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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탐라 최고의 사찰은 법화사, 수정사, 원당사 세 곳.
관련 서적을 통해 볼 때 제주에서 불교가 융성했으리라는 짐작과 달리 대개가 멸실되어 불교유적이 드문 가운데 옛 원당사지의 불탑사 5층석탑이 당시 유물로 남겨 전해진다.

원나라 11대 순종이 당시 후사가 없어 고민하던 중, 공녀로 끌려가 황후에 오른 기황후가 북두성의 명맥이 비치는 삼첩칠봉에 탑을 세워 불공을 드려야 한다는 승려의 말에 따라, 마침 원이 차지한 탐라국의 원당봉과 그 북쪽 6개의 작은 봉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내어 원당사를 짓고 탑을 세운 후 사신을 보내어 불공을 드렸다는 전설을 담고 있는 원당사지 5층석탑.

그래서 신축된 불탑사의 주변은 남쪽으로 원당봉, 동서남북 방면으로 해발 40-80미터 사이의 산봉우리 여섯 개에 둘러싸여 있다.

여느 절과는 달리 높게 쌓은 돌담벼락과 그 아래 작은 철문을 지나야 탑을 마주할 수 있다. 불탑사 안은 산매화 등 크고 작은 나무들이 오밀조밀 심어져 있고 탑 뒷쪽으로 삼나무와 대나무가 빼곡하게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고즈넉하고 고답적인 석탑 경내 주위로 새의 날개짓소리가 요란하다. 기황후의 공덕을 들였던 곳이라 해서인지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지방문화재 1호로 지정된 5층석탑은 땅 속에 묻혀 있던 것을 파내어 복원시킨 것으로 제주에서는 유일의 고려시대 석탑이다.

5층석탑은 돌이끼가 끼고 숭숭 뚫린 돌의 표면이 세월의 풍상을 드러내고 있다. 다공질 현무암으로 되어 육지부의 화강암 탑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삼면의 장방형 둘레 안에 큼직한 안상무늬와 앞면 방형투창, 탑의 꼭대기로 이를수록 폭이 좁아진 모양으로 네 귀퉁이의 처마끝이 클레오파트라의 코끝처럼 저마다 올라 있다.

꼭대기의 보주는 원형의 것이 아니라 1950년대 보충했다고 하는데, 이는 일제시대대 탑속의 사리를 훔쳐가는 일이 잦았을 때 그때 석탑이 허물어져 사리보관함 등이 없어졌을 거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지역을 가나 전설과 속신이 마을과 함께 전래되어 오는데 특히 제주는 비슷비슷한 전설이 해당하는 마을의 구미에 맞게 바뀌어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곳 5층석탑이 있는 원당사지도 오소록한 곳에 자리잡아 마을의 안녕과 다산을 비는 신앙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처음 원당사가 세워진 연대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고증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런 의문속에 이 크지 않은 절탑이 세월의 풍상을 베어 물고 선 모습은 작지 않게 다가온다.

불탑사(원당사지) 5층석탑은 제주도 불탑연구의 중요자료이기도 하지만 석탑 주위로 은은히 감도는 향의 여운처럼 우리가 마음을 의지하고 기원하는 탑의 역할은 그 존재 자체에 있는 게 아닐까.

삼첩칠봉의 산자락에 은둔한 원당사지 5층석탑. 삼양해수욕장 근처에서 해가오르는 곳의 산등성이로 조금만 가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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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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