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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인 나이든 여성이 심장이 방망이질을 하고 잠을 잘 이룰 수 없다며 보건소로 진료 받으러 왔다.

그 여성은 남북이 가로 막히기 전에 남으로 내려온 남편을 만나러 2, 4, 8세였던 자녀들을 시숙네 가정에 맡기고 내려왔다가 그대로 헤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 몇년간은 남편과 함께 눈물로 지냈으나 세월이 오래되다 보니 그만 잊고 살게 되었으며 다른 자식을 낳아 그 자녀가 40대 후반이라 했다. 그리고 몇년 전에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했다.

김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이산 가족이 만나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위에 말한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같이 살고 있는 아들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라 했지만 자신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북쪽에서 찾는 명단 속에 자기 이름이 들어 있는지는 살피고 있다 했다.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 때가 오면 자신이 고향에 가 보아 그 자녀들의 생사여부와 소식을 알아볼 생각이지만 지금은 고민이 너무 많다 했다.

그 자녀들과 현재의 아들, 며느리가 잘 어울리지 못했을 경우에 초래될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지레 겁이 나고 이산된 북한 가족들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너무나 걱정이 된다 했다.

50년이나 다른 사회에서 살아왔으니 서로 사고방식이 다를 것인데 그것을 극복할 자신이 없다며 한숨 쉬는 그 여성을 보니 우리 사회가 통일로 인한 갈등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임을 실감했다.

나는 그 여성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며 사람이 어려움을 만났을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극복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안될 땐 받아들여 버리면 갈등이 없어져 가슴떨림이랄지 불면증 같은 노이로제 증상이 없어진다는 정신의학 지식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정신의학 책소개를 해주고 북한에서 통보해오는 명단 중에 그 여성의 이름이 들어 있으면 만난다는 결심을 하고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말한 후 웃으면서 진료실을 나갔다.

남북정상이 만남으로써 우리 사회가 준전시적 상태에서 평화적인 분위기로 들어가고 있지만 위와 같이 만남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고 또 통일을 반대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어느 대학교수의 설문조사 결과도 있으니 북한 사람들의 이질성을 내 이웃의 것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가치판단을 하지 않음으로써 비교하지 말고 정보만 제공하는 갈등 중재자의 역할이 통일된 독일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 사회에도 이런 갈등 중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준비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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