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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당한 독서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서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저희 집엔 적지 않은 책이 꽂혀 있습니다(대략 1500권 정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보관하고 싶고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처를 옮길 때 그 책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싸게 주고 산 책을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남에게 주기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 책읽는 것을 보면, 대개 '~ 환타지', '퇴마록', '요마록' 류의 책이라, 볼 때마다 "책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책은 아니다"라고 말해주지만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책을 봅니다.

요즘 책값이 만만찮아서 선뜻 책을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기왕에 책을 산다면 좋은 책을 사서 후회하지 말았으면 하는 취지에서 저 나름대로의 책 고르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준들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아니며 다분히 상대적이며 일반적입니다. 참고만 하십시오.

첫번째 : 베스트 셀러를 사지 말고 스테디 셀러를 사라

수년전 한 여류작가의 소설이 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 출판사에서 이 대단한 베스트 셀러에 대한 비평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려고 7명의 비평가에게 연락을 해 보았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결같이 그 비평가들은 그 책을 읽어 보지 않았다고 대답을 하더랍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바로 그 책이 백만부 이상 팔렸다는 사실이 비평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랍니다.

또 이런 일도 있습니다.
역시 수년전 라즈니쉬의 '배꼽'이란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는데 저도 한때 이 인도의 신비주의 철학자에 심취한 적이 있어 그의 저서를 몇 권 읽어 본 적이 있는데 '배꼽'이란 책은 재미는 있을 망정 라즈니쉬의 사상의 실체는 알 수 없는 책입니다.

그냥 라즈니쉬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짧고 간결한 읽기 쉽게 재미있는 부문을 골라서 만든 것이 '배꼽'이란 책입니다. '배꼽'이란 책이름 자체가 라즈니쉬가 지은 것이 아니며 베스트 셀러 만들기 기술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요즘 베스트 셀러가 되려면 책제목도 톡톡 튀어야 하거든요.

흔히 책을 살 때 베스트 셀러의 목록을 보고 어떤 책을 살 것인가 결정합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실수이며 오히려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의 목록을 봄이 더 나을 듯 싶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팔린다는 것은 그래도 다수의 검증을 마친 책이라는 것을 말해주니까요.

두 번째 : 유행가를 사지 말고 가곡을 사라

얼마전 테이핑요법으로 살을 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책이 쏟아졌는데 요즘엔 감감합니다. 좋은 책이라면 몇 년을 책꽂이에 두어도 다시 보고 싶고 참고하기 위해서 펼쳐봅니다. 유행서는 그런 재미가 없습니다.

그야 말로 유행처럼 지나가 버려 오래 보관할 수가 없고 나중에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립니다. 또 얼마전 전생요법이 유행한 적이 있어 그와 관련된 책이 쏟아졌으며 태조 왕건의 인기에 힘입어 궁예 관련 서적도 많이 쏟아지더군요. 이런 책들은 유행을 쫓아 급조된 경우이기 싶습니다.

세 번째 : 재미없는 책도 눈여겨 보자

'재미'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것도 대단히 위험한 방법입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 감동과 얻는 것이 많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재미와 그 책이 가치가 있다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재미가 있어서 시속100Km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 속에 나오는 순수 우리말 , 외래어, 사투리를 사전을 찾아보고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며 읽은 것도 재미가 여간 아닙니다. 무조건 어렵다고 좋은 책은 아니지만 무조건 쉽다고 해서 그 책이 좋은 책이란 것 또한 아닙니다.

네 번째 : 삽화가 많은 책을 주의하라

삽화가 많고 글자가 몇 안 되는 것은 보기에도 편하고 빨리 읽는다는 장점도 있고 내용이 적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 되지 않는 내용을 삽화도 넣고 한 페이지에 몆 자 적어놓고 해서 억지로 책 한 권을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가치가 있다면 비싼 돈을 들여 사야 되고, 아동서나 시집은 예외겠으나 책 내용에 비해서 삽화가 많은 책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번째 : 책에도 유명 브랜드가 있다

모든 공산품이 그러하듯이 책에도 유명브랜드가 있습니다. 유명브랜드라 함은 출판사를 말하는 것인데 그래도 읽을만한 책들을 고집하는 출판사가 멋있습니다. 한길사, 정신세계사, 도서출판 까치, 솔, 창작과비평사, 문학사상사, 푸른역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아래 최종규 기자님이 추천하신 출판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원사, 푸른나무, 현암사, 보리, 온누리, 한울, 한겨레신문사, 두레, 인간사(문닫았지만 절판된 책을 헌책방에서 찾는다면 괜찮은 곳임), 정음사, 우리교육, 이웃, 다섯수레, 돌베개, 사계절, 역사비평사, 글논그림밭....

책의 유명브랜드가 다른 그것과 다른 것은 유명브랜드라고 해서 가격이 특별히 비싸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판사를 보고 책을 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 : 자식에게 물려줄 만한 책을 사라

좋은 책이란 언제까지나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책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아깝지 않고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고 선물하고 싶은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듭니다.

책을 살 때 한번 자문해 보십시오. 이 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인가 하고.

일곱 번째 : 선정은 오프라인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라

인터넷 서점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이용해 볼 만은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주문을 하고 막상 책을 받아보면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 실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저도 자주 당한 경우인데 꼭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야 한다면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을 꼼꼼히 읽고 이 책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십시오.

제 생각에 바둑두는 재미가 승패에 있는 것이 아니듯 책을 사는 재미는 싸게 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책 구경을 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고른다면 좋은 공부가 되리라 믿습니다. 동네 서점을 자주 이용하면 아마 약간의 에누리를 대부분 해주리라 믿습니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가격은 싸겠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덟 번째 : 한번에 여러 권을 사지 말아라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저 자신이 가장 많이 알면서도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서점에서 이것 저것 맘에 드는 책을 보면 다 사고 싶고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살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한번에 여러 권을 사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 책을 빨리 읽어야 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조급증이 생기기 싶습니다. 맘에 드는 책이 여러 권 눈에 띠더라도 꼭 한권씩만 사십시오. 앞서 말했듯이 자주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하는 재미 무시 못합니다.

아홉 번째 : 겉모양이 화려한 책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라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말 책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겉모양이 화려하고 멋진 책은 내용이 빈약하기 쉽습니다.
의외로 모양도 투박하고 재생용지로 만든 책 중에 좋은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겉모양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열 번째 : 전집은 절대로 사지 말라

흔히 부모가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위인전이나 동화책을 전집으로 사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자녀에게 책을 읽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전집을 책꽂이에 꽂아두면 주눅이 들어서 한 권도 제대로 펼쳐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전집을 사는 것은 배가 암초를 피하듯이 피해야 할 일입니다. 좀 번거롭더라도 한 권씩 자주 책을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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