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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가 존경하고 잘 아는 여성 한 분이 갑작스레 폐암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이미 손 쓸 수 없을 만큼 진행된 상태라니…

젊은 시절에 노동운동하시느라 몸을 혹사하시긴 했다지만, 나이도 젊은 편이고, 평소에 특별히 증상이 없이 건강하셨기에 도저히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고, 가까이에 의사라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심한 자책감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한 선배가 떠올라 전화를 했다. 대장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님이 건강하신지. 그 선배의 아버님은 약사이셨는데, 대장암 진단받기 몇 달전부터 설사를 자주 하신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도 내가 무심히 지나쳤다가 뒤늦게 암 진단 소식을 접했던 경우였다.

근로기준법에 피고용자는 매년 혹은 1년 이내의 정해진 기간마다 일정수준의 건강진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5인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은 의무적으로 매년 직장검진을 받아야 하고 고용자는 이를 시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직장검진이 너무 형식적이고, 검사항목도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그동안 직장검진에서 무슨 병 진단받았다는 사람은 한 번도 못봤어요. 얼마 전, 위암 진단받고 수술받은 직장동료도 매년 건강검진은 정상이었다니까요”

이 사람은 검진은 받으라고 하니 할 수 없이 받는 것이지, 건강검진은 필요없고 자신은 따로 종합검사(진단)을 받겠다고 한다.

도대체 종합검사(진단)은 건강검진과 뭐가 다른가?

사실 두가지 모두 어떤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발견하고자 하는 조기진단의 의미와 건강한 상태를 확인하고 유지해 나가도록 하기 위한 건강증진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기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종합검사(진단)라고 하면 몸의 모든 부분을 다 검사하고 모든 이상을 다 찾아내는 것 처럼 생각할 지 모르지만, 검사종목의 차이와 이에 따른 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진단’이라는 말이 붙어서 혼란을 주고 있다. 몸에 어떤 이상증세가 있다고 생각될 때, 적절한 진찰을 통해서 그 증상에 따른 검사를 받아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병을 찾는 과정이 진단이다.

이는 건강한 사람이 유병율이 높은 질환을 선별하기 위한 받는 검사인 건강검진과는 다른 것이다.

현재 직장검진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검사 항목은 혈압측정을 비롯한 의사의 진찰과 흉부 엑스선 검사, 빈혈검사, 간기능검사(GOT, GPT, γ-GT), 혈당 및 콜레스테롤, 그리고 요당 및 요단백 검사이다. 그리고 나이가 40세가 넘으면 심전도검사를 하고 있다.

이것은 비록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이다. 즉 직장건강검진은 빈혈, 폐결핵, 간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을 조기발견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서 성인암의 1위를 차지하는 위암과 자궁경부암에 대한 선별검사와 B형 간염 검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직장에 따라서 피고용자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고용자가 추가로 부담하여 이러한 검사를 받도록 하는 곳도 있다.

검사의 신뢰도는 어떤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검사결과를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검진전문기관은 외부의 '정도관리(quality control) 혹은 자체적인 정도관리를 하여 검사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검사방법이나 시약, 기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 같은 검사를 더 좋은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런 오차는 있을 수 밖에 없다.

직장검진이나 건강검진을 충분히 활용하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에 맞는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 종합검진, 종합진단을 통해 그 원인을 찾으려 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특히 전업주부인 여성들은 건강검진을 잘 안받게 된다. 강제도 아니고, 따로 시간내기도 어렵고 귀찮고, 당장 아픈 데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험조합에서 건강검진 받으라고 날라오면 미루지 말고 시간을 내자.

폐암진단 받은 분이 곧 퇴원한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 일년에 한 번씩 흉부 엑스선이라도 찍었더라면, 잔기침이 계속될 때 병원에서 검사라도 빨리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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