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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샐러드빵을 만드느라 단호박을 샀다. 샐러드빵에는 감자는 기본으로 삶아서 넣는데 단호박도 넣으면 맛있다(참고 기사 : 밥 먹기 싫은 날... 주말엔 샐러드빵 어떠세요). 단호박을 잘랐는데 씨앗이 제법 여물었다. 핸드타월을 깔고 단호박 씨앗을 몇 개 올려 말렸다. 1주일 정도 말린 단호박 씨앗을 긴 화분에 다섯 개를 심었다.
  
화분에 심은 단호박 새싹 식재료로 사 온 단호박 씨앗을 말렸다가 화분에 심었더니 이렇게 새싹이 올라왔다.
▲ 화분에 심은 단호박 새싹 식재료로 사 온 단호박 씨앗을 말렸다가 화분에 심었더니 이렇게 새싹이 올라왔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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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씨앗을 심어 두고 다른 화분에 물 줄 때 같이 물을 주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화분 양쪽 끝에서 새싹이 올라왔다. 그때의 감동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생명의 신비함이 느껴졌다. 잘 키우고 싶었다.

단호박을 키워 열매까지 보면 여섯 살 쌍둥이 손자에게도 산 교육이 될 것 같아서 좀 더 깊은 화분에 심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때마침 아파트 주민이 며칠 전에 이사 가면서 버린 화분 두 개를 주워왔었다. 군자란 옆에 작은 싹이 올라와서 작은 화분에 분갈이를 하였는데, 나중에 큰 화분에 옮겨 심으려고 했다.
  
분갈이한 화분에 올라온 단호박 새싹 단호박 심었던 화분의 흙을 섞어서 분갈이를 해 주었더니 새싹이 신기하게 두 개가 또 올라왔다.
▲ 분갈이한 화분에 올라온 단호박 새싹 단호박 심었던 화분의 흙을 섞어서 분갈이를 해 주었더니 새싹이 신기하게 두 개가 또 올라왔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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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에서 거름흙 두 봉지를 사 와서 긴 화분에 있는 흙을 섞어서 단호박 모종 두 개를 옮겨 심었다. 그런데 단호박이 마술을 부렸나 옆에서 단호박 새싹 두 개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긴 화분에 심었던 씨앗이 이제야 싹을 틔웠나 보다. 행운을 넝쿨째 받았다.    

단호박 모종을 화분에 한 포기를 옮겨 심어 두 포기씩 네 포기가 되었다. 우리 베란다가 오전에 햇빛이 잘 들어와서 문을 열어주니 통풍도 되어 매일매일 쑥쑥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자란 단호박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줄을 엮어 주었다. 베란다에 빨래걸이가 있어서 남편이 줄을 엮어 주었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엮었는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잘 자라고 있는 단호박 베란다의 화분에서 단호박이 잘 자라고 있다.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지켜보며 정성으로 가꾸었다.
▲ 잘 자라고 있는 단호박 베란다의 화분에서 단호박이 잘 자라고 있다.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지켜보며 정성으로 가꾸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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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두 번째 학교에서 '푸른 교실 가꾸기'로 교실에서 화분에 오이, 방울토마토, 호박, 수세미 등을 심어서 넝쿨을 올렸던 경험이 생각나서 베란다에서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는 벌 등 곤충이 없어서 인공 가루받이를 해주어야 한다. 깨끗한 붓으로 수꽃에 있는 꽃가루를 암꽃에 묻혀주면 신기하게 교실에서도 오이가 열렸다. 이번에도 단호박꽃이 피어 열매가 달리는 기적을 맛보고 싶다.

손자에게는 자연학습장, 나에겐 텃밭

요즘 날씨가 더워서 물도 많이 먹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웃자랄 것 같아서 겉흙이 마르면 그때 물을 주었다. 며칠 관심을 안 주면 애써 키운 식물이 시들 수 있어서 매일매일 확인해야 한다. 아이도, 식물도 관심을 주는 만큼 잘 자란다. 어찌나 잘 자라는지 벌써 천장까지 자랐다.
 
천정까지 자란 단호박 화분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줄을 엮어서 단호박이 감고 올라가도록 해 주었더니 어느새 천정까지 자랐다.
▲ 천정까지 자란 단호박 화분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줄을 엮어서 단호박이 감고 올라가도록 해 주었더니 어느새 천정까지 자랐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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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단호박이 내 키보다 더 커졌네요. 덩굴손을 감고 천장까지 올라갔어요."
"할머니, 저거 꽃봉오리 맞지요? 언제 꽃이 필까요?"


쌍둥이 손자가 천장까지 자란 단호박이 신기한지 쳐다보느라 떠날 줄 모른다. 나에게도 매일 단호박이 자라는 것을 보는 일 자체가 요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어서 꽃이 피고 단호박 열매도 달리길 기대해 본다.
 
꽃봉오리가 맺힌 단호박 단호박잎 사이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잇다. 아직까지 암꽃은 보이지 않지만, 곧 암꽃이 열매를 달고 피기를 기대해본다.
▲ 꽃봉오리가 맺힌 단호박 단호박잎 사이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잇다. 아직까지 암꽃은 보이지 않지만, 곧 암꽃이 열매를 달고 피기를 기대해본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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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은 처음 키워보는데 잎이 호박잎과 비슷하다. 호박잎을 찜기에 쪄서 쌈 싸 먹는 것을 좋아해서 여름이면 몇 번씩 사서 먹는다. 단호박잎도 먹을 수 있는지 검색해 보니 호박잎처럼 쪄서 먹으면 된다고 했다.
 
베란다 화분에서 딴 단호박잎 단호박잎도 호박잎처럼 찜기에 쪄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시들기 전에 아랫쪽에 있는 단호박잎을 땄다.
▲ 베란다 화분에서 딴 단호박잎 단호박잎도 호박잎처럼 찜기에 쪄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시들기 전에 아랫쪽에 있는 단호박잎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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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잎이 제법 커서 시들기 전에 단호박잎 쌈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따 보았다. 따다 보니 16개나 되어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하다. 걱정도 된다.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다. 혹시 호박잎을 따주면 열매가 안 맺힐까 봐 걱정되었다. 호박잎 사이에 꽃봉오리가 맺힌 것이 보여 그 부분은 따지 않았다.
  
찜기에 찐 단호박잎 베란다 화분에서 딴 단호박잎을 찜기에 쪄서 저녁 식사할 때 맛있게 먹었다. 직접 기른 단호박잎이라서 귀하게 먹었다.
▲ 찜기에 찐 단호박잎 베란다 화분에서 딴 단호박잎을 찜기에 쪄서 저녁 식사할 때 맛있게 먹었다. 직접 기른 단호박잎이라서 귀하게 먹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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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서 겉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될 듯했지만, 줄기 쪽 껍질을 벗겨서 찜기에 쪘다. 연하고 양도 많지 않아서 6분 정도 찐 후 뚜껑을 열고 식혔다. 식은 후에 물기를 짜서 접시에 한 장씩 펼쳐서 담았는데 너무 연해서 호박잎이 찢어질까 봐 아기 다루듯 조심해서 한 장씩 펼쳤다. 정성으로 기른 귀하고 깨끗한 것이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남편과 저녁 식사할 때 잡곡밥과 쌈장에 싸서 먹었다. 집에서 담근 오이지무침과 같이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혹시 단호박에 열매가 안 달리더라도 단호박잎을 따서 먹는 것만으로도 기른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하나라도 단호박이 열리길 기대하며 오늘도 단호박 넝쿨을 바라본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키우는 반려식물들 베란다에서 반려식물을 자식 키우듯 정성을 다해 키우고 있다.
▲ 우리집 베란다에서 키우는 반려식물들 베란다에서 반려식물을 자식 키우듯 정성을 다해 키우고 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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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베란다에서 반려 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다. 주로 난 화분과 꽃이나 잎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단호박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이제부터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어보고 싶었다. 상추나 방울토마토, 고추 등을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단호박을 먹을 때 씨앗을 버리지 말고 말려서 모아 두어야겠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이 심어야겠다. 단호박뿐만 아니라 오이 모종도 몇 개 사서 심어야겠다. 올해의 경험으로 내년에는 잘 키울 수 있으리라. 쌍둥이 손자에게는 자연학습장이 되어주고, 나에겐 음식 재료를 제공해 주는 텃밭이 된 베란다가 정말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수 있습니다.


태그:#단호박, #단호박쌈, #베란다화분,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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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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