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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한 달이 지나면서 주위의 변화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식할 수 있는 변화의 스펙트럼은, 작은 일에서부터 커다란 문화적 충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제 겨우 한달 남짓 미국 생활을 한 새내기로서 겪는 일이라는 것이 고작 장님 코끼리 만지듯 아주 편협하고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신 분들에 비해 제가 겪는 일이, 한국에 계신 분들이 느끼실 수 있는 호기심이나 공감대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봅니다.

'미국'하면 왠지 '실리콘 밸리'나 '인터넷'같은 첨단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막상 와 보니 그런 이미지적 첨단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 참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편지 쓸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편지를 보내는 일이 전화를 걸거나 이 메일을 띄우는 것에 비해 반드시 뒤쳐진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발달과정에서 보면 앞서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엄밀히 말하자면 '우편을 이용하는 일'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군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전기세나 전화세 같은 공과금을 납부할 때 그렇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지로용지가 오기 때문에 은행에 가서 납부하거나 자동이체로 계좌에서 저절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곳 미국의 경우에는 각 회사에서 사용료 내역과 함께 발송용 고지서를 보내줍니다. 그것을 받은 사용자는 그 고지서와 함께 그 금액 만큼의 수표를 우편으로 보내면 됩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직접 해당 사무소에 가서 내거나 자동이체를 신청할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편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경험이 짧은 저로서는 '~합니다'라는 단정형의 문장을 쓰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두 번째의 예는 소위 '리베이트(rebate, '환불' 혹은 '할인'의 의미)'라는 것입니다. 상점에 가보면 어떤 물건의 가격표에 정가와 함께 리베이트 금액이 적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그 물건의 정가에서 리베이트 만큼의 금액을 빼준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그 리베이트 금액은 즉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은 정가대로 지불하고 그 영수증을 첨부해서 물건을 만든 회사로 신청을 하면 나중에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편으로 신청을 하고 우편으로 돌려줍니다.

모든 물건이 다 리베이트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 그 물건을 만든 회사가 특별히 지정한 물건에 한합니다. 그러나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물건은 포스트-잇(post-it)이라는 작은 메모지에서 부터 컴퓨터 혹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렇게 몇 가지의 예만 보아도 한국보다 우편을 이용 할, 혹은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편지보다는 이 메일이 익숙한 저 역시 이곳에 와서 편지봉투와 우표를 사야만 했습니다.

제가 우편을 이용하면서 놀랐고 또한 지금 하려는 사소한 제안 역시 '우표'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미국에서 우표를 사보신 분은 벌써 눈치 채셨을지 모르지만 미국 우표는 스티커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모았던 미국 우표는 스티커가 아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그리 옛날부터 스티커 우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산 우표의 발행연도가 1998년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그 이전부터 이렇게 스티커로 제작되었겠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우표의 스티커화라... 제한된 수의 '수집용 우표'를 제외하면 우표란 그 제작에서부터 어디엔가 붙여지기 위해 만들어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단순히 뒤에 풀칠을 해서 침 혹은 물을 발라 사용하도록 만들기 보다는 스티커로 만들면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훨씬 덜어질 수 있겠지요.

기우에서 하는 말이지만, 저는 지금 단순히 미국 물건이나 미국 시스템을 칭찬하고자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미국에도 안 좋은 물건이나 시스템이 많다는 말을 덧붙여서 제법 형평성 갖춘 이야기로 치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 단지 아주 사소한 인식의 전환이 많은 사람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그러한 방법들을, 누가 개발했던지 간에,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정보통신부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우리나라 우표도 스티커로 만드는 것을 정식으로 검토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사족 하나, 혹시라도 현재 우정사업본부에서 이러한 스티커 우표를 발행할 계획이 있는데 괜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닌가 싶어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등 여러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검색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족 둘, 위에 보시는 미국과 한국의 우체국 표식을 얻기 위해 각 홈페이지를 뒤졌지만 우리나라의 표식은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위의 빨간색 도안과 그림은 제가 약간 손을 본 끝에 만들어 졌습니다.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통합작업(CI)등을 통해 각 회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아직 우체국에서는 - 적어도 홈페이지에서는 -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위의 표식을 각 우체국을 포함한 우정사업본부 산하 모든 홈페이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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