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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남자인 나는 지금 31세 여자의 간을 달고 4년째 살고 있다.

지금 나는 정상인이다. 대학에 나가 강의를 하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할 정도로 건강하다. 간이식 수술을 받은지 4년째, 나는 완전히 회복된 것이다.

나는 지금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라는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아내와 함께 노폭주립대학의 사회복지과에서 한국인부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60년대 초에 유학을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나는 나의 '간이식 투병으로부터의 성공기'가 간이 나빠 고생하고 있는 한국의 환자들에게 희망의 사례가 되어 그들이 용기를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나의 간이식 전후 사진을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아래 사진 참조)

내가 간이 나쁘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86년 5월이었다. C형 간염이었다. 그후 상황은 악화되었고 수차례 토혈을 했다.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96년 10월초였다. 가족과 지인들은 나의 간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어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장지를 물색할 정도였다.

단 하나의 가능성은 간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에는 약 1만5천명이 간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해에 간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은 5천명이 채 안되니 나에게 차례가 돌아온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급한 환자'로 취급되었기에 0순위가 되었다. 그러나 이식받을 간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간의 상태가 양호해야 되고 또 그것이 나의 체질에 맞아야 했다.

그런데 그런 간이 빨리 나에게 제공되기를 기다리라는 것 또한, 기독교도인 나와 우리 가족으로서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 왜냐하면 그런 '양호한' 간이 나타난다는 것은 어떤 건강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간을 기다리고 있는다는 것.....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 상태였다.

그런데 며칠후 간이 나타났다. 서른 한 살의 젊은 미국여자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죽었는데 그 사람의 간이 나에게 기증된 것이었다. 나는 96년 10월 15일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후유증 방지를 위해 다량의 약을 계속 복용해야 했다. 최기엔 약 20알의 알약을 식사후마다 먹어야 했다.

99년 나는 완전 정상인이 되었다. 지금은 하루에 2알의 약만 먹어도 된다.

나는 다시 태어난 사람이다. 나에게 간을 주고 먼저 간 서른 한 살의 젊은 여자. 그가 이세상에서 못다하고간 일까지 나는 해야할 의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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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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