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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등록금 투쟁이 학우들의 참여가 늘어가는 가운데 점점 본격화되고 있다. 기자가 집계한 오늘(25일) 집회에 모인 인원은 500명이 넘는다. 예비역은 군복을 입고 뒤에서 응원했다. 아마 최근 들어 이처럼 많이 모이기도 처음이다.

건국대 학생회는 오늘 집회가 있기 전 어제(24일) 비상 전학대회를 가졌다. 그간의 등투 상황을 종합해 보고 이후의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전체 대의원 113명중 미선거 13, 사고 2, 참석인원 52명으로 과반수 이상이 출석하여 의결수를 충족시켰다. 주요 안건으로는 28일 학생총회, 총장실 점거, 29-30일 동맹휴업을 학생총회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집회는 어제 있었던 전학대회 결의를 학우들과 학교에 알린다는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대응방법도 단호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몇 년 전부터 구시대의 유물 취급받던 화염병이 다시 등장했다. 건물을 태우는 수단이 아니라 화형식에 불을 붙이는 성냥으로 쓰이긴 했으나 화염병의 상징적 의미는 불을 붙이는 수단 이상이다. 대상은 일방적 학교행정, 무책임재단, 무대책 교육정책 허수아비.

본관 앞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준비해둔 십 원짜리 동전을 총장실로 던졌다. 우박소리처럼 동전은 총장실 유리창을 때렸고 얼마 못 가 깨졌다. 이어 학생들은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대형 엠프를 설치했고 노래패·율동패 공연, 각 단위 학생회장의 결의발언 등을 하며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1층에서 4층까지 빽빽히 들어선 학생들은 구호를 외칠 때마다 휴지, 신문지 등을 찢어 날렸다. 멀리서 보면 축제 분위기다.

학생들이 대학본부 건물을 장악한 가운데 중앙운영위원들이 총장과의 면담을 위해 총장실로 갔으나 놀랍게도 총장실은 잠겨있고 관련 건물은 비어있었다. 중요 서류, 책 등은 모두 치워졌고 물론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사실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자 분노한 학생들은 '부숴라! 부숴라!'를 외쳤다. 놀란 수위 아저씨는 총장실 문을 열어 줄 테니 부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문이 열리자 학생들은 총장실 집기를 건물 밖으로 옮겼다. 한 학생은 고급시계를 옮기며 '이게 다 내 등록금으로 장만한거 아니겠냐'며 '과방에 걸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자극한 건 전적으로 총장과 학교측이다. 지난 학생대표와 총장과의 대화가 그 화근이었다. '너무 큰 폭으로 오른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간다'는 한 학생대표의 말에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돈 없으면 학교다니지 마라'라고 답한 말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이런 말이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냐며 분개했다. 십원짜리 동전을 던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즉 등록금을 얼마 내리고 올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을 바라보는 기본적 시각이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지나가는 개도 주인은 알아본다. 하물며 대학총장이란 사람이 주인을 못 알아 봐서야 되겠는가. 총장은 개만도 못한 인간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건국대 중앙노래패 '소리터'가 공연에 앞서 한 말이다.

학생들이 계획한 학생총회나 동맹휴업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학생총회는 재학생의 10%가 참여해야 하고, 동맹휴업도 학생총회에서 결의가 돼야 실질적으로 힘을 갖고 실천할 수 있다. 결국, 학우들의 참여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박범진 부총학생회장은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보도한 건대 학생동향문건 사건을 학생총회에서 광범위하게 알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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