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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글은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경찰학 박사)가 MBC C기자 사건에 대해 쓴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표 교수의 동의를 얻어 이 글을 전재합니다. 표 교수는 "제 글에 대해 의견을 주시거나 제 답변을 바라시는 분은 제게 이메일(cwpyo@cwpyo.com)을 보내거나 제 홈페이지(http://crime.pe.kr)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표창원 교수입니다. 전직 경찰관이기도 하구요.

어제 저녁 어떤 파출소 경찰관의 전화를 받기 전 까지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분과의 장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부족하나마 제 글이 상황의 정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좁은 소견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첫째, 저는 MBC C모 기자가 당장 기자로서의 직업정신을 망각하고 잘못을 저질렀음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피해물품과 해당 경찰관들에게 끼친 정신적 행정적 손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법 위반자들에게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변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치국가에서는 법에 위반된 행동은 법에 따라 처리되어야 하며 그 이외의 사연과 변명들은 단지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법처리", "집단소송"의 방법을 경찰도 사용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 가능한 한 국민의 실수와 어려움과 문제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중단시키고 스스로 깨닫게 하여 '범죄자'로 낙인찍히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경찰을 상대로한 실수와 잘못이라고 해서 더 중하게 다루어서는 안되겠지요.

C모 기자와 소속 언론사 관계자 등은 명백한 실수와 잘못에 대해 더 이상 감추고 미화하고 왜곡하여 안 그래도 격무와 박봉에 사기가 저하되어 있는 경찰관들을 자극하고 능멸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회정의의 수호자 언론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며 그에 앞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길입니다.

둘째, 현재 경찰청에서 해당 경찰관들을 소환하여 상황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견해는 그 동안 신창원 사건의 초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었지만 경찰관이 기자 등 외부인과 갈등을 일으킬 때마다 무조건 해당 경찰관을 징계(또는 불이익 조치)하여 사태를 수습해 보고자 하는 경찰 상층부의 관행은 이번 기회에 뿌리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서 해당 경찰관들이 조금이라도 잘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잘못한 부분이 없을 가능성과 함께. 하지만,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없이 무조건 하위직 해당 경찰관에 대해서는 일단 "물의야기"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한 이번 상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묘하게도 어제 오늘 우리의 언론은 블레어 영국 수상의 아들이 미성년 음주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에 경찰관이 대통령이나 고위 정치인, 또는 유력 언론인의 자제를 그런 '사소한' 사유로 체포했다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셋째, 경찰관 여러분께서는 조금 차분해지시고 이성을 찾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최근의 의사 폐업사태에서 결코 의사들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정부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시행을 강요하였고 의약계의 현실이 비정상과 불투명으로 점철되어 있는 상황을 타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 수입의 절대감소를 의미하는 새 제도 시행을 한다는 분명한 명분이 있음에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손에 쥐고 있는 의사들이 이를 담보로 집단이기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당연히 화가 나시겠죠. 순경이라는 계급으로는 결혼하기도 쉽지않고, 쥐꼬리만한 봉급으로는 가계 꾸려나가기도 여의치 않고, 높은 간부 양반들은 마치 하인 부리듯 이것저것 시켜대면서도 정작 어려움에 처하면 나몰라라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다칠세라 앞서서 징계조치하고, 밤마다 파출소, 경찰서를 채우는 술취한 사람, 싸우는 사람, 사기, 절도, 강도 용의자, 피해자, 목격자들 서로가 소리치며 경찰관이나 경찰 무서워하는 기색도 이제는 찾을 수 없고... 거기에 기자 양반들은 검사 못지 않은 상전이 되어 마음대로 들락거리며 서장이나 과장들하고만 상대하며 말단 경찰관들은 우습게 알고...

하지만, 분명히 이번 사건을 그런 쌓인 불만의 표출창구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의사들처럼 집단이기를 위해 뭉치고 몽니부려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기화로 이를 악물고 경찰을 찾는 고객들(용의자, 피해자, 참고인, 민원인...)에게 더욱 친절하게 더욱 자세하게 안내하고 더욱 정확하게 일처리하고 더욱 강력하고 확실하게 법집행 하여야 합니다. 이번 사건 관련자 개인분들에게 필요이상의 강요나 부담을 지워서는 안됩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보다 성숙하고 프로다운 자세로 일선 경찰관들의 참된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넷째, 언론인 여러분께서는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과 기자의 윤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사회의 공기'로서 여러분의 사명은 크고도 무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사람이상의 접근권과 자유를 여러분께 드리지 않습니까? 그것은 어찌보면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자신의 이익에 앞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겠노라고 맹서를 하듯 여러분들이 기자로서의 직업정신에 의거 독립적이고 양심적으로 총칼보다 무서은 펜이라는 무기를 휘두르겠노라고 맹세를 하였기에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중의 일부가 습관처럼 해 오듯 기자의 특권을 다른 보통사람들을 무시하고 능멸하는데 사용하고 언론의 사명과는 상관없는 이권개입이나 인사청탁 등에 사용한다면 더 이상 언론의 특권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남의 눈의 티끌은 쪽집게처럼 집어내면서 자기눈의 들보는 감추려하듯 동료 언론인의 잘못에는 침묵이나 왜곡의 의리를 과시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은 '우리들의 대변자'로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경찰관이 경찰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편파적으로 처리하고 판사도, 공무원들도 그렇게 한다면 도데체 이 나라가 어찌 되겠습니까?

다섯째, 시민단체와 국민여러분께서는 보다 경찰에 대한 관심을 높여 주시고 그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 경찰의 잘못에 대한 채찍은 아주 감사하게 잘 받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고쳐나가고 있구요, 그 와중에 '왜 우리만 손해보느냐'는 경찰관들의 볼멘 소리도 있었지만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이제 경찰의 애환과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가지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셔야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번 사건에서 보여지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위직 경찰관들의 '더이상은 못참겠다'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통 상전에 압력과 청탁 덩어리인데다가 인간답지 못한 근무환경, 열악한 보수, 사회의 과장된 냉대속에 우리 경찰관들은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은 국민의 일원이 아닙니까?

분명히 15만이나 되는 경찰관중에는 나쁜 사람도 있고 실수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이 잘못되고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회의 다른 조직들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발견되지요. 우리가 경찰관중에 그런 사람을 보면 더욱 화가나고 열받지요. 그것은 그만큼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갖는 중요성 때문입니다. 서로 의견이 맞지않아 싸우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위험에 봉착했을 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심판자로, 든든한 경호원이요 수호자로 우리 곁을 지켜주어야 할 "신뢰의 상징"이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그 역할의 중요성만큼의 근무환경과 생활보장을 해 주어야 기본적 예의 아닙니까?

앞으로도 계속 경찰의 잘못 꼬집어 주시고 비판해 주세요. 하지만 대책과 대안 없는 비난의 연속은 문제해결은커녕 오히려 인간의 참을성을 극한으로 내 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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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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