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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원도에서 보물을 찾아냈다. 그곳을 발견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오지마을을 가려고 정선군 임계면에서 내렸다. 목적지인 '백전리'라는 오지마을은 임계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가량 더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일정에 지장이 생겼다.
임계터미널에서 내리니 백전리 가는 버스 막차가 도착하기 5분 전 끊긴 것이다. 그 때 시각이 오후 7시 35분.
'어쩐다?..'
고민하다가 버스터미널 바로 앞의 임계면 개인택시조합사무실로 들어섰다.

택시기사 한 분이 계셨다.
백전리까지 가는 데 거금 3만원을 주어야 한단다.
그럴 거면 차라리 임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도 같고. 고민하고 있는 내가 안스러워 보였나보다.

"그러면, 내가 손님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한적하고 좋은 곳이 있는데 그리로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글쎄요."

"백전리보다 길은 좋은 편이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 만큼은 받아야 하는데, 마침 내가 그쪽에 볼일이 있어서 가야하니 1만 5천원에 모셔드릴게요, 어때요? 절대 후회는 안하실 거에요."

후회하면 볼일을 보고 다시 데려다 주겠다는 기사아저씨의 다짐을 받고서야 택시에 올라탔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가 이번에 여행하는 목적은 편하게 다니려고 한 것은 아니었기에 망설였던 것이었다.
'일단 한번 가보자. 내 맘에 안들면 다시 되돌아오면 되지.'

42번 국도를 타고 정선쪽으로 다시 되돌아 나오다가 33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한 20분 쯤 달렸을까.
"여기부터가 수암계곡입니다. 저기 폭포 보이시죠, 그 앞에 '숙암산장'이라는 팻말 보이구요?"

'앗! 저럴 수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100미터는 되어보이는 산봉우리에서 바위들이 드러난 산중심을 가르며 힘차게 폭포수가 내리 꽂히고 있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내가 찾던 바로 그 곳.
집이 세 채 정도 밖에 없는 산골마을이었다.

그런데, 들어선 산장 시설은 놀라웠다. 겉에서 보기엔 그저 모텔 정도의 평범한 산장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콘도식 민박모텔이었다. 각 방마다 자그마한 주방이 따로 있었고, 각종 취사도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런 산골에 이 정도 산장이 있다니.'

가족단위로 와도 좋을 듯 싶었다. 더구나, 폭포수 바로 맞은편 개울가에 산장이 있어서 모든 생각을 잊고 폭포수를 감상하고 밤새 물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처 저녁준비를 하지 못한 나는 주인아주머니가 주신 라면과 김치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낮에 내리던 비로 잔뜩 흐렸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어 있었다. 폭포수가 흐르는 산의 골짜기 사이로 금방이라도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내릴 것만 같았다.

"별 하나 떨어져 새벽으로 곤두박히면
이 가슴에 창문 하나 낸다."

개구리와 풀벌레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보여주지는 못해도 폭포수와 냇물소리라도 들려주고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가로등 하나만 서 있는 어두컴컴한 계곡 마을을 겁도 없이 산책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무척 피곤한데도, 오랫동안 잠이 오질 않아 시집 한 권을 거의 다 읽고서야 잠을 청했다.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서 그런지, 밤새 폭포수소리와 냇물 흐르는 소리, 풀벌레 소리가 내 잠자리까지 따라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의 산골마을 풍경 또한 장관이었다.
산봉우리에서부터 내려와 드리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운무가 연출하는 풍경에 나도 그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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