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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출근길이었습니다. 신사동 영동소방서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오는데 생활정보지 게시대에 막 봉고차에서 내린 한 사내가 신문을 꼽고 있었습니다.

신문을 꽂아둔 사내는 황급히 봉고차로 달려가 사라졌습니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었죠.

결혼준비를 서서히 하는 터라 집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 정보지를 한부 집어들었습니다. 뽑아든 신문 첫면엔 동전만한 땀방울이 여기 저기 얼룩이 져 있었습니다. 방금 사라진 그 사내가 흘린 땀방울이었던 모양입니다. 순간 신문에 배여든 그 땀방울이 찝찝하게 느껴지기보단 참으로 아름답게 생각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연일 30도가 훨씬 넘는 무더위에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을 겁니다. 도시인이라면, 특히나 자신을 화이트칼러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원한 냉방이 갖춰진 사무실에서 시원하게 일하고 싶을 겁니다. 물론 저도 비슷한 바람이고요.

하지만 이 아침 출근길에 생활정보지를 뽑아들고 경험한 느낌은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땡볕같은 더위에 참으로 진정한 노동을 통해서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무더위에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 그동안 만났던 농부들의 영상이 머리속에 파노라마처럼 흘려갔습니다 - 농부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와 고마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땀흘려 생산하는 생산민중이 있기에 그것에 기반한 사회적 삶과 생존을 위한 밥상과 식사가 가능한 것입니다.

"노동만이 소중하다, 온몸으로 부딪치며 일하는 사람만이 세상의 주인이다" 이런 거창한 말은 하지 않으렵니다. 그것의 소중함을 인정하면서 "지식노동과 지식에 기반한 경제행위도 육체노동이나 몸으로 뛰는 영업 만큼이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함을 인식합니다. 그 역시 인간의 노동이며 사회적 재부와 물질재화를 생산하며 유통하는 일이니까요.

땀 한방울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생각해 봅니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사이트를 찾아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의 공백에서 인내하는 노동(이것도 노동이므로)과 그것을 사람을 위해 진정 아름다운 가치와 이념으로 전환하는 행동의 실천성을 도외시한 채 외형만을 바라보는 단순한 사고가 육체노동, 몸으로 뛰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면 존재함을 봅니다.

반대로 "육체노동은 천박한 것으로 생각하며 골치 아픈 것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풍조와 시각"이 화이트칼러 계층이나 신세대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쥔 사람들의 인식에 단단히 또아리를 틀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생산과 사회적 활동에 기초한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습니다. 부를 창조하며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가의 노동이 아닌 이상 노동은 평등해야 합니다. 그것이 몸으로 뛰는 노동이든, 정신과 지식에 기반한 노동이든간에 서로의 존재와 역할을 존중하며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각각의 프로세스와 역할에 기초한 생산량 할당과 실적에 대한 공정한 대우가 존재할 때 우리의 사회적 노동은 왜곡된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의 양식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얼마전 의사들의 대대적인 폐업이 있고나서, 공권력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여론 뒤에 연약한 임산부와 여성노동자, 파견근로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며 연행한 경찰의 공권력을 생각합니다. "때린 놈은 기억하지 않지만 맞은 사람은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자들을 우대하지 않은 이 사회는 분명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닙니다.

땀 한방울의 의미를 갖고 이렇게 확대해석한 생각의 실타래를 접습니다. 이제 손수건 한장 뒷주머니에 넣고, 취재도 나가고 열심히 사람도 만나고, 세상 사는 다양한 방법도 배우렵니다.

오늘도 무지 더운데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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