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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통해 듣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주눅이 들어있으셨다.

"지난 주에 내가 경로당에 나가지 않았던 날에 MBC에서 나와 7-8명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난리법석을 떨었던 모양이다. 금패물 사기꾼에게 빼았겼던 할머니를 양로원에서 불러내 어떻게 잃어버렸는가 묻고, 경찰서까지 데리고 가서 조사를 밤늦게까지 했다더라. 경로당 여자 회장도 함께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서는 독이 올라서 어느 할아범을 찍으며 방송국에 신고를 했다며 악담을 하더라"하는 말씀을 들으니 도둑은 잡지를 못하고 도둑 맞은 어른만 이리 저리 고생이 만만치가 않았구나.

방송국에서 무슨 기획물을 찍을 때 온종일 수고로움은 당해본 사람 아니면 모른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다시 찍고, 뭐라고 시키기도 하고 젊은 이들도 피곤한 판에 연로한 노인들이야.

"다시는 너에게 경로당 이야기를 하지 않을련다. 네가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방송국에다 말을 했을 것이냐? 다음부터는 말하지 말아다고..." 어머니께서 놀랜 가슴이 풀리지 않은 것이 한참은 갈 것 같다.

노인들 조사를 현장에서 다 못할 일이 무엇인가 있었겠지. 경찰은 연로한 피해자 노인을 위해 애를 썼어도 작은 일도 불편한 어른들이시니 어쩌랴.

물건 잃고 경찰에 불려 다니고, 사기꾼에게 당한 노인들은 차라리 가만있었으면 편할 걸 하는 쑥덕공론을 하며, 사기꾼보다 패물을 도둑맞은 할머니와 이 일을 방송에 알린 그 누구를 사기꾼보다 더 원망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6시를 조금 지나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경로당 신종 사기사건이 방송으로 나갔다. 범인의 몽타주도 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경로당에서 노인이 겪은 괴로움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또 다른 경로당 노인들이 당하지 않도록 몽타주를 여기 올린다.

가지고 계신 것이라고는 금 패물 몇 가지가 전재산이었던 아흔 네 살 할머니는 "범인을 잡으면 씹어먹겠다"고 까지 하시니 노인의 생명이나 같은 패물을 빼았아서 범인은 어디다 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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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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