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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생님께서 절대 저희들을 짝사랑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조금만 힘내세요. (중략) 선생님 가슴 아프게 해드리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선생님을 사랑하고 믿었다는 그 말에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다시 한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아이디:나는 바보)

최근 세칭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박정훈 교사(35. E여고 지구과학,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중서부 지회장)에게 보내는 한 제자의 글이다.

* 왜 지금 '민혁당'인가? - 1년 지난 뒤 줄줄이 연행
*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 끼얹는 '민혁당'구속사건
* '민혁당' 박종석 사건 지역 대책위 결성

지난 8월 23일, 2학기 개학을 이틀 앞두고 박 교사는 국정원 수사원들에 의해 연행된 후 지금까지 '민혁당' 연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교사에 대한 구명을 위해 그가 재직 중인 학교의 제자들이 발벗고 나섰다.

지난 8월 26일 E여고 홈페이지에 학생들 사이에 이번 사건이 알려진 후 8월 31일 현재까지 게시판에는 대략 500여 건의 관련 글들이 올랐다.

자신을 E여고 1학년으로 밝힌 아이디 '열혈OO인'은 박 교사에 대해 "한 학기밖에 수업을 듣지는 못했지만 선생님께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 외에 저에게 해 주신 것은 오직 좀더 바르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충고해주신 것 뿐이라고 확신한다"며 "선생님을 학교로 돌려보내 달라"고 관련기관에 호소했다.

또 아이디 '부러꽈3학년'이라는 한 학생은 "평소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별로 없었다"며, 하지만 박 교사가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에 대해 교육했다는 언론보도에 관해서는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사상이니 뭐니 알지도 못할 뿐더러 우리는 충분히 가려듣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교사로서 평소 그 분(박 교사)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왜곡될까 두렵다"고 박 교사를 걱정했다.

이외에도 박 교사의 구속을 두고 사회에 대한 비난과 실망감을 표시하는 학생들의 의견도 개진됐다.

아이디 '3학년영어과'의 학생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이게 뭔 소리입니까"로 박 교사의 구속에 대한 놀라움을 내비치고,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세상에 진실이란 게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부모들과 시민들에게 "선생님께 수업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분들은 함부로 떠들지 말아달라. 함부로 생각하는 것조차도 용납이 안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뛰어넘어 직접적인 행동을 조직적으로 벌이고 있다.

박 교사의 구속을 지켜보면서 "아무리 분노만 해봤자 소용이 없다. 여론형성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대학, 방송매체와 인권단체 게시판에 이미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지만 몇 사람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며 "글을 올릴 수 있는 모든 곳에 글을 올리자"(아이디: 재학생)고 호소했다.

또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 '직접적인 서명운동을 하자'는 제안과 '학부모들에게도 학생들이 나서서 사건을 잘 설명 드리자'는 등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한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 학교 졸업생, 교사, 다른 지역민 등 네티즌이 학생들에게 보내는 각종 격려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6기영어과'를 사용한 한 졸업생은 "(박 교사 구속)소식들에 가슴이 아픈 한편, 후배들이 참 똑똑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또 박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상교육을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남보다 진실하고 순수하셨던 선생님에 대한 추억에 지금도 가끔 혼자 미소를 짓는 제자일 뿐"이라며 일각의 주장을 부인했다.

또 대구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학생 여러분의 정의를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교사의 구명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한편 박 교사의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E여고 박아무개(17) 양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선생님 모습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주시면서 (제자들을) 걱정해주신 선생님을 간첩이니 뭐니 하며 왜곡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왜곡·편향된 언론보도에 대해 분노했다.

또 박 양은 앞으로 "선생님을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서명운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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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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