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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가는 길은 겨울에도 뜨거운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어리목, 영실로 오르는 길은 새해 겨울마다 한라산 눈꽃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요즘 제주날씨는 놀랍게 따뜻하다. 원래 제주가 따뜻하다지만 시샘하는 바람으로 인해 그 온기를 다 누리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겨울은 백록담 바로 아래 윗새오름까지 가지 않으면 눈꽃을 얻어보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

이런 겨울의 뜻하지 않은 포근함을 만끽하는 마음도 잠시 지난해 축축했던 눈꽃축제가 되살아난다. 은백색의 눈꽃 한마당이 되어야 할 곳에 내리는 비 때문에 '비꽃축제'가 되어 버렸는데 올해는 자칫 햇빛축제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데... 아쉽다 따뜻해서.
하지만. 겨울 제주는 아름답다. 멀리 백록담이 신선경처럼 하얀 눈썰미를 내리고 운둔의 눈빛을 내려보내는 사이 신비한 제주의 보물들은 오늘도 돋보인다.

오늘 가는 길은 도깨비 도로이다. 신제주 노형검문소 부근에서 일고를 지나 어리목 가는 길목에 신비한 도로가 우릴 뒷걸음치게 만든다. 바람도 시인이 되어 소리우는 가을, 하늘에선 바알간 비(?)가 계곡으로 살랑살랑 쏟아지고 붉은 내가 흘러내린다는 어리목계곡의 가을을 보내고, 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한 아쉬운 사람들은 도깨비도로에서 홀려 내내 궁금한 마음으로 제주를 여행하게 된다.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제주 1100도로의 초입. 도깨비에게 홀린 듯 애써 답을 찾으려 해도 아리송한 신비의 도로가 뽕망치의 위력을 발휘한다. 어리목 가는 그 길목에 언덕을 차로 넘어서면 경사진 내리막길인데, 내리막길에 차를 세우고 브레이크를 풀면 아래로 내려가야 할 차가 왠일인지 뒷걸음쳐 오르막길로 되돌아간다.

언제인가 친구들인 다섯 명이 차를 타고 놀러가다 한 친구가 급하게 볼일을 보고 싶다길래 내리막길에 차를 세웠는데, 저만치 위에서 볼일보는 친구를 놀려준답시고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차가 소리없이 출발해서 볼일 보는 친구를 골탕먹이려고 했다고. 그래서 중립기어 넣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는데 웬걸 차가 거꾸로 올라갔다고 한다.

서로 누가 후진기어를 넣었냐고 막 그러고 볼일 보던 애는 친구들이 차를 자기 가까이 세워준다고 고마워하는 사이 차는 그 친구를 지나쳐 언덕꼭대기로 뒷걸음쳤다는데. 어리둥절해서 모두들 여러번 시험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그후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몰리고 누구도 속시원한 해답을 모르고 신기해서 '도깨비도로'라고 불리우게 됐다.

후에 도깨비 도로의 기현상을 증명키위해 도로를 측량해보니 겉보기엔 동산이지만 실제 차가 뒤로 밀려나는 곳은 내리막길이라는게 밝혀졌다. 실제 경사도가 낮은 곳이 시각적으로 높게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이라고는 하나, 도깨비 도로를 밟고 깡통이나 차가 뒤로 밀려가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설레이는 고개를 멈출 수 없을 게다.

북한의 김용순 총비서도 제주방문도중 도깨비도로에 들러 참 신기하게 여겼던 적도 있고 예전 장동건과 고소영이 출연했던 영화 '연풍연가'에도 이곳 도깨비 도로에서 둘이 깡통 굴러가는 걸 보며 참 신기해하던 장면이 있다.

이곳 천마목장주변의 원조 도깨비도로에 사람들이 워낙 몰려 교통체증이 생기면서 노형동 축산진흥원쪽으로 우회도로를 개통했는데, 기존 신비의 도로와 비슷한 고도에서 똑같은 착시현상이 벌어져 시청에선 고심(?)중이라고.

이러다 제주 곳곳이 온통 도깨비도로 투성이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지만 과학적(?) 측량은 차치하고라도 참으로 알쏭달쏭한 도로임엔 틀림없다.

1100도로는 한라수목원, 도깨비도로, 어리목계곡, 중문관광단지로 이어지는 명소들과 함께 아리랑고개라 할만큼 오르내리는 꼬브랑길이 지루하지 않아 머뭇거릴 필요없는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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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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