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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 시골길은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가지를 숙이게 할 정도로 감나무에 열린 홍시는 그 모습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이른 아침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감의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며,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준다.

길가에는 늦가을의 쑥부쟁이와 나팔꽃이 붉은 홍시와 더불어 가을 들녘을 수놓는다. 붉은색, 보랏빛, 흰색, 노란색의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늦가을의 정취와 살아 있는 생명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걷는 내내, 고요한 풍경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 새삼 느껴지는 시골길이다.

 주렁주렁 열린감이 농촌의 풍요로음을 더해준다
주렁주렁 열린감이 농촌의 풍요로음을 더해준다 ⓒ 진재중
 풍요로움을 주는 감나무,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경천면(2024/10/14)
풍요로움을 주는 감나무,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경천면(2024/10/14) ⓒ 진재중
 늦가을을 알리는 개쑥부쟁이
늦가을을 알리는 개쑥부쟁이 ⓒ 진재중

이 풍요로운 들녘에 가슴 저미게 하는 생명이 있다. 계절을 잊고 피어나는 복사꽃이다. 봄에 만개해야 할 복사꽃이 늦가을 길가에 피어나고 있다. 꽃들은 다 아름답고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오히려 서글픔이 밀려온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가 복숭아에게도 다가 온 것이다.

햇살이 약해지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에 된 서리를 맞으면 꽃잎은 수명을 다하고 겨울 잠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봄에 피어나야 할 복사꽃이 얼굴을 내민 시골길목(2024/10/14)
봄에 피어나야 할 복사꽃이 얼굴을 내민 시골길목(2024/10/14) ⓒ 진재중

봄에 주인을 만났어야 할 복숭아는 주인을 잃어 버리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꽃잎들도 바람에 떨고 있다. 이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이제 곧 찾아올 겨울의 냉혹함을 암시한다.

 봄에 수확을 마치고 잠들어 있어야 할 복숭아가 그대로 매달려 있다(2024/1014)
봄에 수확을 마치고 잠들어 있어야 할 복숭아가 그대로 매달려 있다(2024/1014) ⓒ 진재중

봄의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피어나야 할 꽃이 이렇게 계절을 잊고 나타난다는 것은,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애타게 찾는 듯한 안타까움이다.

찬바람이 불고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가는 풍경 속에서, 복사꽃의 연약한 모습은 고요한 슬픔을 전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시들어가는 이 때에, 오히려 생명의 열망을 드러내는 듯한 그 모습은 더욱 애처롭다.

 계절을 잊고 탐스럽게 핀 복사꽃,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경천면(2024/10/14)
계절을 잊고 탐스럽게 핀 복사꽃,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경천면(2024/10/14) ⓒ 진재중

#복숭아#감#시골길#완주#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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