·합·회의 출범 이유는 홍대 주변에서 공연하는 밴드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자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정보도 교환하고 행사도 함께 하며, 어느 정도의 관리도 함께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홍·합·회는 결성된 지 딱 17달이 되었다. 박씨는 "정기공연 및 재미 있는 행사를 벌이는 것을 좋아하고, 2명의 결식아동을 돕고 있는 보람 있는 일도 하고 있지만, 홍·합·회 최고의 목표는 옴니버스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었다"며, "언더그라운드 보컬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중가수들에 비해 음악성에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락이 어둡고 시끄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번 앨범과 뮤직비디오제작 동기에 대해 힘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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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일락의 보컬 강성희 씨
ⓒ 배을선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다는 밴드 '라일락'의 보컬 강성희 씨는 가수 김광석이 좋아 포크송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 음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 집안의 맏딸이 결혼도 안하고 음악 한다고 돌아다니는 게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강씨는 음악관계자들이 오히려 음악을 모른다고 말한다.

"아는 후배가 언더그라운드에서 노래를 몇 년 부르다가 실력이 뛰어나서 기획사에 스카웃되었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던 음악관계자가 음악도 들어보지 않고 '너 김경호보다 락 잘 해?'라고 묻길래 자신의 음악성과 색깔은 인정하지 않고 돈이 될 만한 하나의 상품으로 가수를 인식하는 음악계에 놀랐다며 언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강씨의 말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죽은 것은 락 뿐이 아니다. 경제적 풍요는 모든 예술을 죽이고 있다. 실용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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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이의 보컬 이정신 씨, 메이크업 중
ⓒ 배을선
밴드 '자우이'의 보컬 이정신 씨는 "언더가 지지리 궁상이라고요? 예전에는 그게 통했을 지 모르죠. 라면과 딱딱한 빵만 먹으면서 일부러 배고픔을 달래며 '언더네, 락이네'하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우리가 못 떠서, 주류 음악계에 편입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대중음악계에 락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텔레비전 및 오버(over)에 락 무대가 없을 뿐입니다"라며 언더그라운드 락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는 '더 필름'의 강대희 씨는 꺼삐딴의 국희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본 적이 있으나, 독립영화에 주력해 온 언더그라운드의 영화감독인 셈이다. 뮤직비디오보다는 무대가 더 익숙한 락커들과 뮤직비디오보다는 독립영화가 더 익숙한 '더 필름' 식구들은 순수한 열정과 신선함 하나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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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오른쪽이 강대희 감독,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 배을선
락커가 되고자 했던 이들이 처음부터 락의 정신을 알고서 머리를 기르고 기타와 마이크를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억압된 그 무엇을 피해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재미있고 신나서 락을 한다고 나선 사람들이 이제는 락을 사회와 소통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락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기 위해 본연의 락커가 되어가고 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모습...'같은 허영심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가 아직도 있을까? 그럼 마릴린 맨슨의 '신은 T.V에 있다(God is on the T.V)'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상은 희망 혹은 똥, 진짜 아니면 가짜로 가득하다. 락이 죽었다면 음악을 제대로 듣고 평가할 사람들도 죽었고, 진정한 저항의 정신도 죽은 것이다. 희망과 존재의 의미가 멸한 것이다. 락이 죽었다고? U Shut Up!

덧붙이는 글 | # 이들의 옴니버스 앨범과 뮤직비디오는 파라엔터테인먼트(주)를 통해 3월 20일경 배급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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