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한 장은 할머니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북한에 살고 있는 박영심 씨(79)입니다.
박씨는 자신의 기억하고 싶지 않는 젊은 역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 있습니다.

박씨가 들고 있는 사진 속의 임신한 여자가 바로 2차대전 당시 일본 위안부로 있었던 그의 모습입니다. 당시 그는 임신중이었습니다.

박영심 할머니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경찰에 강제로 연행된 뒤 중국 상하이(上海)와 윈난(雲南)성의 쿤밍(昆明) 일대를 끌려다니며 종군위안부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박씨는 1995년 북한에서 발행된 한 책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우리는 해가 뜨면 쌀밥 한 공기에 몇쪼박의 무우절임을 먹고 한 주일에 한번씩 륜번제로 휴식하는 일본군을 대상하여 치욕스러운 일을 당해야만 했다. 하루 평균 일본군대 30여명을 대상하여 '성봉사'를 해야만 했다...나는 종군위안부 생활로 하여 자궁을 드러낸 데다가 심장판막과 신경쇠약으로 때 아니게 헛소리를 치면서 고민하는 폐인이 되고 말았다." <'짓밟힌 인생의 외침', 종군위안부편(박영심편 중에서)>

이 할머니의 이런 아픈 증언이 오는 20일 YTN을 통해 우리들에게 공개됩니다.

YTN의 한원상 기자는 일본 취재진의 협조를 받아 현재 북한 남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박영심(79) 씨를 카메라에 담아냈습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한 일본인 할아버지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박영심 할머니의 위안부 시절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자신의 젊은 군인시절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중국 운남성 일대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위안소를 출입했다는 일본군 중위출신의 하야미 마사노리(78) 씨입니다.

그의 증언을 카메라에 담은 한원상 기자는 "지금까지 일본 위안부와 관련해 피해자의 증언만 있었지 가해자의 증언과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일본의 만행을 결정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일본의 과거사를 청산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국 숭산에서 연합군의 포로가 된 종군위안부들이 심문받는 장면 ⓒ YTN


그런데 최근 일제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새로운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는 12월 8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릴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 법정'이 그것입니다. 그 법정에서 남과 북은 공동기소장을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손을 맞잡고 일제의 과거사를 청산하자고 한목소리를 내는 역사적인 일입니다.

때맞춰 우리는 박영심 할머니가 세계양심에 호소한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나는 가정의 행복도, 자식낳이를 하는 어머니의 기쁨도 모르고 살아왔다. 나의 불우한 과거를 생각할 때 나와 같이 끌려가 갖은 고욕 끝에 이국 땅에서 무주고혼이 된 수천명의 조선녀성을 생각한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뻔뻔스럽게도 저들이 저지른 과거 죄행을 력사의 흑막 속에 덮어버리려고 갖은 권모술수를 쓰고 있다. 나는 일본 정부가 죄악에 찬 과거를 똑똑히 반성하고 그에 응당한 보상을 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세계의 양심 앞에 호소한다."<'짓밟힌 인생의 외침' 중에서>

위의 두 역사 속의 노인 이야기를 다룬 YTN의 특별기획「이대로 죽을 순 없다 - 속편」은 11월 20일 (월)밤 9시 15분에 첫 방송됩니다.

▲남북한 공동기소장 관련 토론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윤정옥 남한 정대협 공동대표와 황호남 북한 종태위 서기관(사진 오른쪽)
ⓒ YTN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재방송 시간
 
▶11월 21일 새벽 4시 15분
  11월 21일 낮 1시 15분 / 11월 26일 낮 3시 15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