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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크리스마스' 하면 기독교의 전유물로 여긴다. 그러나 지난 21일 저녁 대구시 남구 봉덕동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경내 앞마당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환하게 불을 밝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날 점등식은 종교간 갈등을 극복하고 세상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열렸다. 특히 이날 점등식에서 영남불교대 소속 합창단이 성탄절을 축하하는 캐럴을 불러 '구세주의 초교파적인 보편 사랑'을 노래했다.

혹자는 사찰이 교회보다 더 엄숙한 분위기고 보수적인 걸로 알았는데, 그것도 관음사 경내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히고 캐럴을 부른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교회에서 목탁을 두드리면서 염불을 외우는 것과 같은 미증유의 '스캔들'(대사건)이다.

영남불교대(크게 배움)에서 불가의 '큰 가르침'을 배우는 학생들과 관음사측의 바다같은 아량과 포용력이 기독교와 불교의 하나됨을 넘어선 '큰 사랑'으로 넘쳐났다.

불교는 불가의 가르침을 한자로 표현했을 뿐이다. 또 기독교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그렇게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부처와 예수의 가르침이 무엇인가. 자비와 사랑이다. 이 둘은 같은 것이다.그런데 왜 너는 불교니 나는 기독교니 하고 종교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영남불교대 합창단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혀놓고 노래했으리라. "어둠과 죄악속에 갇힌 백성을 광명으로 인도하기 위해 예수가 강림했고 중생에게 사바세계의 온갖 욕심과 악연을 끊고 밝은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부처가 왕림했다"고. 똑같은 사랑과 자비를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라고.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원래 의미다. 크리스마스의 뜻은 그리스도(구세주)의 탄생을 기뻐 노래하는 미사(예배:제사)이다.

영남불교대측에서는 기독교의 구세주 출생이 "부처님이 세상을 구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미 구원된 것을 알리기 위해 왔다"는 성철 스님의 법어와 다를바 없겠기에 크리스마스 트리속에서 캐럴을 불렀을 것이다. 구제주의 출현이 기독교에서만 기뻐하고 노래할 것이 아니라 불가를 배우는 학생들을 비롯, 모든 백성들이 환영해야 할 것임을 온천하에 알리는 순간이다.

성탄절이 그리스도가 12월 25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날로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독교측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신약성경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에 자세히 기록돼 있으나 그 날자에 관한 업급은 없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식은 3세기에 들어와서부터 행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그 날짜가 일정치 않아 1월 6일, 3월 21일(춘분), 12월 25일 가운데 어느 하루가 선택됐다. 로마교회(서방교회)가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게 된 것은 354년경부터로 보이며 얼마 뒤인 379년부터 그리스교회(동방교회)가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크리스마스 등에 대해 가졌던 오해를 불식시키고 그리스도를 이 땅에 인간으로 태어나게 한 신의 메세지를 듣자. '징글벨' 장단에 맞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뜰 것이 아니라 '어둠을 이기는 빛'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교회와 사찰은 나무와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물에 불과하지 영남불교대 합창단원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구원자의 사랑을 알리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과 의지가 중요함을 깨닫는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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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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