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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는 '국가적 축제'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요즈음에도 서울 한 구석에서는 민중들의 절규가 흘러나오고 있다.

올들어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는 없다느니 IMF를 졸업했다느니 말하고 있지만 IMF 이후 소수의 가진 자들은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대부분의 서민, 빈민들은 더욱 가난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5대 95의 사회가 바로 현실이다.

아직도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으며 정부는 2000년 실업예산을 50% 이상 축소하고 공공근로사업은 3/4분기에 급격히 감소, 실업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특히 현 시기 실업 문제의 심각성은 고연령, 저기능, 저학력, 여성실업자, 장애인 실업이 장기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행해 왔던 공공근로사업은 이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생존 수단이 되어 왔다. 공공근로임금은 장기실업자들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임금차원을 넘어 생존임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장애인들은 고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실업률은 높고 그나마 거리의 노점상으로 철거와 단속의 위협 속에 내몰리고 있다.

또한 오늘날 장애우들이 직장도 없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비리는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어 장애인 실업인들을 더욱 허탈케 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기업을 설립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장애 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방법으로 20여억원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가로챈 기업체 대표와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원 등 18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뇌물을 받고 눈 감아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본부 총무부차장 이민철 공단 부산사무소장 임상덕씨 등 공단 직원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무릉도예 대표 이씨는 도자기공장을 만든 것처럼 꾸미고 장애인 8명을 실제로 고용해온 것처럼 사업자 등록증과 장애인고용 증빙서류 등을 위조, 공단으로부터 시설융자금 2억 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하반기 공공근로 사업에 대하여 불명확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공공근로사업 예산확보에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실업자 연대와 장애우일할권리찾기연합(일명:일권련) 등 전국실업극복단체 연대회의에서는 오는 6월 17일 오후 2시 장기실업자를 위한 실업대책 수립 촉구와 공공근로사업 축소 반대를 위한 전국결의대회를 주최하기로 하였다.

주최측은 장기실업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공공근로사업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이의 유지, 확대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지자체의 자치예산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장기실업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현실적인 실업대책을 즉각 마련하도록 실업예산 확대 또한 이루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0월부터 시행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안에는 자활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시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기초생활의 보장이 국가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획기적인 법률로 인정되어지나 그 대상자를 지난해보다도 더욱 축소된 154만명으로 예산상 제한을 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한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가 거론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예산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어 이후 법률 시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기법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자활예산 확보, 수급권 탈락자 구제책 마련, 민간 실업 관련 단체의 참여 보장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제 한국사회의 실업은 경기적 실업이 아닌 구조적 실업으로 고착화되어가고 있으며 실업률 몇 %, 실업자 몇 명이라는 숫자적 문제가 아닌 질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식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즉 그 심각성은 고용불안과 실질 소득 저하, 장기실업과 빈곤,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데 있다.

최근 들어 평택의 에바다 천막 농성 등 여기 저기에서 민중들의 절규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상회담이라는 축제 때문에 지난 총선의 낙천 낙선운동 때와 같이 시민 단체들이 일시 휴업한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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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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