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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박형준 부산시장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부산시는 취임 2년을 맞아 자신들의 성과를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시민 토크콘서트와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지역언론도 박형준 시정 2년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과 대규모 투자 유치 등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 반면, KBS부산과 부산MBC는 엑스포 실패와 난개발, 실업 문제 등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박형준 시장 2년 평가. 어땠는지 살펴봤다.

'칭찬 일색' 부산일보의 박형준 평가

"침체를 거듭하던 부산에 새로운 혁신의 파동을 일으키면서, 앞으로 부산 100년을 좌우할 도시 그랜드 디자인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부산일보는 <6조 원대 투자 유치 가시권에 민생 정책도 효과>(2면, 6/26)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평가라며 이같이 전했다. 대내외 전반적인 평가라곤 했으나, 이런 발언을 한 이들의 실명을 밝히진 않아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엔 어렵다. 더구나 지난 1일 발표한 부산시의 보도자료 제목이 <박형준 시정 2년, "혁신의 파동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였다는 점에서 부산일보의 평가가 부산시의 뜻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지적 역시 가능하다.
 
부산일보 6월 26일 2면 갈무리
 부산일보 6월 26일 2면 갈무리
ⓒ 부산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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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는 박 시장의 구체적인 성과로 '글로벌 허브도시' 추진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꼽았다. 이 역시 부산시가 자신들의 성과로 강조한 점이다. 이 신문은 "박 시장은 지난 2년간 부산 도시 운영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시정 역랑을 집중시켰다"며 "'부산을 남부권 거점도시이자 글로벌 허브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도 명확했다"고 평했다.

또한 당초 "가덕신공항은 2035년이나 돼야 개항 가능하다는 시각이 팽배했다"면서 "박 시장 지시로 시 내부적으로 조기 개항 필요성과 논리를 만들었고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중앙 정부 설득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부산일보는 부산시가 경제와 민생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고 했다. 기업 투자가 늘었으며 "15분 도시 대표 생활권 조성을 비롯해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조성, 액티브 노년을 위한 하하센터 구축 등 민생 정책도 효과가 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또한 부산시가 보도자료에서 성과로 강조한 점이다. 그러나 해당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은 어떠한지 알아보는 노력은 없었다.

박 시장의 정치력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박 시장 주도 하에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보수 여당이 16개 기초단체장을 모두 석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오랜 기간 지도자가 없다는 평을 받아 온 부산 정치를 대표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며 박 시장의 "청와대와 국회에서 다진 탄탄한 기획력과 폭넓은 네트워크, 소통과 협업의 리더십"이 토대가 돼 부산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고 봤다.

"다양한 재능 갖춘 시장"... 한술 더 뜬 칼럼
 
부산일보 6월 24일 칼럼
 부산일보 6월 24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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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박형준 시장 개인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는 칼럼에서도 이어진다. 부산일보 권기택 서울지사장은 <박형준 시장에게 부족한 그 무엇>(6/24)에서 이렇게 썼다.

"요즘 '박 시장이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가 간혹 나온다. (중략) 그렇다고 박 시장이 원래 무능하거나 무기력한 사람도 아니다. 대학 교수 출신인 박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론가이자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게다가 그는 수준급의 농구와 테니스 실력을 갖춘 만능 스포츠맨이다.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그는 과거 부산시장들에게선 찾기 힘든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시정 능력과 무관한 특징을 장점으로 부각하는 발언이었다. 박 시장에 대한 상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각의 박 시장 교체설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 "박 시장만 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박 시장은 다른 예비후보들이 넘보기 힘든 '절대 강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끔 SNS 활동을 통해 중앙 현안에 적극 개입할 필요도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며 참모가 시장에게 조언으로 할 법한 글을 썼다.

시민사회와 야당에서 비판이 제기됐던 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선 박 시장 책임이 없다고 단언했다. 권기택 지사장은 "단언컨대 엑스포 실패는 박 시장의 잘못이 아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라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굳이 따지자면 잘못된 정보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 현 정부 잘못"이라고 탓했다. 막대한 예산을 썼는데도 '119 대 29'라는 참패를 한 것에 대해 총책임자 중 하나였던 박 시장의 책임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더구나 정부의 책임은 있지만, 부산시의 책임은 없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해당 칼럼은 박 시장 취임 2년을 맞아 지난 2년을 돌아보는 기사였다. 박 시장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짚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시장 개인을 지나치게 띄우는 발언이 이어졌다.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책무는 찾을 수 없는 보도였다.

국제신문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쐐기 성과"

국제신문도 부산일보와 마찬가지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기업 투자 유치 증가', '도시 브랜드 제고' 등 부산시가 강조한 점을 그대로 성과로 꼽았다.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쐐기 성과... 물문제·행정통합 큰 숙제>(3면, 7/2)에서 박 시장 주도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이뤄낼 수 있었고 기업 투자 역시 박 시장 취임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외 도시 브랜드 평가에서 부산이 좋은 점수를 받은 점을 언급하며 도시 브랜드가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 모두 부산시의 보도자료에서 언급된 내용이었다.
 
국제신문 7월 2일 3면 갈무리
 국제신문 7월 2일 3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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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민선 8기 후반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역점">(3면, 7/2)에서는 "지난 2년이 부산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과 변화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경제 체질과 도시 공간을 더 새롭게 혁신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는 박 시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후반기 시정방향을 상세하게 전했다.

오마이뉴스의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엑스포 국정조사? 대단히 부적절">(7/1)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엑스포 유치 실패 국정조사와 예산 사유화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신문은 이런 내용을 제외한 채 박 시장의 일방적인 성과 발표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물론 아쉬운 점을 짚기도 했다.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쐐기 성과... 물문제·행정통합 큰 숙제>(3면, 7/2)에서 "민선 8기 전반기 가장 뼈아픈 대목은 '엑스포 유치 실패'"라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민의 상실감은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부울경 메가시티'를 폐기하고 부산·경남간 행정통합으로 선회한 점, '낙동강 맑은 물 공급' 문제가 표류하는 점이 아쉽다고 평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저출생과 청년층 이탈 흐름을 제어하지 못했고 고용률·실업률은 큰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선 8기 박형준 시장 남은 2년 성과로 말하라>(사설, 7/1)에서 실업률 문제부터 '난개발', '전세사기 대비' 등 시민사회의 비판을 박 시장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부산·부산MBC "좋지만은 않은 성적"... KNN 자체평가 대신 토크콘서트 중계

반면, KBS부산과 부산MBC는 박 시장 2년에 대해 성적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KBS부산은 <"부산 주요 현안 제자리"... 남은 2년, 방향은?>(6/25)에서 "막대한 예산과 인력 투입, 그리고 잘못된 예측까지 2030 엑스포는 박형준 시장의 아픈 역사로 기록"됐다며 '엑스포 유치 실패'를 박 시장 2년의 주요 실책으로 꼽았다.

아울러 "산업은행 이전과 에어부산 분리 매각 등 굵직한 부산 현안은 제자리걸음"이며 "난개발의 빌미를 제공한 도시 규제 완화 방침은 장기적인 도시 청사진으로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산경실련과 부산대 교수 인터뷰를 통해 민생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MBC는 <통계로 본 2년..민선 8기 후반기 과제는?>(6/30)에서 부산시가 투자유치 성과를 내세우지만 시민들의 평가는 냉정하다고 전했다. 부산시가 기업 투자 유치가 늘었다며 경제 성과가 있었다고 자찬했지만, 실제 시민의 삶은 여전히 어렵거나 외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지난 2년 간 고용, 인구 부문 핵심 지표들은 정체되거나 다소 악화됐다며 민생 부문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청년실업률은 최근 2년 간 상승했으며 고용률은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합계출산율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좌: KBS부산 우: 부산MBC
 좌: KBS부산 우: 부산MBC
ⓒ 부산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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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BS부산은 뉴스7 '대담한K'에서 박 시장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시장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발언하는 형식으로 인터뷰가 이뤄졌고, 12분가량 진행됐다. 주로 부산 현안과 시정 운영방향에 대해 박 시장이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질문이 나왔으나, 박 시장의 입장만 들을 뿐 추가 질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KNN은 박 시장 2년에 대해 자체 평가에 나서진 않았다. 대신 6월 26일 박 시장이 시민과 함께 진행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시민행복 토크콘서트>를 7월 1일 저녁 특집프로그램으로 방송했다. 토크콘서트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방안, 대중교통 혁신방안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시민이 질문하고 박 시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 내용은 <민선 8기 2년, 부산시정의 평가와 과제는?>(6/26) 기사에서 간략히 소개되기도 했다. "부산의 당면 과제들에 대해 질문과 답변도 진지했다"며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변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고 하는 등 주로 현장의 반응을 전하는 데 내용을 할애했다.

태그:#지역언론, #엑스포,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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