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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고, 졸고, 졸고.....
따지는 국회의원도 졸고 배석한 검사도 졸고 진행하던 입법조사관도 졸았다.

한나라당의 검찰총장 및 대검차장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 한나라당과 검찰의 신경전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0월 23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15층 중회실에서 서울고검, 서울지검, 인천지검, 수원지검, 춘천지검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박헌기, 한나라당)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검찰 간부들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고검 현관 앞에서부터 의원들을 영접하는 등 '의원님 대접'을 했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마냥 엎드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보여지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선거사범 편파수사 의혹 문제와 무인가 감청장비문제, 한빛은행 불법대출 문제,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관련 검사들의 집단행동 문제 등의 쟁점을 가지고 오전에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국감은 오전 11시 정각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의 질의를 시작으로 14명의 법사위 의원들이 15분씩의 일괄질문과 보충질의 등을 하는데 8시간 가량을 소비했다. 반면 검찰의 일괄답변 시간은 3시간만에 끝났다.

약 12시간 가량 진행된 법사위 국감은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답변을 하는 검찰측, 그리고 이를 관장하는 법사위 조사관들 모두에게 고문이었다.
23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피감사자인 검찰도 졸았다. 장시간 이어지는 국감에 결국 배석 검사들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지검장들은 졸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오전에는 여야 양측이 나름대로 준비한 것을 토대로 설전을 벌이는 등 신경전을 펼쳤으나 오후에 접어들자 의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우고, 식곤증 탓인지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졸기 시작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낮부터 졸음에 겨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함승희 의원은 의자에 폭 파묻혀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질문을 하는 의원은 추상같은 목소리로 검찰 수뇌부를 질타하고 질문 차례를 기다리거나 순서가 지난 의원들은 대놓고 졸고있는 모습이 반복됐다.

한나라당 정인봉 의원은 졸음을 쫓기 위해서인지 구두까지 벗어 맨발로 경청을 했지만 오후 10시 이후로는 정신 없이 졸았다. 김각영 서울지검장이 정인봉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답할 때도 정 의원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심지어 한나라당 간사를 맞은 최연희 의원은 박헌기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자 위원장 대행을 맡으면서도 졸음을 참지 못해 답변을 하는 지검장들이 마주 보이는 위원장 석에서도 고개를 자꾸만 숙였다.
오후 8시 50분 법사위 국감에 참여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
고개를 숙인 사람이 한나라당 정인봉(서울 종로) 의원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이날 법사위 국감 증인으로는 이명재 서울고검장을 비롯 서울, 인천, 수원, 춘천 지검장들이 나섰고 그 뒷자리에는 소속 검사 50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 중 몇몇 검사들은 의원들이 질타하는 시간이나 지검장들이 답변하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졸고 있었다. 심지어는 국감을 진행하는 조사관마저도 결국은 졸고 말았다.
'피곤한' 국감에는 조사관도 어쩔 수 없었다. 오후 10시경 고개를 떨군 한 조사관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이날 국감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평소 상임위 회의를 통해서도 행정부를 감시할 수 있다"며 "다 준비된 보도자료를 읽는 시간은 줄이고 일문일답을 통해 쟁점사항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현 국감방식을 비판했다.

올 국감은 한건주의식 폭로가 줄고 정책질의가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처럼 '모두를 고문시키는' 비생산적인 국감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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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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