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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신과 여드렛당신

불경 '법화경'에는 뱀은 유혹이요 애욕이라고 한다. 꽃나무 뿌리 밑에 숨어서 사람을 미혹시킨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뱀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외모때문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2001년은 신사년이다. 옛부터 제주에서 뱀은 풍요와 다산, 길흉을 상징했다. 잘 모시면 모신 값을 하고 못 모시면 또 그만큼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무속을 미신이라 했던 조선시대 훨씬 이전인 탐라국 시절부터 사신신앙은 관청에서 풍년이 들면 먹을 걱정없고 통치하기도 쉬워 풍농신으로 제주에 발을 내리고 있었다.

제주도의 뱀신앙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가정신앙인 '칠성신'과 마을 공동제사인 '여드렛당신'으로 나뉜다. 칠성신에는 뒤곁의 정결한 곳에 칠성눌이라는 주저리를 씌워 모신 밭칠성(뒷할망)과 집안 고팡의 쌀독에 모신 안칠성(안할망)이 있다.

제주도의 주요 사신당 '토산 여드렛당'은 표선·성산·남원·서귀·중문·안덕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사신당 신앙은 딸에게 유전하며 딸이 시집가면서 '가지갈라다 모신 당'을 가져가 비교적 넓은 신앙권을 형성한다. 그렇다고 사신신앙이 딸에만 유전하는 건 아니다. 한림읍 옹포리의 '진도할망조상'처럼 아들이 유전하여 계승하는 사신도 있다.

도내에서 사신신앙은 어떻게 신화속에서 역사화되고 의례를 지내는 정당성을 갖게 됐을까.

신화로 불려지는 고대 사건은 의례에 의해 극적으로 표현되는데 뱀신앙은 무속의례인 굿에서 엿볼 수 있다. 굿의 신화(본풀이)와 의례를 보자.

본풀이는 신화임과 동시에 신화를 노래하고 기원하는 신화의례를 일컫는다. 영신의례인 맞이굿에서의 본풀이 창이나 그 내용의 의례적 행위연출은 의례행위의 신화적 근거를 풀어냄으로써 의례의 정당성을 보증하고 신화적 사실을 현실에 재연하여 원시질서로의 회귀·갱신시키는 의미가 있다.

사신 본풀이는 제주의 여러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잘 모시면 잘모신 만큼 돌려준다

먼저 제주에 전해오는 토산당 전설 한토막.
안덕면 창천리를 경계로 제주도 서쪽지역에는 토산 뱀신앙을 섬기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 안덕면 감산리 어떤 사람이 표선면 토산리 여자를 며느리로 데려왔다. 토산은 제주도에서 뱀신(蛇神)을 위하는 본댁(本宅)으로 여자가 시집을 가면 어느 곳이든 뱀이 따라간다고 했다.

토산 며느리가 시집와서 살게 되자 집안 식구들이 병에 걸리고 여위기 시작했다. 감산리 사람이 이상하다고 여겨 점쟁이를 불러다 까닭을 물었더니 토산뱀을 잘 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무당을 불러 뱀신(蛇神)을 위하는 굿을 하는 도중 고집이 센 시아버지는 뱀귀신이 나오도록 굿을 하라고 한창 굿을 하는 무당에게 요구했다. 무당들이 굿을 계속하자 뱀이 마당으로 기어나오는 것이었다.

부친은 조그만 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무당에게 뱀을 항아리에 들어가게 굿을 하라고 요구했다. 무당이 부친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속 굿을 하자 뱀이 항아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항아리 뚜껑을 닫고 깊이 땅을 파서 묻어 버렸다.
그 다음부터는 토산리 친정집에서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토산에서는 점을 치고 굿을 하자 무당이 그 까닭을 말했다. "너희 집 한 조상이 감산리에 가서 잡혀 있구나."

무당이 감산리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말했던 것이다. 토산 친정집에서는 감산리 사돈댁을 찾아가서 조상을 묻은 항아리를 내어놓으라고 간청을 했다.

감산리 사람이 땅을 파서 항아리를 건네주자 다시 뱀신을 토산으로 모셔갔다. 그 이후부터 감산리 서쪽에는 뱀신을 위하는 집이 없어졌다 한다. 그렇게 된 것은 뱀신들이 감산리 창천내에 가면 잡혀 묻힐 것이라 믿고 중문지경까지는 따라가나 감산리 너머로는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제주에는 뱀과 관련한 삽화들이 많다.
뱀신화는 심방들의 본풀이로 전승되어 일반신·조상신·당신으로서의 사신본풀이로 나뉜다. 조상신이라 불리는 뱀신은 일가의 수호신으로 심방에 의해 무속의례인 굿으로 위해진다.

조상신에는 나주 기민창조상(조천읍 안씨집 수호신), 진도할망조상, 선흘리 안씨집 조상 등이 있다. 이들 신의 성격은 곡식을 더많이 저장하고 생산케하는 곡신(穀神)이면서 부신(富神)이다.

조상본풀이에 의하면 신의 형체는 큰뱀 또는 주걱같은 귀달린 뱀인데 이 뱀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인격화된다. 또 잘먹으면 잘먹은 값, 못먹으면 못먹은 값을 하는 신앙의 정도에 따라 혜택의 정도도 달라진다. 뱀신조상은 주로 고팡이나 뒷곁에 모시는데 그 형태는 일반 뱀신인 '칠성'과 같다.

당신으로 불리는 사신은 남제주군 토산리 여드렛당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곤 한다. 예전 TV '전설의 고향' 소재로도 발굴되기도 했다.
알토산에서 모시는 여드렛당에 등장하는 사신은 나주 금성산의 토지관으로 본풀이에 등장한다.

나주목사가 영기가 있다는 산에 불을 놓자 큰 뱀은 바둑돌로 변해 종로 네거리에 떨어지는데. 서울갔던 제주의 강씨, 한씨, 오씨가 바둑돌을 갖고 제주로 오자 여인으로 변해 결국 토산에 와 좌정한다. 처음에 아무도 대접하는 자가 없었으나 강씨딸에게 급병을 주어 신의 영험을 보여준 뒤로는 숭앙을 받는다고 풀이한다.

여드렛당을 보면 사신이 재앙신이라 할 수 있겠으나 '고산 당목잇당신'이나 '외도 두리빌렛당신' '월정 본향당신' 등과 종합할 때 사신당은 풍농신인 조상신으로 숭배되다 부락의 당신으로 그 기능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신으로서의 뱀신화는 '칠성'본풀이가 있다. 사신을 칠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칠성기도'에 따른 출생에 기원한다. 풀이를 보면 장나라 장설룡 부부가 칠성제를 지내고 딸을 얻었는데 벼슬길에 딸을 잃었다가 나중에 어떤 중에 의해 딸이 잉태하고 일곱 아기를 밴 사실을 알고 석함에 담아 바다에 띄워버린다. 함덕에서 주워보니 여덟마리 뱀이 있어 뒤에 칠성당을 만들어 모시게 됐고 다시 함덕에서 나와 성안 칠성골에 안칠성과 밧칠성 등으로 자리잡는다고 했다. 특히 안칠성은 제주 전지역에 퍼져있다시피 하다.

위의 세가지 유형으로 봤을 때 뱀신당이 오로지 토산에서 비롯되어 가지갈라진 당으로 다른 지역에 퍼진 것은 아닌 듯하다. 다만 제주지역에서 뱀이 용과 동일시됐다는 풀이에서 보듯 사신신앙은 민간신앙으로 절대적이었다고 할 만하다.

조상신·당신·일반신으로 사신은 그 범위의 차이가 있을 뿐 풍농신으로서 귀결된다는 것이다. 또 제주도에 있는 사신신앙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신앙이지만 입도시기에 시간차가 있어 다른 성격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었다.

가장 먼저 수입된 것은 일반신인 칠성사신이고 다음 고산 차귀당 사신, 토산 여드렛당 사신과 그외 조상사신 등이다. 일가의 수호신으로 숭배되던 사신은 그 신앙민이 확대되어 마을공동체 당신이 되고 그 신앙이 전도에 번져 일반신으로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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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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