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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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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른직다."

'아모른직다'는 "아직 모른다"라는 말의 글자 순서를 일부러 바꾼 인터넷 '밈' 중 하나이다. 보통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의 결과가 거의 결정 났음에도, 마지막 역전을 노리는 쪽에게 쓰는 말이다. 긍정적인 뉘앙스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더 많이 쓰인다. 일종의 '희망고문'인 셈이다. 물론 가끔씩 정말로 역전 드라마가 써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예상됐던 승패로 수렴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갑자기 '밈'을 언급한 건,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한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희룡·나경원 후보 측에서야 열심히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동훈 후보 지지층이 생각보다 흔들리지 않고 있다. 각 캠프에서 객관적인 상황 판단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한동훈 후보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 사이의 갈등을 부각하며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 최대 트라우마인 '대통령 탄핵'을 연상케 해 지지층을 자극하는 모양새이다.

이같은 포화 속에서도 아직까지 '어대한' 기류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견제가 세다는 건, 그만큼 '1위 후보'로서의 입지가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배신자' 프레임 씌우려는 원희룡... 아침마다 '한모닝'
 
국민의힘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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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촉발된 '윤한 갈등'을 기점으로 한동훈 후보의 기조는 '비윤'으로 기운 상황이다. 특히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친윤'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원희룡 후보를 중심으로 '한동훈 대 원희룡'의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원 후보는 최근 연달아 한동훈 후보를 저격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과거 '문모닝(아침마다 인사하듯이 수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당시 야당)'에 빗댈 만한 '한모닝'인 셈이다.

원 후보는 4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총선)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라며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또 다시 충돌할 당 대표를 뽑으면 안 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일에도 "1997년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대표의 갈등은 한나라당을 10년 야당으로 만들었다. 이회창도 민심을 내세워 대통령과 차별화 했다"라며 "2015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갈등과 2016년 총선 때 김무성 대표와의 갈등도 민심을 읽는 차이 때문이다. 그 결과 총선 패배와 탄핵의 불행한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일에는 여러 개의 게시물을 순차적으로 올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예컨대 "한동훈 후보는 박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는데 박 대통령에게 징역 35년을 직접 구형했다. 감옥에서 죽으라는 것 아닌가? 너무나도 잔인했다"라고 날을 세운 것.

또한 "한동훈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보필하기도 했는데,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도 구속기소했다"라며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 예방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말이 있는데, 사과라도 한마디 했는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원 후보는 "이러한 한동훈 후보의 과거를 보면, 자신을 키워주다시피 한 윤 대통령을 어떻게 배신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대한' 유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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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후보 측의 전략은 명확해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보수 정당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력을 갉아 먹히는 것처럼, 한동훈 후보 역시 '배신자'로 규정해 최대한 '당심'을 끌어모으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두루 만나고, 지역 당협위원회와의 접점을 늘리며 최대한 조직 표를 끌어 모으고 있다.

반면, 나경원 후보의 경우에는 '배신자' 프레임에 동참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오히려 캠프 측에서는 지난 6월 30일 "일부 언론에서 나경원 후보가 '배신의 정치'를 직접 언급한 듯 기사화하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 측의 '단일화' 이야기도 나왔지만, 나 후보 측은 적극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나 후보 본인은 이미 "일고의 가치가 없다"(6월 29일)라며 잘라 말한 바 있다.

이날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격으로 나선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며 바람을 잡자, 나 후보의 캠프는 "사전 논의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나 후보와 원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하는 행태 자체가 바로 '줄세우기·계파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대 한동훈' 전선의 한 축인 나 후보가 원 후보와 거리를 두면서 당초 3대 1 구도가 흔들리는 모양새이다. 이미 두 후보는 지난 총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SNS로 공방을 주고 받았다. 나 후보 입장에서 본인이 결선에 진출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테지만, 결선에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옵션을 열어두는 모양새이다. 원희룡 후보를 도울 수도 있지만, 한동훈 후보를 도울 수도 있는 셈이다. 오히려 전당대회 '키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윤심' 따라 김기현 골랐던 당원들, 이번에는 다르다?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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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생각보다 전략적인 판단을 한다는 데 있다. 김기현 전 당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는 오롯이 '용산의 힘'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윤심)'에 의해 치러진 전당대회였다. 친윤계 초선들이 전위대로 나서며 연판장을 돌리는 등 유력 후보(나경원)의 출마를 저지시켰고, 다른 유력 후보(안철수)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저격해 추락시켰다.

무엇보다 당심이 여기에 따라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근소한 차로 당선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 최대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실망감이 누적되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있다보니 '배신자' 프레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미 보수정당의 당원들은 정권 교체라는 목적을 위해 '이준석'이라는 새 얼굴을 선택한 바 있다. 이준석을 향한 당원들의 바람이 불자 다선 중진들의 조직 표가 힘을 쓰지 못했다. 한동훈 후보 입장에서는 '이준석 시나리오'를 재현해야 하고, 원희룡 후보 입장에서는 '김기현 시나리오'를 반복해야 한다. 아직 방관하고 있는 당원들의 마음이 어디로 갈지는 여론조사를 계층별로 살펴봐도 아직 모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윤심 후보'는 한동훈?

그런 맥락에서 이날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보도한 여론조사는 굉장히 흥미로운 결과값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당 대표에 나선 후보들 중 누구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전체 응답자의 44.4%가 원희룡 후보를 선택했다. 한동훈 후보를 고른 이들은 28.8%였고, 나경원(5.1%), 윤상현(2.3%) 후보 순이었다.

그런데 이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자 수치가 반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7.4%가 한동훈 후보에게 '윤심'이 있다고 보았다. 원희룡 후보를 고른 지지자들은 31.9%에 그쳤다. 보수층으로 한정해도 41.6%대 35.8%로 한동훈 후보가 앞섰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자들 역시 45.1%대 34.3%로 한동훈 후보를 '윤심 후보'로 본 응답이 더 많았다.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하고 열심히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경선에서 80%를 차지하는 당심이, 20%를 차지하는 민심보다 한동훈 후보를 '윤심 후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용산에서 아무리 좌표를 찍어도, 실제 당심이 그만큼 따라가지 않는 모양새이다.

"배신자 프레임, 별로 먹히지 않을 것" vs.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까지 안 먹히는 '배신자' 프레임을 계속한다고 해도 별로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선 상당수 당원들이 한동훈 후보를 배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설사 배신이라 한들, 그렇다고 다른 주자들처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과 친해서, 신뢰가 있어서, 사이좋게 잘 지낸다'는 것을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반면에 한동훈 후보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귀국 문제나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이나, 김건희 여사 가방 논란 등에서 나름의 입장을 밝혔다. 그걸 '한 후보의 사익을 위한 것'이라고 누군가는 주장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데 자꾸 한다고 먹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지층이 아니라 '당원'에 한정해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아직 없기 때문에 추이를 정확하게 읽을 수가 없다"라면서 "여전히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인 건 맞지만,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도 있다. '대통령 탄핵을 저지할 수 있는 후보'를 원하는 당심과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서 보수 재건을 해낼 적임자'를 원하는 당심이 서로 상충하며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또한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와 당원 조사는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좀 지켜봐야 한다"면 "원희룡 후보를 포함해 친윤계가 적극적으로 당원 표를 조직하고 있다. 반면, 한동훈 후보 쪽을 돕는 국회의원들이 비례대표가 많다 보니 지역구 표 작업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토론회도 있고 합동연설회도 있다. 지금의 '배신자' 프레임이 그대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친하느냐, 안 친하느냐'가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야'로 프레임이 바뀌면 또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4일부터 확산되고 있는 한동훈 후보가 총선 당시 '사과를 원한다'는 요지의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읽씹' 논란에 당심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한 후보측은 여전히 '어대한'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은 일제히 "잘못된 처신"이라고 날을 세우면서 '배신자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9%다.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태그:#한동훈, #어대한, #원희룡, #배신자,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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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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