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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바라지선교센터·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촛불교회는 11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동두천 옛 성병검사소를 지키기 위한 현장예배’를 개최했다.
옥바라지선교센터·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촛불교회는 11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동두천 옛 성병검사소를 지키기 위한 현장예배’를 개최했다. ⓒ 임석규

"영원하신 하나님, 지금 우리는 황폐한 터 위에 서 있습니다. 이곳이 쓸모없고 흉측한 폐허처럼 보일지라도, 우리가 이곳에서 드리는 예배를 통해 국가의 폭력에 유린당한 영혼들의 피와 눈물을 기억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힘과 지혜를 주셔서 이곳을 지켜내게 하소서."

지자체의 철거 강행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동두천 옛 성병검사소를 지키는 시민들이 멀리서 찾아온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도하며 하루를 보냈다.

개신교계 사회선교 단체인 옥바라지선교센터·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촛불교회는 11일 오후 7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에서 '동두천 옛 성병검사소를 지키기 위한 현장예배'를 개최했다.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이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예배를 통해 과거 주한미군 대상 성매매 종사 여성들에게 저질러진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 역사가 지워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희신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미군은 상대하다가 ‘실험대상’으로 끔찍한 일을 겪은 여성들의 아픔을 사회가 쉽게 지워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최희신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미군은 상대하다가 ‘실험대상’으로 끔찍한 일을 겪은 여성들의 아픔을 사회가 쉽게 지워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 임석규

현장 증언에 나선 최희신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려는 것은 과거 경기도 교육청이 한강 작가의 소설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도서관에서 폐기했던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두천시는 오는 14일 100여 명의 공무원들을 동원해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고 경과를 설명하며 "한국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미군을 상대했고 '실험대상'으로 끔찍한 일을 겪은 여성들에게 연민을 느껴 괴롭다"고 고백했다.

노랑조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도 "전 세계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여성 인권 침해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보존 가치가 높은 역사적 장소"라면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삶·경험과 다양한 얼굴들은 더 많이 드러나 발굴·연구·보존·기억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민희 옥바라지선교센터 목사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을 꾸짖으며, 역사를 역사를 지우고 경제·관광 발전이란 허울을 덧씌우려는 폭력에 그리스도인들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희 옥바라지선교센터 목사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을 꾸짖으며, 역사를 역사를 지우고 경제·관광 발전이란 허울을 덧씌우려는 폭력에 그리스도인들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임석규

이날 성경 출애굽기 20장 12~17절을 주제로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설교에 나선 이민희 옥바라지선교센터 목사는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을 향해 "외화벌이 일꾼이라고 추켜세울 때는 언제고 제일 먼저 여성들의 삶과 폭력의 과거를 지워버린 뒤 깨끗한 척·정결한 척하려는 그 정신이 가증스럽다"고 일갈했다.

또한 "과거를 오롯이 기억·반성하고 약하고 소수인 이들을 다시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 일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아름다움을 되찾는 일"이라면서 "경제·관광 발전이란 허울 좋은 이름 아래 도시의 역사를 지우고 맥락을 삭제하며 지어진 이름에 덧칠까지 하겠다는 폭력에 그리스도인들이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반대하는 종교계의 움직임으로는 지난 10일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기억·위로 미사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선교위원회의 철거 저지를 위한 기도회가 있었다.

 설교를 마친 뒤 이어진 '성찬의 전례' 시간에 예배 참석자들이 성찬을 나누며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저지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설교를 마친 뒤 이어진 '성찬의 전례' 시간에 예배 참석자들이 성찬을 나누며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저지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 임석규


#동두천시#성병관리소#개신교#현장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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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전공한 (전)경기신문·에큐메니안 취재기자. 시민사회계·사회적 참사·개신교계 등을 전담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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