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은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오늘 오전 10시 정부종합청사 통일부 회의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 통일부 장관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평양 방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상봉이 있게 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밝혔다.

박 통일부장관은 "지난 3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남북당국간 첫 접촉을 가진 이래 베이징에서 수차례 비공개 협의를 가진 결과 4월 8일 우리측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호경 부위원장 사이에 최종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히고 "쌍방은 가까운 4월중에 절차문제 협의를 위한 준비접촉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밀사역을 맡았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동석해 그동안의 비밀접촉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최초의 정상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남북한 통일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진행중이었던 남북경협도 본격적으로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그동안 추진해온 햇볕정책이 비로소 가시적 결실을 맺은 것으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지난 94년 김영삼-김일성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 직전에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이뤄지지 못해 국민들이 안타까워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성사되길 바라며 그것이 남북통일을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

그러나 오늘의 중대발표는 '택일'에 있어 중대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기자회견은 총선을 3일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시절 "선거 때마다 야당을 불리하게 만드는 북한 관련 뉴스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고 주장해왔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발표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유리하게 만들고 야당을 불리하게 하는 소재임이 틀림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에 당했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오늘의 중대발표는 총선 이후에 했어야 할 것이다. 왜 3일을 못참은 것일까?

관련기사
"보안관계와 세계평화를 위해 빨리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 발표 기자회견장 속으로 - 이병한 기자


"총선 3일전 발표는 백번 생각해도 잘못한 선택이자 노골적 선거전략" -공희정 기자
(각계의 반응글과 링크되어 있습니다)


"항공기 폭파범 데려오고, 휴전선 총격전 벌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류시민 기자



오마이뉴스는 오늘 오전의 기자회견장에서 박지원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이병한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보안관계와 세계평화를 위해 빨리 발표를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하는데 남북접촉 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3일만 참자는 역제안을 (우리쪽에서 북측에) 하지는 않았습니까?


(박지원 장관)"그러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북측에서는 혹시 우리가 총선을 앞두고 좀 빨리 진전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기본철학을 강조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에... 3월22일날 북경에서 접촉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측의 내용을 최종 통보를 하고 우리는 그 이상 접촉을 하지 않고 당신들의 최종적인 의사를 하고, 또 그 의사가 확인되면 합의하러... 하기 위해서 만나자 라고 제의를 했는데 다행히 4월 7일날 그렇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것은 전혀 민족의 대경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양측의 공통된 견해를 말씀해 올립니다."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에서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온 결과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국민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총선 3일전의 그 국민들은 유권자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남북간의 원칙적 합의는 이미 지난 2월경에 있었다. 박지원 장관은 "북한측에서 빨리 발표하자고 했기 때문에" 그리고 "민족의 대경사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알리고 싶어서" 택일을 4월 10일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이라는 국내의 중요일정이 있기때문에 4월 13일 후에 발표하자는 것에서조차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니 그런 설득을 할 생각조차 없을 정도로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과연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정상회담 발표 기자회견 직후부터 야당들은 일제히 '총선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당국과 여당은 '남북관계는 여야를 떠나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진정 하고 싶다면 이번 발표는 총선 후에 했어야 했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현재 야당총재였다면 그는 분명 이런 깜짝쇼를 총선용이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라는 매우 중요한 '민족의 경사'를 받아들이는 국론은 이미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기자회견장의 일문일답.

--지난 4월 8일 합의했다는데, 몇 차례 만났고 언제 확신했나?
"지난 3월 17일 상해에서 처음 만나 북경에서 수차례 비공개 접촉했다. 4월 7일 북에서 북경에서 만나자는 연락받고 오후 4시부터 회담을 가졌다. 이때 최종합의문을 오후 7시 25분에 서명했다.

-(조선)판문점을 통해 김대통령이 가는가?
"4월 안에 남북양측의 실무자회담이 열린다. 여기에서 의제나 절차가 합의될 것이다. 예비접촉에서는 이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동아) 예비접촉에서 정상회담 의제 합의됐나?
"기본 합의서에도 나타났지만 7.4남북공동선언 정신을 기초로 한다. 이산가족문제와 경제협력 등을 할 것이다."

-김정일 총비서의 서울방문도 이뤄질 것인가?
"쌍방의 정상이 만나셔서 결정할 사항이다."

-(한국)비료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할 것인가?
"비료와 식량은 전년도에도 지원했으니까 앞으로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서 지원할 것이다."

-(코리아타임즈) 차후 대규모 남북교류 이뤄지는가? 정상회담 조건에 포함돼 있나?
"그런 합의는 없다. 북에서도 그런 문제 제기 안했다. 남북 양측이 접촉하면서 분위기가 대단히 적극적이었고 건설적이었다. 과거의 남북접촉과는 판이하게 그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예를 들어 체제선전이 거의 없었다. 내가 회담하면서 느낀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대해서 굉장한 신뢰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한은 세계여론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경협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있을 실무접촉에서 논의해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

-(케이비에스) 총선 이후에 발표하지 않고 왜 지금 하는지, 어떤 이유가 있는지.

"사실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일관되게 제의했다. 수차례 비공개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쌍방의견 조절에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북측으로부터 지난 4월 7일 그대로 수용할 테니까 만나자고 해서 합의했다. 보안관계나 납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북에서도 오늘 내외신 기자회견 하겠다는 언약을 받고 같이 한 것이다."

-박지원 장관은 대북특사역 결정이 언제 됐나, 북에는 안갔나?

"민족을 위해서 통일을 위해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공개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문화부 출입기자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3월 15일경에 대통령이 불러 갔더니 대북특사를 하라고 했다. 저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말씀드렸지만 통일부 실무자들이 접촉했을 때는 노출될 것을 우려해 저에게 특사 맡으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는 박재규 통일장관으로부터 많은 지침을 듣고 그대로 했다."

-(경향) 북에서는 누가 발표하나?
"그런 것은 합의없었다. 오전 10시에만 하기로 결정했다. 북에서도 전세계가 우리의 발표를 주시하니까 외신들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래서 외신만 알리느냐, 평양주민도 볼 수 있도록 알리느냐고 물으니까 국내 주민들도 다 알게 하자고 했다. 우리에게도 전세계민의 축복 속에서 하자고 했다."

(통일부장관)--"지금 북에서도 중앙방송 등이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94년에도 정상회담이 되려다 말았는데, 이번 의제는 그 연장선인가
"그것은 와이에스 정부 때의 합의사항이고 지금은 국민의 정부 때의 합의사항이다. 그래서 의제도 다르다."

-(오마이뉴스) 아까 왜 총선 직전에 발표했느냐는 물음에 대해 박장관은 북측에서 경사이니까 바로 발표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박장관은 북측에 남한이 아직 총선중이니까 3일만 참았다가 하자고 역제안을 하지 않았나?

"뭐, 그러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처음에 북에서는 우리가 총선을 앞두고 빨리 발표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꼈다. 우리는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철학을 강조했다. 북한이 4월 7일날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4월 8일날 합의를 했고... 민족의 대경사를 그렇게 (정치적인 고려를) 생각하지 않았다."

-총선 전에는 남북회담 관련 등을 발표 않기로 했는데.

(박재규)남북관계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추진을 미루겠다고 했지 안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북쪽에서 이것을 서둘렀고 발표를 하자고 해서 우리도 오랜동안 기다려왔기 때문에 하자고 했다.

(박지원)북에서 응해오는데 50여 년만에 대경사인데 오늘 발표를 하는 것이지 어떠한 내용도 없다.



다음은 통일부장관이 발표한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전문

남과 북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금년 2000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평양 방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상봉이 있게 되며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쌍방은 가까운 4월 중에 절차문제 협의를 위한 준비접촉을 갖기로 하였다.

상부의 뜻을 받들어 남측 문화관광부 장관 박지원
상부의 뜻을 받들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송호경 2000년 4월 8일.

관련기사
< 남북정상회담 > 정상회담 한반도에 지각변동 전망
< 남북정상회담 > 회담의 파급 효과
< 남북정상회담 > NSC 상임위, 남북정상회담 대책 논의
< 남북정상회담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 남북정상회담 > 국민의 정부 남북관계 일지
< 남북정상회담 > 북, `북남 최고위급 회담' 개최합의 발표
< 남북정상회담 > 박 문화장관 '북한은 햇볕정책 신뢰'
< 정상회담합의 계기로 본 남북문화교류 일지 >
< 남.북 공연예술 교류 현황과 전망 >
< 남북정상회담 > '조국통일 3대원칙'
< 남북정상회담 > 학계 및 전문가 반응
< 남북정상회담 > YS 정부때 어떻게 합의했나
< 남북정상회담 > 남북 정상, 뭘 논의하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