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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8월 29일 경기도 파주시청 시민정보센터 앞 장애인 주차장. 시청사 내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차량이동을 요구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10여분 뒤에도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주차 하지 않았는지 재차 이동을 요구하는 방송이 이어졌다.

일반차량이 장애인용 주차장 입구를 막고 차량을 세워놔 원천적으로 장애우들의 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에 이동주차를 요구하는 방송이었다.

40여분이 지났을까. 몇번의 방송이 나갔음에도 차량은 움직일 줄 몰랐다.

장애인용 주차장에 일반차량이 주차를 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장애인용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지 못하고 입구에다 주차를 하는 "얌체"행동을 하는 것이다.

1시간 가까이 지났을 무렵 차량주인이 나타났다. "왜 이곳에 주차를 하느냐. 방송을 못 들었느냐"는 시청직원의 물음에 "잘 몰랐다. 미안하다"고 짧게 건성으로 대답하곤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다.

차량이 빠지자 또 다른 일반인 차량이 장애자용 주차장 앞을 가로막고 주차를 한다. 시청직원의 제지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잠시 뒤 장애인 차량이 주차를 하고 50대 후반의 장애우 한 사람이 민원실로 들어간다.

시청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고양시 번호판의 한 중형차가 이번엔 장애인 차량 뒤로 가로막고 주차를 한다. 볼일을 마친 장애우가 한참을 기다린 건 당연한 일. 중형차의 주인은 일을 보고 나와서는 당연한 듯 미안하다는 말도 안한다.

며칠뒤 똑 같은 상황은 이날도 계속된다. 이곳은 항상 이렇게 일반인들의 차량이 장애인용 주차장을 막고 세워져 있다. 이제는 시청 직원들이 아예 일반인들의 차량들이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지켜서 있다.

민원인 조아무개씨(32.파주읍 연풍리)는 "민원인들이 조금 걷는 것이 귀찮아 주차장 입구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 오히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을 걷게 하고 있다"며 "장애우들이 주차를 시키려면 점프를 해야 주차를 시킬 수 있다"고 사람들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법으로까지 정해가며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장애인용 주차면. 그 기본 마저도 우리가 빼앗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우리".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에 대한 의식전환이 없는한 이런 구호는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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