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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일 오후 3시31분 프레스센터 안

롯데호텔 2층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는 분단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12일 오후 3시30분 현재, 프레스센터에 들어와 있는 외신은 총 23개국에서 122개 매체 431명이다. 그 중 일본이 22개 매체 183명으로 가장 많으며 미국 18개 매체 71명, 프랑스 15개 매체 24명, 영국 9개 매체 43명 순이다. 러시아에서도 2개 매체에서 3명이 들어와 있다.

국정홍보처는 뒤늦게 신청하는 기자들을 위해 프레스 카드를 만드는 컴퓨터 10대 및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기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기자들이 한 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국정홍보처는 오늘 저녁까지 약 173개 매체 503명의 외신기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프레스센타에서는 방북단이 북한으로 떠나는 13일부터 매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에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정례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또한 내외신 기자실 정면에 마련된 대형 멀티미디어 화면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합동취재단이 보내오는 영상화면이 편집없이 방영된다. 각 기자실에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깔려 있어 기사작성의 편의를 돕고 있다.

○…프레스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던 11일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비어 있었던 이곳은 방북 하루전인 12일 대부분 자리가 들어찼다. 아직 방북 전인 만큼 취재열기는 그리 뜨겁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두 외신은 왜 우리 자리가 경쟁사 옆에 붙어 있냐며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세계 유명사인 두 외신은 번갈아 가며 원고작성이 뻔히 보이는 경쟁사 옆에 있을 수 없다고 요구해 자리를 바꾸는 해프닝을 빚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영화같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세퍼트를 앞세워 프레스센터를 한바퀴 도는 것. 폭발물을 탐지하기 위해서이지만 이들의 출연을 가장 반기는 것은 카메라기자들이다.


6월12일 오후 5시30분 프레스센터 밖

12일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롯데호텔 서울프레스센터와 달리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곳이 있다. 프레스센터 밖 롯데호텔 입구. 이곳에서는 롯데호텔 노조가 13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42%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봉사료 잉여금 지금 ▲IMF로 인해 55세로 낮춰졌던 정년의 57세로의 환원이다. 그러나 롯데호텔 노동조합은 자신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롯데호텔에 하필이면 분단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들어선 것이 부담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9일 새벽 0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갔던 롯데호텔 노조는 한때 '남북정상회담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이에대해 롯데호텔 요리사였던 조길성(44세)씨는 "남북정상회담을 이용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사측"이라며 억울해했다. 노조측은 지난 3월말부터 노사간 교섭이 진행되어 왔고, 그것이 결렬되자 자연스럽게 파업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파업 다음날인 10일 한때 나돌았던 공권력 투입설은 이곳에 쏠린 내외신 기자들의 눈과 노조측의 프레스센터 정상운영 약속으로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노조측에서는 "우리도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과 대자보를 내걸고 있으며, 노조측과 회사측 모두 정상회담 기간에는 서로 강력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롯데호텔 전 조합원인 1200여명. 롯데호텔 정규직 직원은 모두 파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전체 직원의 60%에 이른다. 현재 롯데호텔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직원, 그리고 긴급투입된 대체인력으로 일상 호텔업무 및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업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은 파업전에 비해 그야말로 '눈코뜰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 정규직인 이들은 정규직원들이 벌이는 파업에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내건 중요 요구조건 중 하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이기 때문. 프레스센타에서 서빙을 보고 있는 한 비정규직 여직원은 "우리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맙다"고 말했다.

매향리 사격장 폭격과 같이 이곳도 55년 만에 처음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다. 비민주적으로 유명한 롯데에서 13년만에 처음 일어난 파업이니만큼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호텔 현관로비에서 프론트를 보고 있는 한 비정규직 남자 직원은 "지금은 사측의 눈치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우리도 밖으로 나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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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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