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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Why We Can't Afford the Rich)>를 번역하고 출간한 전강수 경제학자가 24일 국립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을 찾아 '사회과학으로 세상알기(사과세알)' 강연을 펼쳤다.

이날 전 경제학자는 "불로소득은 정말로 문제일까"란 주제로 상위 1퍼센트 사람들이 부동산과 자금을 통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쉽게 빼앗는 착취 구조를 지적하며, 앤드류 세이어(Andrew Sayer, 영국 사회과학자)의 이론을 통해 1980년대 이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슈퍼리치(억만장자, 상위 0.01퍼센트)들이 토지와 화폐는 물론 정치 권력을 어떻게 장악하게 되는지를 짚었다

'우리가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려면, 그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어떻게 돈을 쓰는지를 묘사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부자들과 금융위기를 다루는 많은 책이 하지 못한 일을 해야만 한다. 부자들이 가진 부의 정당성(legitimacy)을 따지는 일이다.'
-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P. 29

슈퍼리치가 장악한 언론

그는 또한 '불로소득'에 대해 비판 없는 언론과 미디어를 꼬집었다. 불로소득은 생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부'가 아닌 부동산 또는 자금을 통제함으로써 생성되는 것인데, 마치 '부'를 독식한 사람들이 자유시장에서 성공했으니 당연한 성공의 결과로 치부되거나, 금융 엘리트를 상찬하는 서사를 부여하기 때문에 대중은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에서 더욱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언론과 미디어의 역할은 평범한 사람들이 슈퍼리치들과 같은 이해관계를 갖는다는 착각을 하게 하거나 지대추구가 마치 신중하고 현명한 행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꼬집었다.

세이어가 말하는 불로소득에는 토지 소유를 통해 얻는 지대 소득과 부동산 자본이득, 특허권이나 기술을 독점하여 얻는 과도한 이익, 각종 금융 거래를 통해 얻는 막대한 이득, 금융기관 임원들의 초고액 연봉과 보너스, 정치인들과의 결탁을 통해 얻는 특권이익,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 간여해서 얻는 수수료, 스포츠 스타나 인기 연예인들이 누리는 엄청난 보상 등이 포함된다.

그러면서 "100년 만에 찾아온 팬데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이들은 목숨을 잃거나 더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OECD 16개 국가 중 1978년부터 2022년까지의 'GDP 대비 토지 시가 총액'이 최고치를 기록한 나라는 한국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GDP 대비 토지 시가 총액 한국의 불평등 현실: 1978년부터 2022년까지의 ‘GDP 대비 토지 시가 총액’이 16개 국가 중 토지 시가 최고치를 한국이 기록했다. 출처 전강수 경제학자 토지자유연구소
▲ GDP 대비 토지 시가 총액 한국의 불평등 현실: 1978년부터 2022년까지의 ‘GDP 대비 토지 시가 총액’이 16개 국가 중 토지 시가 최고치를 한국이 기록했다. 출처 전강수 경제학자 토지자유연구소
ⓒ 전강수 경제학자 토지자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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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곳간이 텅텅 비는 현실, 부자들 위한 감면 정책... 결국 현실 정치로 풀어야

"언제까지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할 것인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저는 대표적으로 종부세 폐지했으면 좋겠다" -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 5월 24일 <신동아>와의 인터뷰)

마지막으로 전 경제학자는 현재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구분없이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해 정부의 부족한 세수가 56조 역대 최대로 세수 펑크가 났었는데 올해도 30조 안팎의 세수 펑크가 예정되어 있다.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더욱 확대된다면 이는 정부의 '전략적 적자'로 이어질 것이다.

어쩌면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우려스럽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다수가 종부세, 금투세 폐지,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는데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라며 "이러한 행보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평소에 누구를 만나고 누구의 말을 여론으로 받아들이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는 오로지 '정의'에 입각해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삶을 살피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사람들이 던지는 '표'이겠지만, 부디 올바른 정치 철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지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전강수(경제학자, 대구카톡릭대학교 명예교수)
1987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로 집필과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종말> <토지의 경제학> <부동산공화국 경제사> <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 <세상을 고치는 경제 의사들> 등을 썼으며, <희년의 경제학> <사회문제의 경제학>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전강수#슈퍼리치#불로소득시대부자들의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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