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인도에 멈춰 서서 "김건희는 출석하라"를 외쳤다. 차에서 내리는 의원들에게 호루라기를 불며 "물러나라"던 경찰들은 의원들이 물러설 때까지 스크럼을 풀지 않았다. 이들의 대치가 폭우를 뚫고 30분간 이어졌다.
법사위 소속 김승원·김용민·박균택·박지원·서영교·이건태·이성윤·장경태·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6일 김 여사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서울 용산구 한남동)를 항의 방문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의 명령이다 김건희는 출석하라', '최은순은 출석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관저로 다가갔다. 그러나 경찰 수십 명이 이들을 에워싸고 바리케이드로 이동을 봉쇄했고, 결국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관저에서 약 150m 거리를 두고 둘러쳐진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서 항의하는 의원들과, 이들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경찰들, 방송 카메라를 든 취채진들이 뒤엉켰다.
경찰들은 바리케이드 건너편으로 향하려는 취재진의 접근도 통제했다. 의원들은 인도에서 약식 기자회견으로 항의의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
"언론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는데 경찰들이 동원돼 막는 건 과잉이고 직권남용이죠." (서영교 민주당 의원)
"둘러싸지 마세요.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가려는데 뭐 하는 짓이에요." (김승원 민주당 의원)
"국회를 무시하고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는 김 여사는 반드시 청문회에 나와서 말을 해야 합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30분 대치 끝에 발길 돌린 법사위원들
경찰과 대치하던 의원들 사이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먼저 "관저로 가자"고 외쳤다. 서 의원은 "관저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증인 출석 요구를 윤석열 대통령이 막을 권한은 없다"고 항의했지만 인도 앞에 늘어선 수십 명의 경찰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서 의원은 경찰들을 향해 "문 여세요"라고 반복해서 외쳤으나 앞으로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 순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거센 폭우가 쏟아졌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국민 여러분,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늘도 그걸 알았는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경찰력이 김 여사 출석을 요구하러 온 법사위 의원들과 언론을 통제하고 접근조차 못 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다니는 인도에서 이게 말이 됩니까."
결국 야당 의원들은 30여 분간의 대치 끝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전 법사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2차 청문회'에는 김 여사와 그의 어머니 최은순씨 등 증인 대다수가 불출석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불출석한 증인들을 고발하는 등 국회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향후 김건희 특검법 청문회가 진행될 때 김 여사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