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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황당해요. 97년, 95년 이면 제가 고등학교 땐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네요"

올해 23세인 서인정(대학생) 씨는 1일 대전역 광장에 펼쳐진 주한미군의 범죄 사진과 사건설명이 적힌 대자보며 충격을 받은 듯 이렇게 말했다.

오늘(21일)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서 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방치 할 수 있는 지 이해가 안 간다"며 "우선 국민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부탁을 덧붙였다.

대전충남 미군학살만행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이하 전민특위, 공동의장 양은찬) 주최로 지난 10월 7일에 이어 21일 두 번째로 마련된 거리마당 '미군범죄 없는 세상 만들기'는 최근 매향리 문제를 비롯 주한미군 독극물 방류 사건 등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주한미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반영하듯 한 시간 반의 행사진행 시간 내내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21일 펼쳐진 두 번째 거리마당은 10월 28일 92년 주한미군 병사 케네서 마클 이병에 의해 처참히 살해된 故 윤금이씨의 9주기 추모일을 앞두고 故 윤금이 씨의 영정과 함께 사건 당시 사진과 경위 등이 전시돼 주한 미군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성격으로 진행됐다.

故 윤금이 씨의 영정 앞에서 만난 김한식(43, 부산거주) 씨는 "한 국가의 주권이 이렇게 침해당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정부가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이제라도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SOFA 개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주권 행사를 촉구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참 뭐라고 할 말 없다"며 "아직은 주한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 거리마당에 참여해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민용기(충남대 행정학과, 96학번) 씨는 시민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분들이 아직은 많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쟁을 경험했던 분들은 특히 이런 활동에 대해 거부감이 많구요. 그러나 전후 세대인 젊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는 모르는게 많지만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SOFA 개정 등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거리마당은 故 윤금이 씨 사건 외에 6.25 당시 한국군에 의해 집단 학살된 대전교도소 산내 학살 사건 사진전 및 미군 및 한국군에 의한 집단 학살 사례, 오마이뉴스에서 제작한 매향리 사진전, 주한미군 범죄 사진전 등과 함께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한편 대전충남 전민특위는 11월 달까지 2주에 한 번 "미군범죄 없는 세상 만들기" 거리마당을 대전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주한미군에 의해 살해된 故 윤금이 씨 사건은 1992년 10월 28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미군클럽종업원 윤금이(당시 26세) 씨가 알몸으로 숨져있는 것이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윤금이 씨는 자궁에 콜라병이 박혀 있었고 우산대가 항문에서 직장까지 27cm가량 박혀 있었으며, 온몸은 흰 세제가루로 뒤덮혀 있었고 입에는 성냥개비가 물려진 채로 온몸이 피범벅이 된 처참한 상태였다. 

이 엽기적인 사건의 살해범은 주한 미2사단 제20보병연대 5대대 본부중대 소속의 이병 Markle Kenneth Lee(당시 20세)였다. 그는 사건 당일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윤금이 씨를 만나, 그녀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지려다 사소한 시비로 다투다 이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한국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탐문수사 끝에 10월 31일 마클 이병을 검거하였고, 피묻은 셔츠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그러나 미군범죄 수사대(CID)의 신병인도 요청에 따라 아무런 조사없이 마클 이병의 신병을 미군측에 넘겨 주었다. 윤금이 씨의 시신은 가족들의 입회하에 경찰에 의해 화장되었고, 미군당국에서는 위로비 조로 50만원을 지급하였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케네스 마클 이병에 대한 구속수사와 주한미군의 사과를 촉구하는 운동을 펼쳐 93년 2월 17일 법정에 세워져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케네스 마클 이병이 이에 불복 계속 항고, 항소 끝에 94년 4월 29일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 15년형을 확정받고 94년 5월 17일 천안소년교도소에 수감 사건 발생 1년 6개월만에 범죄자를 미군으로부터 인계 받아 구속 수감시켰다.  

한편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불평등한SOFA개정국민행동은 故 윤금이 씨 추모 9주기를 맞아 '미군범죄희생자추모·SOFA전면개정을 위한' 노래판굿 봉  숭  아 공연을 10월 28일(토) 오후 5시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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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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