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 개혁을 원한다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최근 '신386'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기존의 386이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을 의미한다면 '신 386'은 "30년대에 태어나 현재도 팔팔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60대"란 뜻이라고 한다. 이 신조어에 따르면 조 의원도 '신 386'이라 할 수 있겠다.

"아이고 내가 '신386'이라니요. 허허."

조 의원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최근 민감한 사안에 386세대 정치 신인들과 소장파 의원들이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정치 개혁을 원한다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누구나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총회 같이 여러 의원들이 있는 곳을 논의 공간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말을 아껴서는 안됩니다. 하고 싶은 말에 대해 입을 다물다 보면 그것도 버릇이 되는 겁니다."

조 의원은 케네디의 "용기있는 사람들"이란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정치 개혁을 위해 소신과 양심에 살다간 선배들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실제 최근 국회의장 선출 건을 놓고 일부 젊은 의원들은 조순형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막상 추천하라고 했을 때는 아무도 추천을 하지 않았다.

"젊은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 놓치고 말았습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당론과 여론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것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겨내야지요. 정치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하지만 조 의원은 최근 여야 386 의원들이 사안에 따라서는 초당적으로 크로스보팅(자유투표제)을 한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며, 당은 마땅히 이들의 결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정당의 방침에 따를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분명히 독립된 입법부의 구성원이기도 하지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의무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양심에 따라서 소신 투표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헌법에도 보면 '국회의원의 임무를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즉, 양심에 따라 당론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민련과의 공조에 더 이상 연연해서는 안됩니다"

- 최근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복원 논의가 활발히 진척되고 있습니다. 정대철, 김민석 의원 등은 최고위원 경선 당시 자민련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자민련과의 공조로 마찰과 불신, 갈등과 대립에 빠짐으로써 국정 운영에 큰 지장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지난 4·13 총선 때 이미 공조는 파기된 것입니다. 이제는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대화와 협력으로 정국을 운영해야 합니다."

- 평소에도 내각제는 도입돼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각제는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 가장 적절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봅니다. 1948년 제헌국회 당시 헌법 초안이 내각제였는데, 만일 그 때 채택됐다면 지금 확고히 정착됐을 겁니다. 50여 년 동안 그렇게 헌법을 뜯어고치고도 아직도 대통령제니 내각제니, 중임제니 단임제니 하는 말만 나오면 큰 이슈로 떠오르는 정치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이어 "내각제 실시만이 여소야대의 혼란한 정국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당이 나라를 흔드는 결과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각제가 도입돼야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이 아니라 할 말을 하려 선거에 나섰던 겁니다"

조 의원의 의정 활동은 언론과 시민단체, 피감기관은 물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모범으로 손꼽힌다. 그 결과, 지난 해에는 소신과 품위가 있는 의정 활동으로 정치인의 귀감이 되는 국회의원에게 주는 제1회 백봉신사상을 받았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선정하는 '바람직한 의원'의 단골 멤버이기도 하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그는 국회 상임위와 국정감사 질의서를 준비할 때 원고를 직접 쓰느라 밤 늦게까지 의원회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의정 활동에 방해가 된다면 직접적인 민원 상담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심지어는 최고위원 출마자들의 지방 나들이가 잦았던 8월 초순 내내 그는 국회 의원회관과 도서관을 오갔다.

하지만 조 의원은 지난 1993년 최고위원 8명을 뽑는 경선에서도 8위와 140여 표 차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큰 표 차이로 13등에 머물렀다. 그의 정치 실험은 정치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시도였을까?

"총선이 끝나고 나서 지난 2년을 되돌아 보니 너무 갑갑하더군요. 집권당이 스스로의 위상과 입지를 제대로 잡지 못하니까 정치가 파행으로 치닫고 정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부가 정신을 차리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당선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실추된 당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나섰던 겁니다. 또 할 말은 하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그의 의원회관 집무실 벽에는 새뮤얼 울만의 시 '청춘'이 걸려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씩씩하고 늠름한 의지력,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의 청신함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