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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환호하고 있지만, 같은 순간에도 오히려 그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한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켰던 많은 전염병이 극복되었지만, 지금도 인간의 수명연장의 의지를 무색케 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에이즈를 비롯한 전염병이란 사실 역시 이 환호 속에 묻혀버린 듯하다.

국제적십자사가 6월 28일 펴낸 `세계재앙 보고서'에서는 1945년 이후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2300만명인데 비해, 에이즈·결핵·말라리아만으로도 1억 5천만명이 죽었으며, 전세계적으로 매시간마다 3백명이 에이즈로 죽어간다고 밝혔다.

현재 르완다에서는 1980년에 비해서 기대수명이 10년이나 낮아진 42세라고 한다. 1980년은 르완다에서 처음으로 에이즈 바이러스의 존재가 확인된 해였다. 물론 이 바이러스를 에이즈 바이러스로 명명하게 된 것은 몇 년 후의 일이지만 말이다.

르완다의 전체 인구 중 6%가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고, 성적 접촉이 활발한 12세에서 49세의 인구 중에는 11.1%나 된다고 한다. 중앙 아프리카의 병원에서는 한 침대를 두 명의 에이즈 환자가 사용해야 할 정도로 환자가 넘쳐 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포함된 아시아는 어떤가. 아시아 국가들에서 에이즈 감염은 1980년대에는 낮았지만,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한번 도입된 후 급격히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990년대에 들어 인도와 타이는 급격한 감염자의 증가로 세계에서 에이즈 감염이 가장 흔한 지역이 되었으며,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보고서는 아시아가 15년 이내에 아프리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에이즈환자 보유지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국가 캄보디아는 임산부에서 감영률이 1992년에는 0%였다가 1997년에는 3.2%로 늘었다. 임산부라면 그다지 에이즈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들임에도 3.2%라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향락산업종사자에서 감염률은 1998년에 43%이므로 2명 중 1명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야 할 지경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3400만명의 감염자와 140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매년 600만명 이상이 새롭게 감염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우리나라는 에이즈의 안전지대인가?

한달에도 수만명이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고, 남자 대학생의 거의 50%가 성교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수백만에 이르는 향락산업 종사자들을 두고 은밀한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성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국내 에이즈 감염자의 직업 중에 현직 탤런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 국립보건원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 수는 공식적으로 3월말 현재 1122명으로 251명이 목숨을 잃었고, 현재 179명이 증상이 나타난 환자이며, 682명은 보균자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이들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정부의 감염자 정보관리의 소홀을 주로 문제 삼았는데, 오히려 문제는 에이즈 감염자 정보를 사회와 격리시켜 비밀리에 관리하는 현재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에이즈 감염자로 밝혀진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에이즈 예방과 퇴치를 위한 캠페인을 하는 장면들이 심심찮게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즈가 주로 성접촉에 의해 전염된다는 이유로, 에이즈를 질병으로서가 아니라 도덕적 타락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앞서 있고, 많든 적든 감염자와 관련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에이즈는 자신과는 무관한 ‘먼 나라의 일’정도로 인식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이즈 정책이, 에이즈를 현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실질적인 예방법이나 감염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문제 등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질병이며, 감염자도 많지 않은데 일부러 멀쩡한 사람에게 걱정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서 취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가 처한 조건은 더 이상 소수의 감염자 위주의 정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임을 경고하고 있다. 감염자의 급격한 증가를 막을 뾰족한 대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도 정부가 파악하고 있지 못한 감염자나, 스스로도 감염사실을 모른 채 살고 있을 잠재적 감염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며, 갈수록 일상생활에서 감염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과, 감염자 관리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비감염자들에 대한 예방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 전환이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감염자는 단지 질병으로 고통받는 한 사람의 환자일 뿐이라는 인식과, 비감염자와 감염자가 일상적으로 어울려 사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더불어,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적극적인 에이즈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에이즈의 전염경로와 예방"에 대해서는 다음번 기사에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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