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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도 여지없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입니다. 5년전 제가 결혼식을 하던 그날도 이랬습니다.

하얀 웨딩드레스의 신부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었었습니다. 하얀 턱시도의 신랑은 씩씩하게 주례단상앞으로 행진을 했고, 천장을 바라보며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는 신부, 저와 신부를 바라보시던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눈가에는 깊은 슬픔과 장성한 딸을 바라보는 대견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푸르른 하늘에 두둥실 떠오를 것 같은 가벼움과 기쁨에, 신부를 등에 업고, 몇 바퀴를 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랑 김태섭군과 신부 김명주양의 결혼식을.."
그 날, 신부를 성(姓)고문한 결혼 사회자인 제 절친한 친구 놈은 찌푸려진 얼굴의 장인어른으로부터 하마터면 업어치기 한 판을 당할 뻔 했습니다. 허허.. 장인어른은 유도 공인 5단 등 단수 있는 무술만 도합 13단입니다.

가뜩이나, 딸을 늑대 같고 철없어 보이는 저에게 모든 걸 빼앗기는 매우 슬픈 날인데, 제 친구 놈의 몇 번에 걸친 실수로 혈압은 더 올라갔나봅니다. 하하..

작년 봄에 저도 그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친구에게 복수를 했습니다. 신부를 성(姓)고문했을 뿐만 아니라, 만세 삼창을 시켜 버렸습니다. 하하...^^

그 친구, 2년 전까지는 결혼자금도 없어 식도 못 올리고 부모님 댁에 얹혀 동거하며 살더니만 이젠 어엿한, 50여 명의 아까운 인재들을 거느린 잘 나가는 유망벤처기업의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저요?
저는 잘 나가던 -출근을 잘하던- 직장을 4년만에 그만 두고, 창업중소기업에서 근 1년을 열심으로 일하다가 그것도 올 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는 호시탐탐 떼 돈 벌 생각으로 벤처기업을 해보려다가, 얼마전 전혀 경험이 전무한 엉뚱한 사업제안(테마여행사)도 받았다가, 이건 아니다 싶고, 내 주제를 가까스로 파악하고는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은 오너보다는, 자본 없는 자본가보다는, 건강한 노동자의 삶이 더 좋은가 봅니다.

뼈 빠지게 일해도, 돈 몇 푼 가지고 일희일비 하더래도, 우리 예쁜 나영이와 평생 동지인 아내와 오손도손, 양가 부모님들께 할 도리 해가며 사는 삶의 소중함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가난한 날의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소시민 삶의 행복'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5년 전 오늘, 수 많은 내외빈들과 친구, 동문, 직장동료들이 저와 아내의 새로운 삶을 축복해주신 것처럼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겠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이제 '백수탈출'을 해서 새 직장에 나갑니다. 저희부부 결혼기념일과 저의 '백수탈출'을 축하해주신 지인들께 감사드리며, 첫월급타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쏘겠습니다.

오늘 저희 부부는 오랜만에 연극 한 편을 보았습니다.
소설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헨릭 입센의 <솔베이지의 노래>(원제 : 페르퀸트)라는 연극입니다.

망나니 같던 페르퀸트가 외모와 마음이 아리따운 솔베이지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홀로 돌아온 고향집에서 변함없이 그를 기다리는 솔베이지를 통하여 인생에 눈뜨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들려오던 솔베이지의 노래를 통하여 저도 인생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 17일이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날 쓴 글을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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