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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의지할 곳이 없는 출소자들을 모아 돌보며 새 삶을 살도록 보살펴 온 목사가 있다.

은평구 진관내동 481번지에 위치한 '한마음 쉼터 선교회'의 김순회 목사(57).

11년 전 자신의 신장을 떼어 죽어가는 출소자 가족에게 기증하면서 시작된 무의탁 출소자들과의 인연.

이제는 자신의 집도 팔고, 아내가 동대문에서 500원짜리 커피를 팔며 모은 돈으로 한마음쉼터를 운영하면서 교도소가 아니면 한 몸 누울 자리가 없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무의탁 출소자들과 생활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고달픈 인생길에서 한 순간의 잘못으로 범죄자가 된 이들이 겪는 고통과 회한의 눈물은 우리 사회 모두가 감싸 안아야 할 공동의 과제." 라고.....

하지만 무의탁 출소자들의 새 삶의 터인 '한마음 쉼터 선교회'가 불법 건출물이라는 이유로 폐쇄위기에 놓여있다.

재 은평구 진관내동에 위치한 '한마음 쉼터 선교회'는 구파발에서 화훼농원을 하는 한 독지가가 선교회가 98년 여름 정릉에서 월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쫓겨날 형편에 처해있는 것을 알고 100여평의 화훼농원을 임대해 준 곳이다.

그런데 비닐하우스에 불법으로 방을 만들어 출소자들이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청에서는 불법건축물로 지적, 7번의 퇴거 계고장에 이어 이제는 검찰에 고발 조치 후 강제 철거할 예정이다.

'한마음 쉼터'는 무의탁 출소자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의식주를 무료제공하고 신앙과 생활 훈련을 통하여 갱생자립을 선도하는 곳이다.

현재 '한마음 쉼터'에는 청송감호소 출소자 20여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32세에서 72세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배운 것은 도둑질, 내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냈다"

봉수(64세, 전과 13범, 32년 5개월 수감)씨는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군에 입대해 탈영을 하다가 전과자가 되었죠. 출소해서 갈 곳이 없더라구요. 배운 것도 없고, 가족도 없고. 결국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그는 목이 메이는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한마음 쉼터에서 생활한지 1년이 지났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잘 곳과 먹을 것이 해결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성(33세, 전과 7범, 6년 1개월 수감)씨는 교도소는 프로 범죄인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고 말하며 큰 한숨을 내 쉬었다. "갱생보호소의 재활 프로그램은 엉망입니다.

형식적인 것에 머무르지요.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에 대한 독기만 키워왔죠. 그러다가 김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2년을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이제는 자립의 꿈을 키우고 있죠."

청송 감호소와 교도소에 5천명의 재소자들 중 85%이상이 재범자들

소자들이 한마음쉼터에서 6개월을 견디며 지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6개월을 별 사고 없이 견딘 사람들에 대해선 김 목사도 안심을 한다.

그리고 그 기간이 1년으로 연장되면 1년 동안 공공근로나 건설현장의 일당잡부로 나서 모은 돈을 들고 이 곳을 떠나게 한다. 지난 11년 동안 그렇게 해서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250여명에 이른다. 물론 개중엔 다시 교도소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지만.

국의 42개 교도소와 감호소에서는 1년에 9,500여명이 출소한다. 그중 2/3인 6,500여명은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나머지 3,000여명의 무의탁 출소자들은 전국에 한마음 쉼터와 같은 보호시설이 없어 서울역, 청량리역, 을지로 지하도 등에서 방황해야만 한다.

IMF 전인 1997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 42개 교도소의 6만 여명의 재소자들 중 3만 5천명의 기결수 65%가 재범자들이며, 27%가 4번 이상의 누범자들이다.

그리고 청송 감호소와 교도소에 5천명의 재소자들 중 85%이상이 재범자들로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재범의 연속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30일 마지막 계고장 날아들어"

김 목사는 "이제는 범죄가 법과 교도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크게 부각되어있다."면서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이들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숙소 및 정신적 심리적 안정 변화를 위한 교화장소, 그리고 믿음으로 변화된 출소자들의 성숙한 믿음으로의 인도와 기술훈련 및 경제적 자립기반 조성을 통한 무의탁 출소자의 조기 갱생이 달성되도록 정부와 종교인 사회구성원 모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는 IMF한파로 인한 노숙자, 부랑인들이 급증하자 서둘러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 건립에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차원에서 무의탁 출소자들이 일정기간 동안 사회적응 훈련을 할 수 있는 생활관 건립과 공동작업장 마련, 최저생활을 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풍족하지 않더라도 한마음쉼터 가족들에게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김순회 목사. 그는 "세상에 대해 한없이 부정적이기만 한 그들에게 소소한 일상의 기쁨,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 그래서 세상이 한번쯤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몸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만 5월 30일 자로 마지막 7번째 퇴고 계고장이 날아와 철거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예고 없이 철거반 포크레인이 들이닥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요. 사재는 이미 바닥났고, 운영비마저 감당하기 어려운데..." 김 목사의 한숨은 오늘도 길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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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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