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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시민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들 주위에는 감옥과 같은 흰색 줄이 쳐져있고 그 줄에는 이렇게 쓰여져있다.
'집회금지', '서명운동금지', '가두시위금지', '낙선운동금지'
이들은 모두 춘향이가 썼을 법한 긴 칼을 목에 걸고 있다.
그 칼에는 각각 이렇게 적혀있다.
'돈정치', '지역감정', '개악선거법', '부패정치', '음모론·유착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는 2월11일 오후12시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여의도 국민은행앞에서 집회를 열고 2월8일 국회통과된 선거법을 규탄했다.

ⓒ 이종호 기자
퍼포먼스와 지지발언으로 40분 정도 진행된 이 집회에서 만화가 박재동씨는 지지발언을 통해 선거법 개정을 '통닭과 닭똥집'에 비유했다.

"민주주의 통닭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굶주려있었던 손님이 이제 마음껏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통닭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이라는 주방장은 통닭은 주지 않았습니다. 나온 것은 겨우 닭똥집뿐이었습니다."

이어 계속된 지지발언에서 소설가 최성각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보다 결코 총명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그들. 그러면서도 긴세월동안 우리를 모욕한 그들. 우리의 운동은 그들에 대한 정당한 항의입니다."

집회는 참석자들이 일제히 감옥으로 뛰어들어가 다섯명에게 씌여있던 칼을 벗겨내 부셔버리는 것으로 끝이 났고 카메라는 일제히 불빛을 터뜨렸다.


ⓒ 이종호 기자
한편, 여의도 집회에 앞서 오전 10시30분 <총선연대>는 '국민참정권 쟁취를 위한 48시간 농성'을 끝내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통과된 선거법에 대통령의 거부권을 촉구했다.

<총선연대>는 개정된 선거법이 개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시민의 참정권 행사를 불법으로 내모는 선거법은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선연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한편 법안 발효시 헌법소원 제출, 독자적인 개정 법률안제출, 2월19일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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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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