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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 인기순위는 일본 내에서도 찾기 힘든데, 오히려 한국의 유력신문사들이 앞다투어 개설한 만화사이트 코너에 가면 순위는 물론, 일본만화 최신간까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일본만화 광고판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편식과 무조건적 동경은 화를 부르는 법. 한국 만화는 발표할 변변한 잡지조차 갖지 못한 채 표절과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기자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히로카네켄지의 경우 그의 <시마과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작품이지만, 그가 한국을 우익적 시각에서 우스꽝스럽게 그렸다는 사실과, 말도 안되는 냉전논리와 독도문제를 철저하게 우익적 시각에서 주장한<카지류스케의 국회>(加治隆介の議)란 그의 책은 소개한 기자도, 기사도 없다.

특히 일본우익의 정점 고바야시요시노리(小林よしのり)의 경우, 아예 소개조차 없다. 써 봐야 상업적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마치 한국의 언론을 소개하는 일본 사이트에 조선일보가 한국민의 사랑를 가장 많이 받고 있고 정론지라고 소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 소개하는 작가는 늦깍이로 데뷔해 인기작가가 된 후, 지금은 절필하고 칼럼이나 쓰면서 철지난(?) 사회주의를 전파하는 좌파만화가이다. 우익들이 고베의 그의 집 앞에서 시위한다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정도로 우익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

아오키유지(靑木雄二). 1945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오카야마현립공고를 졸업한 뒤, 철도회사를 다니다 그만둔다. 이때부터 고난에 찬 만화가지망생이자 인생경험을 두루 쌓게 되는데, 클라브술집), 파칭코, 요리점, 사식, 출판하청업체에 근무했거나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약 30종류의 직업을 경험했다고 전해진다.

89년 <50억엥의 약속어음>으로 고단샤의 <애프터눈>잡지 신인만화상을 수상하면서 43살의 나이로 데뷔한다. 이어 모닝지에 <나니와금융도>로 일약 최고의 인기작가 대열에 들어선다. 92년 고단샤만화상을 수상했다. 주요저서로는 <돈의 인간학>, <나니와 청춘도>, <속으면 안된다> 등이 있다.

출세작 <나니와금융도>는 썩 잘 그리는 그림체는 아니다. 하지만 스크린톤을 거의 쓰지 않고 독자들도 경탄할 정도의 세심한 주변 배경 묘사가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를 그려본 사람은 안다. 똑같은 배경일 경우 그냥 넘어가거나 각도를 바꿔 지나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그린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그리지 않고서는 이렇게 그릴 수 없다. 한 칸 한 칸 시간도 엄청소요되는 고강도 작업이다.

하지만 그림체보다 더 일본 독자를 매료시킨 건 내용이다. 오사카 사투리가 끝까지 이어지는 정통 간사이 방언투성이지만, 경제동물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에서 가장 상업적이라는 나니와(오사카또느 간사이 지역의 일컫는 말)의 사금융업자를 통해 일본의 경제와 일본인을 말한다. 담담하지만 힘이 있다. "자, 봐라. 이게 우리 일본의 현실이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돈의 굴레에 싸인 인간상들이다"라고...

주인공 하이바라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후 제국금융이란 금융회사에 취직한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돈에 눈이 멀고 사기와 욕망이 판치는 고객과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들의 살벌한 현실뿐이다. 부도가 날 만한 기업을 상대로 고객을 유치하고 미끼를 던진 뒤, 고금리로 끝내 돈을 받아낸다.

전체적으로 작가가 주장하는 건 보증인제도를 폐지하자는 건데, 자본주의사회인 일본이나 한국에서 그게 가능한가. 그 제도를 악용해 고객들은 돈을 챙겨 도망가거나 고금리의 원금을 갚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몸도 판다.

공무원들은 저질 시의원의 선거자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보증을 서다가 자신들이 물어내게 되자 공금을 횡령해 갚는다. 어떻게 마련하는지 방법도 자세히 알려준다. 주인공에겐 너무 눈물날 정도의 리얼한 현실이지만 최고의 금융업자를 꿈꾸는 그는 술집에 가서 혼자 울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고는 다음 날도 어김없이 일찍 출근한다. 그의 곁엔 간사이 지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못생긴 인물 동료 구와다가 그에게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해 준다.

보수화되는 일본에 대해 일갈하는 작가, 미국의 음흉함을 지적하는 작가, 그가 바로 아오키유지이다. 그는 홈페이지 서두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누가 말하겠는가?"

덧붙이는 글 | 아오키유지의 홈페이주소http://www.t3.rim.or.jp/~yalujyan/nani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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