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러니까 오늘이 2월... 헉! 다이어리를 넘겨보던 나고독(29) 양은 까무러치게 놀랐다. "아, 나의 20대는 발렌타인데이 한번 못 챙기고 떠나가는구나... 비 마이 발렌타인(Be My Valentine)! 누구 나의 발렌타인이 되어줄 사람 없나요?"

쓸쓸하게 회사에 도착한 나고독 양은 회사동료인 너이뻐 양으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는데...
"글쎄, 이번 발렌타인데이는여, 100년만에 돌아오는 발렌타인데이래여. 원래 발렌타인데이는여, 100년마다 주고받는 게 바뀐다지 뭐예여? 그래서 2001년부터 2100년까지는 여자가 남자한테 초콜릿을 주는 게 아니라, 남자가 여자한테 초콜릿을 줘야 한대여!" 나고독 양, 한숨을 푹 쉬며... "남자친구 없는 것도 서러운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

발렌타인데이

발렌타인데이의 기원은 3세기경의 로마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곳에는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었고, 남자는 전쟁에 나가야 하는 병사였다. 이 두 남녀의 슬픈 사랑을 목격한 발렌타인 사제는 모든 병사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할 것을 권했다.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허락도 없이 결혼을 한 몇 커플이 발견되자, 황제는 자신의 뜻을 어긴 발렌타인 사제를 처형시켰다. 270년 2월 14일에... 그 이후로 사람들은 발렌타인 사제의 순교를 기념하여 2월 14일을 발렌타인데이로 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 마음을 표현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발렌타인데이는 고대 로마의 '루퍼칼리아'라는 축제에서 비롯되었다 하기도 하고, 고대 영국에서는 2월 14일에 새들이 짝짓기를 한다고 믿은 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어떤 유래이건 간에,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연인을 비롯해서 가족과 친구들끼리 발렌타인 카드를 보내며 서로의 사랑을 전해 왔다. 스우 타운젠드의 소설 <비밀일기>를 읽다 보면, 철딱서니 주인공 아드리안이 어머니와 여자친구, 친척들에게 발렌타인카드를 주고 받는 부분이 나온다. 이렇듯, 발렌타인데이가 꼭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 그 날이 발렌타인데이다.

val1
▲ 초콜릿, 입안에 군침은 돌지만.. 칼로리가 장난이 아니라는데!
ⓒ 배을선
초콜릿에 관한 짧은 이야기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일본의 한 초콜릿회사가 그 회사 제품의 마켓팅을 위해 발렌타인데이와 초콜릿을 연결시켰다고 한다.

그렇다면 초콜릿의 탄생 배경은 어떠할까?

초콜릿은 멕시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초콜릿의 원료는 맛있는 카카오. 카카오열매는 피로회복용 음료로, 강장영양제 등으로 사용되었으며, 돈대신 물물교환을 하던 시절, 화폐대신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1490년대에 콜롬버스가 미국항해에서 유카탄반도로부터 스페인으로 갖고 들어온 카카오열매가 초콜릿이 유럽으로 들어온 전조였다고도 하고, 1950년 코르테스가 유럽에 카카오열매를 가지고 온 후부터 유럽상류층의 디저트로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초콜릿은 '고디바'같은 세계 최고급 상표를 빛내는 초콜릿으로써, 간식으로써, 등산시의 열량높은 비상식으로써 전세계 사랑의 화살을 듬뿍받고 있으니, 사랑을 기념하는 발렌타인데이에 사랑의 정표로서 쓰이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val2
▲ 바구니값도 꽤 비싸답니다.
ⓒ 배을선
한국의 발렌타인데이

어느 어머님의 하소연... "우리 딸은 지 엄니, 애비 생일은 안 챙겨두, 무시냐, 발렌타인인지 뭔지, 그 날은 비싼 돈을 들여서 '쪼꼴렛'을 사드라구, 방에 틀어박혀 즈그 세수대아보다 큰 바구니에 그걸 쏟아붓고 포장하는 걸 보면, 아주 꼴불견이야..."

발렌타인데이만 찾아오면 딸의 행동거지가 맘에 들지 않는 부모님들도 많다. 부모님뿐이랴? 아마도 대한독립을 위해 순교한 많은 애국독립지사들이 무덤 속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남의 나라 순교기념일에 저렇게 떠들썩한 젊은이들이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태극기나 제대로 달고는 있는지"하고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발렌타인데이가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시끄러운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첫번째는 변질된 상업성에, 그리고 두번째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작게는 유치원 앞 문방구에서부터 고급호텔, 그리고 초콜릿에서 팩키지여행상품까지 다양한 발렌타인데이 기념선물과 이벤트...

그것들이 단지 2월 14일에만 통한다면야, 눈 한번 감아주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매월 14일이 언제나 이벤트로 가득한 날이 된다.

- 1월 14일은 새해의 계획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다이어리데이.
- 3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의 속편, 한국에만 있는 화이트데이. "나도 너 줬으니깐, 너도 나 줘..." 이 날은 남자가 여자한테 사탕을 준다. 사탕이 초콜릿보다 싸다며 하소연을 하는 여자들도 많다. "비싼 거 주고 싼 거 받기 싫다구..."
- 4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할 일 없었던 남녀가 만나 짜장면을 먹는 블랙데이.
- 5월 14일은 로즈데이로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정을 내리는 날이란다. 노란장미는 이별, 백장미는 우정, 빨간장미는 사랑을 뜻한다는데..
- 6월 14일은 키스데이. 정열적인 키스를 하는 날. 도대체 어디에서?
- 7월 14일은 은반지를 주고받으며 장래를 약속한다는 실버데이.
- 8월 14일은 이열치열, 디스코텍에서 뻘뻘 땀 흘리며 음악에 맞춰 춤춘다는 뮤직데이.
- 9월 14일은 추억을 사진에 담는 포토데이.
- 10월 14일은 와인데이.
- 11월 14일은 무비데이.
- 그리고 12월 14일은 머니데이로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팍팍 쓰는 날이라고 한다.

참, 11월 11일은 빼빼로를 먹는 빼빼로데이란다. 대문 앞에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 날보다도 많은 젊은이들의 매월 14일, 이름만 들어도 허무한 상업성이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달리 갈 곳도 없고 즐길 곳도 없는 젊은이들이 오죽 심심하면 이런 날들을 만들어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많은 날들을 다 챙기려면, 연애하는 커플들은 모두 부르주아? 프로레탈리아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val4
▲ 초콜릿과 사탕들
ⓒ 배을선
3월의 화이트데이? 다른 나라에는 없다!

한국의 3월은 화이트데이로 시끄럽다. 2월에 시작한 발렌타인데이 장사는 3월까지 쭈욱~~ 계속 되니까. 그러나 막상 발렌타인데이가 시작된 유럽이나 미국에는 화이트데이가 없다. 단지 3일 뒤인 3월 17일에 성(聖) 패트릭을 기념하는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가 있을 뿐이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성(聖)패트릭이 사망한 3월 17일을 기리는 날로 아일랜드 최대의 축제일이다. 세인트 패트릭은 아일랜드에 복음을 전파한 성인(聖人)으로 카톨릭에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리고, 초록색의 네잎 클로버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의 상징이라고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복음을 전파한 성 패트릭을 기념하면서 평소 고마웠던 분들과 가족, 연인에게 책을 선물한다. 단 책의 속표지에는 지난여름에 힘들게 구하여 정성껏 말린 네잎 클로버 잎을 붙여서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이리쉬 펍(pub)에 가서 아이리쉬 맥주인 귀네스(Guiness)맥주를 마신다.

사랑, 그리고 결말!

올해도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백화점 등은 사랑을 '너무 비싸게' 팔고 있다. 발렌타인데이 원래의 의미처럼, 올해에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사랑이 가득 담긴 카드 한 장으로 그 동안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부모와 형제들에게 먼저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헤픈 사랑…반론> 발렌타인데이를 시끌벅적하게 즐겨라 - 노정환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