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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의 바람은 강력했다.

16대 총선 최종 개표결과 총선연대가 발표한 총 86개 낙선대상자 중에서 이종찬, 김중위, 이사철 등 59명이 낙선해서 낙선율이 68.6%로 나타났다. 특히 경합지역 중심으로 선정된 22명의 집중낙선운동 대상자 중 15명이 낙선되어 낙선률이 68.18%에 이르렀다.

또한 서울·경기·인천지역 20명의 낙선대상자는 서울 중구의 정대철(민주당) 후보를 제외하고 19개 지역에서 모두 낙선, 95%의 낙선률을 기록했다. 중구의 경우 경쟁상대인 박성범(한나라당) 후보와 정대철 후보가 모두 낙선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100%의 낙선률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총선연대 측도 놀라고 있다. 총선연대 이태호 국장은 "집중낙선운동 지역은 정말 의외다. 40% 정도의 낙선율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유권자가 우리가 뭘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낙선운동은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낙선대상자 가운데 당선된 25명 중 13명이 부산, 울산, 경남·북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개 집중낙선운동 대상자 중에서 당선된 사람은 신경식(한나라·충북청원), 김태식(민주·전북임실완주), 김태호(한나라·울산중구), 최병국(한나라·울산남구), 하순봉(한나라·경남진주), 김호일(한나라·경남마산합포), 정형근(한나라·부산북강서갑) 의원으로서 이중 5명이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다음은 개표가 진행되던 당시의 총선연대 상황실 상황이다.

제 1 신 - 놀라는 총선연대

정각 저녁 6시.
각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나오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서 총선연대 관계자들도 놀랐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총선연대가 낙선대상자로 선정한 86명 가운데 50명의 낙선이 확실시되고 24명이 당선될 것이 예상되며 12명은 오차범위내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출구조사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낙선비율이 60%에서 70%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50% 정도의 낙선비율을 예상했던 총선연대는 결과에 놀라면서도 흥분하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지역 낙선대상자 20명중에서는 2명만 당선이 확실시되고 무려 14명이 낙선유력으로 나타났으며, 4명은 경합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선연대가 집중낙선운동지역으로 선정한 22곳 가운데 9명이 낙선하고 6명이 당선되고 7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연대 김기식 씨는 "40곳 이상이 1000표 이내의 차이가 예상된다"며 "출구조사만으로는 판단 불가능하다"며 TV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환기시켰다.

한시간 동안 2층 상황실에서 TV를 지켜보던 대표단 일행은 논의를 위해 4층으로 올라갔다.

제 2 신 - 중간논평 발표, "아직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저녁 8시 40분. 총선연대가 총선결과에 대한 중간논평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16대 총선은 유권자의 승리이다. 더불어 이번 총선결과는 음모론, 유착설 등 그동안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정치권의 음해에도 불구하고 총선연대 운동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우리 국민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지역주의 구도에 편승하여 정치적으로 생존하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중간논평이 끝나고 총선연대 최열 대표가 말했다.

"아직 확실한 총선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내일 오전 10시에 느티나무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겠습니다."

사진기자들의 요구에 대표들은 일어나 손을 맞잡았고, 카메라 프래시가 연신 터졌다. 과연 출구조사대로 개표결과가 나올 것인가. 이 사진이 내일 신문에 실릴 수 있을 것인가.

제 3 신 - "김중위, 이사철은 좀 좋아합시다"

항상 '그들만의 잔치'였던 선거판에 국민의 폭발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총선연대가 등장했다. 예전 같으면 개표가 진행되는 이 시각, 방송사의 카메라는 개표소나 선관위, 각 정당에나 나가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연대 사무실에도 각 방송사의 카메라가 모두 나와있다. 기자들이 여기저기 분주하다.

10시가 가까워오면서 방송사 카메라들이 하나둘씩 철수하기 시작했다. TV를 지켜보던 총선연대 관계자들은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낙선 대상자가 열세인 것으로 나타날 때마다 터져나오는 환호, 박수.
이런 곳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 당선될 때 박수가 나오고 있을 텐데.

한 사람이 말했다.
"지금 이곳이 인터넷으로 다 생중계되고 있어요. ENG카메라가 갔어도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됩니다."
여기저기서 "그랬어? 인터넷?"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때 나온 목소리.
"그래도 김중위와 이사철은 좀 좋아합시다."

제 4 신 - "당선되더라도 용궁갔다온 것 아니겠어요?"

총선연대 박원순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은 "유권자에게 미안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유권자의 힘이지 우리(총선연대)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낙선운동을 다니면서도 유권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정말 잘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마음 한 곳에는 국민의식을 의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결과를 보니까 다들 판단력이 있으시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권자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는 어떻게보면 틀릴 때 더 재미있는 것이다.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죠. 하지만 (낙선대상자가) 당선된다고 해도 그리 큰 표차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당선된다고 해도 용궁갔다온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낙선률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낙선으로 직접 반영되지는 않더라고 정치개혁을 원하는 전체 흐름은 이미 증명된 것입니다."

낙선운동의 성공이 정치개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주저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과거 정치인들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보스에게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나오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정치개혁의 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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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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