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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속에 서식하는 친구들인데 강에서 발견되었다!
▲ 넓적사슴벌레 산림 속에 서식하는 친구들인데 강에서 발견되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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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는 친구가 아닌데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요!"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자주 놀러 오는 김재민 고등학생이 밤에 곤충을 관찰하려고 나타났다. 이번엔 후배 허정무와 함께 왔다. 둘은 넓적사슴벌레 암컷을 보더니 여기 사는 아이들이 아니라며 걱정했다. 넓적사슴벌레는 주로 산림에 거주하는 친구들로 죽은 참나무나 땅 속에 묻혀 수분이 유지되는 나무에 알을 낳고 번식활동을 하기 때문이란다.

이 친구들은 1일 밤에 한두리대교 자전거연습장에서 멸종위기 1급인 수염풍뎅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인공조명으로 달려들어 부딪히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단다. 재민이, 정무의 걱정하는 마음 모두 금강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이 국립생태원과 환경부, 세종시 측에 수염풍뎅이 존재를 알리고 보전대책을 요구했는데, 다음 주쯤 국립생태원이 조사를 하러 오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등학생 친구들이 발견한 수염풍뎅이
▲ 수염풍뎅이 또 발견 고등학생 친구들이 발견한 수염풍뎅이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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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계속 쏟아지니 강의 친구들이 장마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해가 반짝 뜰 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우중 산책하는 친구들을 찾아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7번 반려된 지리산 케이블카… 환경부 앞에 나선 사람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
▲ 지리산을 그대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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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산, 지리산. 당신이 지켜주세요!"

지난 1일,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환경부 앞에서 열렸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186개 단체는 '지리산케이블카 신청서 반려 촉구 기자회견'에서 "산청군과 구례군이 제출한 신청서는 '국립공원 삭도 설치 기본방침'과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당장 반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환경부 면담을 이어가기도 했다(관련 기사 : 7번 반려된 지리산 케이블카…환경부, 이번엔 왜 미적대나 https://omn.kr/299bz).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세종보 농성장을 방문했다. 산청, 함안, 구례 등에서  온 지리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지리산을 가만히 못 두고,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리산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부양시키겠다고 홍보하지만 전국에 이미 개발된 케이블카도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한 몫 챙기고 가면 그만이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오늘 하루를 버티고 있는 서민들이 낸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한다.

금강도 지리산과 다르지 않다. 진짜 지역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지리산 케이블카나 금강 세종보 등의 시설을 무조건 짓고 이용하자는 말만 주장할 게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서 고유의 지역 환경이 파괴되지 않는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그 선을 넘게 되면 경제도, 환경도 잃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지역에서 텅 빈 채 오락가락하는 빈 케이블카와 강물에 떠 있는 텅 빈 유람선, 사람이 타지 않는 오리배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세종보 천막 사진공모작 발표… 금강을 사랑하는 마음 듬뿍

보철거시민행동이 지난 6월 말 시작한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이 마무리됐다. 30여 점의 작품이 접수됐고,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5개의 작품이 그랑프리로 선정됐다. 강원중 '천막의 밤', 정란희 '금강의 아침', 우인정 '깨어있는 세종시민', 강형석 '아침의 안부', 김다솜 '흘러라 금강'이 당선작이다. 15개의 입선작도 금강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천막의 밤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강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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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금강의 아침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정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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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깨어있는 세종시민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우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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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아침의 안부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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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흘러라 금강 세종보 천막농성장 사진공모전 수상작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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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금강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생명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가치인식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그래서 천막농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금강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농성장 속에서 함께 밥을 먹고 책을 보고 일을 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처럼 우리가 70여 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장마 속에서도.
 
이거라도 한다며 쓰레기를 챙겨가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금강을 잘 지켜내야 한다.
▲ 고마운 마음 이거라도 한다며 쓰레기를 챙겨가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금강을 잘 지켜내야 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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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드세요."

정무가 수줍게 비타민 음료를 건넸다. 재민이는 가방에서 빵을 꺼냈다. 이런 걸 왜 사오냐 했지만 그 마음이 참 고맙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여기가 물에 잠길까봐 걱정이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곳을 찾는다. 원래도 곤충, 새 등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던 친구들이라 금강에 대한 사랑이 더 크기도 하다. 그 친구들이 여길 찾고 소박한 마음을 내밀 때, 금강을 더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다잡게 된다.

"이거 제가 가져가서 치울게요."

천막농성장에 올 때마다 빗속에 쓰레기를 치워주신다고 기어이 들고가는 분들도 있다. "제가 치우겠다"면서 한사코 거절하지만 다 챙겨서 가져간다. 비 맞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보통이 아니다. 분리수거 하려면 일일이 씻고 말려야 하기 때문에 설거지 보다 고되다. 그런데도 "이거라도 할게"라고 말하며 쓰레기를 한 개라도 더 가져가려는 시민들의 마음이 고맙다.
 
강변 물살을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모습
▲ 흰뺨검둥오리 가족들 강변 물살을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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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검둥오리들이 쏟아지는 빗속에 유유히 물살을 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가 그리 조급하냐고, 나에게 묻는 몸짓 같다. 나도 장마를 이렇듯 즐기면서 여유있게 타고 있는데, 당신은 주변의 정성어린 마음들이 시간과 함께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 않냐고 나에게 말하는듯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올해 장마 때 폭우가 예상된다는 뉴스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흰뺨검둥오리를 보며 장마를 건너는 법을 익힌다. 세종보 담수를 막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배운다.

태그:#금강, #낙동강, #영산강, #세종보, #4대강16개보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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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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