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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둔 부모라면 주황색의 부루펜과 빨간색의 타이레놀 시럽 쯤은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시럽, 서스펜 좌약 등)과 이부프로펜(부루펜 시럽, 좌약 등)은 열이 나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이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에서 이 약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비처방약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니므로 제쳐두고, 이제 아이를 둔 부모들이 이제 약에 대해 더 정확한 지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두 가지 성분의 약은 정확히 말하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에 속한다. 즉, 염증을 억제하는 약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두 가지 약의 작용과정은 조금 차이가 있다.

그 복잡한 내력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흔히 해열제로 이 두 약물을 중복 투여하거나 번갈아가면서 교대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열진통제를 처방하고 있는 미국의 소아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의 의사들은 이 두 약물을 교대로 먹이도록 부모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약물의 과다투여에 따른 부작용의 위험을 높인다. 간기능의 손상, 신장기능의 손상, 위염 등 많은 부작용들의 빈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열나는 아이를 안고 와서 주사를 놔서라도 당장 열을 떨어뜨려 달라고 졸라대는 부모들 앞에서 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원칙적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미국에서조차 이런 실정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약물은 한 마리의 토끼를 잡는 두 가지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열이나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결과로 해열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중복사용의 문제는 약물의 과용뿐만 아니라 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켜, 부모들에게 조금만 열이 올라도 당장 열을 떨어뜨리려야 한다는 집착을 갖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열이라는 것은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그 자체가 어떤 질병이 아니다. 열은 어떤 종류의 발열원이 체내로 들어왔을 때 발생하게 되며, 그 발열원으로는 바이러스 세균, 면역학적인 기전 등 매우 다양하다.

발열이 동반되는 질환은 다양하고, 특히 소아질환에서 더욱 그렇다. 또 이러한 많은 질환들에서 나타내는 발열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섭씨 37도 내지 38도 사이의 미열만 나는 경우, 38.5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나는 경우, 38.5도 이상의 고열이 났다가 정상적인 체온으로 떨어졌다가 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러한 체온의 변화는 발열의 원인질환을 아는 데 매우 중요한 한 지표가 된다. 또 체온의 변화는 환자상태의 변화를 아는 중요한 지표이다.

만약 해열제로 열을 떨어뜨리는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이러한 지표에도 변화가 오게 되어, 그 결과 환자의 정확한 치료와 진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또 과다한 해열은 도리어 면역기능을 약화하여 병의 회복기간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37도였던 체온이 39도로 올라가면 면역생산능력이 20배나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는 면역조절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해열제의 지나친 사용은 다른 질환의 재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면 열나는 아이를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중등도 이하의 발열(약 38.3도 이하)에서는 열에 대한 치료는 대체로 필요없다고 본다. 물론 아이가 발열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한다면 해열제 이외의 방법을 우선 사용해볼 수 있다.

두터운 옷을 벗기고, 주위를 서늘하게 해주며,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준다. 시간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당장 열이 안떨어진다고 선풍기나 찬물 등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한을 느낄 때는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주고 오한이 가라앉으면 열을 식혀줘야 한다.

그래도 여의치 않다면 경구 해열제나 좌약 등을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서 주사제도 사용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서다.

열이 잘 안떨어지면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열성 경련이다. 그러나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음식물이나 구강 분비물이 폐로 흡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옆으로 돌린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가면 된다.

민간, 한의학에서 이용하는 손을 따주는 것도 이런 응급상황에서는 실제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 양 손의 가운데 손가락의 제일 끝, 즉 손톱 끝에서 2-3mm 안쪽 정중앙에 피를 내는 방법이다.

열이 나서 힘들어 하는 아이를 안고 안절부절 하는 부모들의 애타는 심정을 달래가며, 당장 주사라도 놔달라고 달라붙는 부모들에게 이런저런 얘기 다 해가며 원칙대로 한다는 것은 진료환경 개선이나 의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의연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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