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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0시 26분 현재 종합주가지수 650.33 p, 전일대비 -29.43 p

M증권회사의 객장에서 20여명의 아저씨들. 모두들 주식시세판을 바라다본다.
"어허..어" 작지만 긴 허탈의 한숨소리가 객장의 카페트 위에 떨어진다.

11시 19분 현재 종합주가지수 659.02 p, 전일대비 -20.74 p

두 세 명의 아저씨들이 소곤소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주가는 660선에 잠시 머물렀으나 다시 떨어졌다.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할수록, 객장의 사람들도 앉았다 일어섰다를 되풀이한다.

정각 12시 현재 666.01 p, 전일대비 -18.75 p : 마포의 아무개씨(65세), D증권 광화문지점

"1주일전만해도 객장에 나오는 사람들끼리 서로 웃으며 인사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했는데, 갑자기 빠져버린 주가 때문에 인사는 커녕, 밥맛이 없어, 서로 밥먹자는 이야기도 안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내려갈 수가 있습니까? 제2의 IMF도 아니라면, 참 나, 주식값이 3분의 1밖에 안나갑니다. 다리가 덜덜덜 떨려 앉아 있다가도, 하도 답답해 찬물이나 먹을까, 또 일어서게 되고, 아주 죽을 맛입니다. 의기소침해져서 저, 뭐야, 저 전광판만 보다 갑니다. "

12시 59분 지수는 660.80 p, 서초동의 한 투자가(58세), H증권 광화문지점

"간접상품을 하나 들었는데, 전화해서 물어보니, 원금도 안 되는 거야, 아니 남의 돈을 갖다가 운영을 잘 해야지. 만져도 못보고 남의 손에서 돈이 없어져 버리는 거야. 뮤추얼펀드니, 뭐니 해서 찾아가기도 어렵고, 팔아야 하는데, 지금 팔면 당연히 손해고, 아주 속 타, 속 타. 그 뿐인가? 직접 투자한 주식은 매수했을 때의 3분의 1밖에는 안 나가.."

1시 27분, 코스닥지수는 113.63 p, 전일대비 -4.70 p, 종합주가지수 664.92 p

"천천히 망하려면 자식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빨리 망하려면 직접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더군요. 저요? 주식매수값에서 매도값을 빼면 우리아이에게 컴퓨터 12대는 족히 사주었을 겁니다. 아예, 피씨방을 하나 차렸을 겁니다."
우이동의 아주머니. 그래도 꽃단장을 하시고 객장에 나와 계신다. 주식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 그나마 풀리려면 꽃단장밖에 없으시다고..

1시 40분, 669.24 p, 전일대비 -10.52 p

그래도 오전장에 비하면 20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그래도 전날에 비하면 여전히 하락세다.
어머니가 도시락도 안 싸주고 증권회사 객장으로 매일 출근했다는 친구의 한마디가 생각이 난다.
집안의 기둥이 빠질 참인데, 아이 도시락을 싸줄 수 없었던 그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 곳에 나와 있는 어머니, 아버지 이마에는 땀방울, 머릿속엔 돈..돈..돈.
이 전쟁터에서 아이 도시락이 생각이 날까? 그래도 자신들 점심은 다 챙겨 드신 것 같다.

1시 51분, 현재 675.93 p, H증권 콜쎈터 박경숙(25세)

갑자기 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전날대비 마이너스 3.83 으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매도, 매수량의 변화는 없다. 항상 파는 사람이 그만큼 있고, 또 사는 사람이 그만큼 있다. 떨어지는 주가에 사람들의 신경은 더욱 예민해진다. 어제는 매도주문을 한 어떤 할머니. '한국신용평가정보'를 2200원에 매도해 달라고 한다.

몇 분 지났을까? 매도가 안되니 2000원에 주문을 다시 낸다는 할머니. 조금 후 매도가 되자, 그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2200원이 아니고 2000원에 매도가 된 이유가 내 탓이란다. 이유를 들어보니 내가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긴 이름 때문에 제 때에 매도를 못했단다. 말이 되는가?
씨8, 씨8, 몇 번의 욕설 뒤에 퍽 전화를 끊는다. 주가가 내려가면, 증권회사 사람들이 욕을 먹는다.'

2시 23분 688.75 p, 전일대비 +8.99 p

앗, 객장이 술렁댄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객장의 분위기는 '웅성웅성'이다. 주가지수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3시 정각 674.95 p, 전일대비 -4.81 p G증권 방배지점 브로커 김태연 씨(33세)

'증권, 은행, 건설주등이 많이 올랐다. 코스닥의 경우 대형통신주, 한국통신과 다음 등은 상한가를 쳤지만, 그 외에는 장을 돌리는데 실패했다. 거래량이 많았지만, 주가가 싼 주식들의 거래가 많아 여전히 우울한 하루였다. 650이 바닥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늘은 640선까지도 잠시 내려 갔었다. 여전히 불투명하다. 며칠째 우울한 가운데 오늘 주식시장은 산만하고 출렁거렸다. 내일, 아마 사람들은 금융주를 중심으로 기대를 걸 것이다. 코스닥은 여전히 음울하다. 내일은... 좀 오르기를 기대해보지만,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장이 끝난 후, 그 쓸쓸한 모습

674.95 p 오늘의 종합주가지수. 코스닥은 115.46 p 로 마감했다.
객장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코스닥거래 때문에 점심도 못 먹는 브로커들이 태반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점심을 먹으려고 나가는 증권회사 직원들이 몇몇 보인다.

코스닥시장의 우울한 랩소디가 들려온다. 한 브로커는 어떤 할아버지의 항의를 받느라 바쁘다. "당신네 회사랑 신문이 추천한 종목이 어제 상한가를 쳐서 오늘 샀더니만, 바로 오늘 하한가여, 이게 뭔일이여? 경상이익도 꾸준하게 났었는데, 이게 왠일이여?" 애써 웃으며 설명하는 그. 하지만 질문에 대한 그의 설명은 답변이 아닌, 위로였다.


아파트 중도금을 주식투자했다가 1/3 을 날리고 세상 살맛 안 난다는 친구의 일이 남일이 아니고 바로 자기 일이라며 낙심하는 회사 선배 언니와 화살표코(참고로 주가하락 화살표)를 한 옆자리 언니의 코만 봐도 우울하다는 동료.

계속되는 불안한 상황에서 장사는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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