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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에서 지난 11월 18일 환전한 미화 100달러 1매가 위조지폐로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의 위조지폐 감식기능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위조지폐는 말레이시아 은행에서는 감식기에 의해 단 한번에 위폐임이 드러났지만 이후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세번의 감식결과 겨우 위폐인 것으로 판정, 국내 은행의 위폐감시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폐는 지난 11월 18일 여재병 씨(48, 무영건설 부사장)가 K은행 태평로 지점에서 환전한 100달러짜리 8장 가운데 한장으로 11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빌딩 환전소에서 환전하는 과정에서 위폐임이 최초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씨가 처음 환전한 국내 은행의 지점과 본사에 위폐를 가지고 가 신고했으나 은행측은 감식결과 두차례 모두 진폐라고 판정했다. 위폐는 한국외환은행에 가서야 위폐임이 공식 확인됐다.

국내에서 위폐여부를 가리는 '최종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외환은행 외환사업부(담담 서태석 과장)는 여재병 씨가 지난 12월 4일 신고한 100달러짜리 지폐(번호 AE54578556B)가 위폐라고 밝혔다.

경찰은 위조지폐의 유통경위와 다른 위조지폐의 존재여부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쿠알라룸프르 빌딩에서 위조달러를 감별해낸 것은 우리나라의 위조화폐 감식기 제조전문 벤처기업인 M사(대표 천세익)가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감식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9년 12월 창립된 이 회사는 자본금 14억원에 2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에 60대 등 세계 15개국에 막 수출을 시작한 상태다.

이 회사의 해외영엄담당 이경행 씨는 "은행쪽에서 달러를 환전해줄 때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위조지폐감식기로 체크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초정밀 위조지폐인 수퍼노트급 위조들은 기계로도 잘 잡히지 않는데 우리가 개발한 기계가 위조지폐를 잡아냈다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에서 받은 위폐로 인해 말레이시아와 국내 모두에서 고초를 당한 여씨는 "말레이시아 은행에서는 단 한번에 위폐임이 바로 드러났는데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위폐가 제집 드나들듯이 하는 것은 나라망신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위폐를 처음 발견하고 신고한 여재병 씨와의 전화 인터뷰.

- 어떻게 위폐라는 것을 알게 됐는가.

"지난 2000년 11월 21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려는데 그곳 직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한뒤 경찰관이 다가와 위폐라고 해서 알았다."

- 그 달러는 어떤 돈인가.

"11월 18일 K은행 태평로 지점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8장으로 바꿔간 것 중 하나다."

- 말레이시아 은행은 어떻게 위조지폐인지 알았는가.

"처음에는 우리나라 은행에서 바꿔간 돈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위폐라고 하길래, 나는 무슨 근거로 위폐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감식기의 감식결과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감식기를 직접 보니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것이었다."

- 국내에 돌아와서 위폐임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았나.

"그 감식기를 만든 제조회사에 연락해서 다시 감식해보니 역시 위폐로 나왔다. 그래서 12월 4일 그 달러를 받은 은행에 위폐를 가지고 갔는데, 그곳에서 육안과 볼펜을 이용한 재래식 감식결과 진폐라고 했다. 믿을 수가 없어서 그길로 다시 여의도에 있는 은행 본사로 위폐를 가지고 갔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일본산 감식기로 조사해봤는데도 역시 진폐로 나왔다. 내가 항의하자 상급기관인 외환은행 감식전문가에게 문의하겠다고 했다. 문의결과 위폐로 나왔다."

-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다. 나중에 사연을 들어보니 여의도 은행 본사에 있는 일제 감식기는 97년에 만들어졌는데 문제의 위폐는 99년 경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

하지만 말레이시아 은행에서는 단 한번에 위폐임이 바로 드러났는데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위폐가 제집 드나들 듯이 은행문을 드나들어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또한 국내의 벤쳐기업에서 우수한 감식기를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데도 우리 은행들은 아직도 예전 일제 기계를 쓰고 있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 상태라면 한국은행에서 위조지폐가 계속 쌓여 국민만 피해를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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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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