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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 발간된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김대중 죽이기>는 당시 한국사회에 엄청난 논란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강교수는 당시 <김대중 죽이기>의 머리말에서, 그의 도발적 문제 제기는, 바로 김대중이 "집단적인 탐욕과 음모와 위선과 기만에 희생된, 앞으로도 희생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 죽이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정치인 김대중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있다. 그런데, 강준만 교수는 다시 <대한민국 죽이기>(인물과 사상 17권)라는 책을 통해 "언론에 의한 새로운 '김대중 죽이기'"를 고발하고 나섰다.
강교수는 <대한민국 죽이기>의 머리말에서, "원래 이 책의 제목을 <김대중 죽이기2>로 붙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권교체 이후 새로운 '김대중 죽이기'가 맹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김대중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강교수는 왜 또다시 '김대중 죽이기'를 고발하고 있을까? 그 자신 이미 '김대중 정권의 몰락'(<인물과 사상 13권>)을 선언한 바 있으며, 김정권 출범 이후 지식인들 중 김대중 정부 비판을 공개적으로 가장 많이 한 사람임에도 여전히 '김대중주의자'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터에.

정권교체 이후 지금까지 김대중 정부에게 비판받을 만한 근거와 소지는 늘 있었지만, 그것은 많은 부분 김대중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맹목적 반감(反感)과 수구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전방위적 공세에 의해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것이 강교수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정권교체 이전의 '김대중 죽이기'는 한 인간에 대한 인권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김대중 죽이기'는 국가 경영을 책임진 정권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대한민국 죽이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야 '정권 때리기'를 통해 뒤늦게나마 잘못된 걸 바로잡아야겠지만, 수구기득권 세력의 정권 비판은 '때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 제기의 핵심이다.

누가 대한민국 죽이기를 시도하는가?

그 수구기득권 세력의 핵심으로 강준만 교수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 개 신문들"을 꼽으면서, <대한민국 죽이기>에서 "그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그는, '지역감정 조장이 사시인가?' '남북대결주의'가 사시인가?' '조선일보는 신문사인가, 정당인가?'라는 일련의 세 글들을 통해, 조선일보를 '대한민국 죽이기'의 핵심주체라 지적했다.

강교수는 이 일련의 세가지 조선일보 비판글 중 마지막 글에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김대중 죽이기'라는 '대의'를 위해 조선일보가 뻥튀기 기사를 내놓으면 한나라당은 성명을 통해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다시 조선일보가 이를 보도해 확대 재생산한 사례들을 적시한다. 그리곤, 당장은 한나라당에게 조선일보의 정치적 훈수와 조력이 고맙겠지만, 이것이 곧 족쇄가 되어 한나라당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지역감정 악화, 누구 탓인가'란 글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노골적인 특정 후보 지지로 구설수의 대상이 되었던 중앙일보가 다시 '위험한 장난'을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더해, '부산, 대구엔 추석이 없다?'라는 글을 통해, 동아일보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이 신문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조선일보를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왜곡된 흐름에 정면 도전하는 전략을 택하는 게 지혜롭다고 충고하고 있다.

조선일보 3대 논객에 대한 정면 공격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선일보의 대표적인 세 논객이라 할 김대중 주필, 류근일 논설주간 및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한 비판적 평론이다.('너무도 엽기적인 김대중 주필', '극과 극을 치닫는 류근일 논설주간', '엽기적 픽션 작가로 데뷔한 조갑제') 이들이 극우이데올로그로서 '대한민국 죽이기'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것이 강교수의 주장이다.

강교수는 김대중 주필에게, 군사정권 당시 국민과 야당 정치인 김대중에게 요구하던 '체제의 안정'에 대한 지론은 어디로 가고, 김대중 정권 출범과 함께 눈물겨운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 혹, 그 이유가 변함없는 '김대중 죽이기'라는 더 상위의 지론 때문이 아닌지 묻고 있다.

또한, 류근일 논설주간은 언론인이라기보다는 선동가로서의 재능을 보여 주고 있다며, '맹목적 마키아벨리즘'에 찌든 류근일 주간이 주장하는 정의와 도덕은 과연 무엇이냐고 비판한다.
이어서, 월간조선 '편집장의 편지'를 중심으로 조갑제 편집장의 대북논리의 허구성을 질타했다.

진중권의 강준만, 임지현 비판

한편, 문화 비평가 진중권 씨는 '민족주의와 일상적 파시즘'이란 제목의 글에서, <당대비평> 2000년 겨울호의 '지식인 특집'은 "'기획 미스'로 이해하고 넘어가 주기에는 경우가 너무 고약하다"며, <당대비평> 겨울호 특집 글을 비판하는 동시에 조선일보가 관련 글들을 어떻게 "정치적 순발력"을 사용하여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했는지도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그는, <월간 인물과 사상> 등에서 벌어진 논쟁의 두 당사자인 강준만과 임지현을 함께 비판했는데, 그는 강준만 교수의 글쓰기에 대해 "(비판대상자에 대한) 도덕적 단죄나 성토의 술어를 동원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조선일보 반대 운동에 있어, "그 신문의 극우적 이념과 논조에 기여하는 수구적 지식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야지 "조선일보 지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외부기고자)을 공격"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강준만 교수의 <대한민국 죽이기>에는, 95년 발간된 <김대중 죽이기>만큼이나 한국 사회의 언로구조 및 왜곡과 과장을 서슴지 않는 일부 언론에 대한 강한 분노가 내재되어 있다. 과연 그의 분노가 어느정도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 역시 <김대중 죽이기>에 못지 않게 다양할 것이고 뜨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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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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