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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조행섭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카페 바뇨를 찾았다. 비가 갠 후의 고요함 속에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옛 목욕탕을 개조한 이 공간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갑게 맞아주는 조 화백의 작품들이었다. 삐죽삐죽 번진 먹과 자연스럽게 스며든 색채들이 어우러져, 공간을 채운 작품들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조행섭 화백과의 인터뷰
조행섭 화백과의 인터뷰 ⓒ 김선영
자연 회귀와 인간 삶의 순환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조행섭 화가의 작품 세계는 그의 철학적 사유와 깊이 있는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산에 정착한 후 오래된 집과 담, 나무 등 인간의 흔적이 남은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채색 수묵화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새로운 탄생을 위한 소멸의 과정을 그려낸다.

이번 인터뷰에서 조행섭 화가는 그가 지향하는 예술 세계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 조 작가님, 오래된 집과 담, 나무와 같은 자연 속에서 소멸해가는 공간들이 주요 모티브가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도시의 복잡한 삶에서 벗어나 서산에 정착하면서 자연 속에서 잊혀진, 혹은 소멸해가는 오래된 공간들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남겨진 집과 담을 보면 그곳에 스며든 삶의 흔적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죠. 이는 단순한 파괴나 잊혀짐이 아니라, 자연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워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자연 회생'이라고 부르며, 인간이 자연에 양보하고 자연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 작가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묵의 번짐과 색채의 겹침이 인생의 순간들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묵의 번짐과 색채의 겹침은 인생의 순간들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서로 겹쳐지는 것을 상징합니다. 우리 삶도 그렇게 흐르고 쌓여가죠. 수묵화는 그 번짐과 깊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기법입니다. 반복적으로 덧칠하고 번지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깊이감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그 속에서의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자연 속에서 소멸과 회귀를 다루시는 작가님은 소멸을 단순한 파괴로 보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소멸은 끝이 아니죠. 소멸은 자연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오래된 집이 사라지고 숲으로 덮이는 것을 볼 때, 저는 그것을 자연의 힘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자연 속에서 소멸하고 다시 자연의 일환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소멸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것을 자연의 순환적 흐름으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유도 자연과의 조화를 찾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서울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더 진정한 삶을 찾고 싶었습니다. 시골로 이사 온 뒤에 저는 자연이 주는 평화와 고요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기 시작했죠. 오래된 집들과 담, 나무들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소멸하고 회복되는지 바라보면서, 그 공간들에 깃든 선인들의 손길과 삶의 흔적을 꾸준히 스케치해 왔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예술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행섭 화백 작품 중 일부
조행섭 화백 작품 중 일부 ⓒ 조행섭

- 작가님의 작품이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작품은 인간의 문명이 아닌 자연의 힘이 중심이 되는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이 자연 속에서 다시 사라지고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고 덧없는지, 그리고 그 연약함 속에서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연 속에서 소멸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생명과 순환을 위한 과정입니다. 인간의 삶도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함께 변하고 다시 통합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 끝으로,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연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이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묵직하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소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의 삶은 자연 속에서 다시 한번 의미를 되찾는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제 작품을 통해 사유해보길 바랍니다."

조행섭 화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며, 소멸과 탄생의 순환을 깊이 있는 시각적 표현으로 풀어낸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며, 자연 속에서 우리의 존재 가치를 새롭게 성찰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조행섭 화백 작품전이 서산시 해미 읍성마을 4길 19 갤러리 카페 바뇨에서 10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조행섭 화백 작품전이 서산시 해미 읍성마을 4길 19 갤러리 카페 바뇨에서 10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 조행섭 화백 작품전 리플렛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조행섭화가#자연회귀와인간삶의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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