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춰버린 제비. 모내기철이면 전기줄과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았던 제비가 환경오염과 현대화에 밀린 탓인지 요즘은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도심의 한집에만 매년 찾아오는 제비가 있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3리 박용순 씨(68) 집에 사라졌던 제비가 3년 전부터 찾아와 처마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다. 집주인인 박씨는 이 제비를 극진히 보살피고 아껴 올해도 4마리의 새끼가 잘 자라 둥지를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친구이자 재롱둥이인 제비가 매일 아침 "지지배배" 짖어대는 소리에 잠을 깨곤한다.

박씨는 이 제비가 "쟤들이 분명 지난해 알에서 깨어난 애들이야"라며 자신이 지난해 돌봐준 제비가 다시 찾아왔다고 믿으며 반기셨다. 이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제비들은 편안히 벌레들을 잡아다 먹이며 새끼들을 기르기 시작했다.

3년 전까지 박씨의 집에도 제비는 찾지 않았었다. 집을 신축하면서 제비들이 집 지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는지 찾지를 않았다. 그러다 3년 전 어느날 봄의 진객인 제비가 찾아왔다. 그리고 매년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올해는 5개의 알을 낳았다. 5개의 알이 모두 부화돼 잘 자라는 듯 하더니 어미가 4마리만 남기고 제일 성장이 부실한 한 마리를 둥지에서 밀어 떨어뜨렸다.

긴 장대에 거울을 달아 제비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오던 박씨는 떨어진 새끼를 둥지에 다시 넣어주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어미는 새끼를 밖으로 밀어냈다. 박씨는 떨어진 새끼가 불쌍해 바가지에 담아 들고다니며 파리를 잡아 먹이는 등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폈다. 잘 자라길 바라며 애지중지 보살피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동네 어린이들도 할머니의 "제비 살리기"에 동참, 벌레들을 잡아다 주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의 이런 정성에도 제비를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박씨는 죽은 제비를 인근 공터에 묻어주고 "미물이지만 제비 어미도 슬퍼 울었을 거야"라며 마음 아파했다.

박씨의 제비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제비똥이 떨어져 바닥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문조차 없는 고통때문에 자식들이 투덜거려도 "이것들도 살아있는 생명이고 얼마나 예쁘냐"며 타이르시곤 했다. 그리고 어린 손주들에게 흥부와 제비얘기를 들려주며 "얘들이 강남가서 뭔가를 가져올거다"라며 착한 심성을 가질 것을 요구하시기도 한다.

새끼가 죽은 지 수일이 지난 지금 박 할머니의 집에는 강남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4마리의 새끼가 어미가 물고올 먹이를 기다리며 목을 쭉 빼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