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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종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가 6월 28일 오전 10시에 비성골에서 진행됐다.
 제10회 세종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가 6월 28일 오전 10시에 비성골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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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종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가 6월 28일 오전 10시에 비성골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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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종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가 6월 28일 오전 10시에 비성골에서 진행됐다.

세종시 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8일에 조치원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던 보도연맹원이,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도로 옆 갈운리 비성골과 고정리 은고개로 끌려가 희생당한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이래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비성골과 은고개는 약 600~700m 정도 떨어져 있고, 비성골에서 100여명 등 두 지점에서 최소 200~300여 명 정도가 희생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위령제가 열린 비성골은 사건 당시에는 연기군 남면 갈운리에 속해 있었으나, 이 일대가 행정중심복합도시 6-3생활권 도시개발계획에 포함되었고 현재는 세종시 산울동에 해당한다.

위령제가 열린 날은 음력으로 5월 23일이었다. 학살 사건이 벌이진 1950년 7월 8일과 음력으로 같은 날이다. 세종시 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는 지난 2022년부터 희생자들의 음력 기일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위령제에서 세종시보도연맹희생자유족회 한문수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위령제에서 세종시보도연맹희생자유족회 한문수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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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에서 추도사에 나선 세종시보도연맹희생자유족회 한문수 회장은 "고층의 아파트와 공공건물, 상가 등이 건립되어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지역이 안고 있는 비극의 역사는 국가가 저지른 공권력의 역사적 악행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문수 유족회장은 이어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돌아가신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추모 위령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우리도 화해 협력의 길로 함께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해 당사자인 국가가 하루빨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신고 등 제반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또한 "우리 유족들도 이제 고령으로 해가 갈수록 돌아가시는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라며, "영령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추모위령제를 지내고 있는 이 장소는 우리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소이며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10회 세종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를 위해 제단과 천막을 설치한 곳 주위는 넓은 공터였고, 공터 너머에는 아파트를 비롯해 세종시 6-3생활권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제10회 세종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를 위해 제단과 천막을 설치한 곳 주위는 넓은 공터였고, 공터 너머에는 아파트를 비롯해 세종시 6-3생활권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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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생활권 2공구 조경공사 감리단장이 위령제에 참석해 공원설계안을 보여주며 추진 현황을 유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6-3생활권 2공구 조경공사 감리단장이 위령제에 참석해 공원설계안을 보여주며 추진 현황을 유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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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위령제를 지낸 비성골에서는 지난 2018년 유해 발굴을 통해 유해 7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그중 유전자 분석을 통해 1구의 신원을 확인해 유해가 유족에게 인계되기도 했다. 하지만 희생자 유해 발굴 지역은 도시개발로 능선과 골이 사라져 옛 모습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위령제를 위해 제단과 천막을 설치한 곳 주위는 넓은 공터였고, 공터 너머에는 아파트를 비롯해 세종시 6-3생활권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유해 발굴로 사건 현장임을 확인 한 후 추모공원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도시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토지공사(LH)에서 추모공원 조성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이날 위령제에는 6-3생활권 2공구 조경공사 감리단장이 직접 참석해 공원설계안을 보여주며 추진 현황을 유족들에게 설명했다. 장용배 감리단장은 "공사 준공이 25년 9월 19일로 돼 있다"면서 "내년 추모제에는 완비된 공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사 관계자들도 열심히 공사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원설계안에 따르면 공원 전체 면적은 20,622㎡이고, 그중 60%가량이 녹지면적이다. 공사계획에 추모관은 없고 기념비(추모비) 건립만 포함되어 있어 보도연맹 희생자 유해 발굴지 상징 공원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6-3생활권 2공구 조경공사 문화공원(추모공원)설계안. 공사계획에 추모관은 없고 기념비(추모비) 건립만 포함되어 있어 보도연맹 희생자 유해발굴지 상징 공원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6-3생활권 2공구 조경공사 문화공원(추모공원)설계안. 공사계획에 추모관은 없고 기념비(추모비) 건립만 포함되어 있어 보도연맹 희생자 유해발굴지 상징 공원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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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위령제를 주최한 세종민예총 조성환 회장은 "추모기념관이 있어야 여러 가지 전시라든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을 할 수가 있는데 추모공원 조성 계획에 추모기념관은 빠져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조성환 회장은 "세종시가 민주주의의 기치로 탄생된 도시인 만큼 그 의미에 맞게 추모공원에서 세종시 예술인과 예술인 단체, 공동체가 평화 음악제나 인권 백일장 등 시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세종국제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비성골 학살 현장에 희생지 표지석을 세운 바 있다. 그때 세종국제고 역사동아리 '세종마실' 학생들이 적극 참여했는데, 그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위령제에 참석해 추모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학생들이 행정고시, 세무사 시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등으로 인해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역사동아리 '세종마실' 서명원 지도교사가 학생 대표가 보내온 글을 대신 낭독했다.
  
세종국제고 역사동아리 ‘세종마실’ 서명원 지도교사가 학생 대표가 보내온 글을 대신 낭독하고 있다.
 세종국제고 역사동아리 ‘세종마실’ 서명원 지도교사가 학생 대표가 보내온 글을 대신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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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풀 섶을 해치고 땅을 골라 저희는 바로 이 자리에 작은 위령비 하나를 세웠습니다. 전쟁의 혼란 속에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이 아무런 법적 절차도 없이 그것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군의 손에 무자비하게 희생당한 장소임에도 표지석 하나 없이 빈 터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 무엇이라도 해야 되겠다 마음먹은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총학생회 주도로 피켓과 포스터를 만들었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교내에서 위령비 건립을 위한 캠페인 활동과 모금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학생과 교직원이 하나 되어 마음을 모았고 억울한 혼령을 위로하려는 뜻에서 작은 빗돌을 세웠습니다. 빗돌에 새긴 글귀 '무고한 시민들의 억울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생명과 인권이 황금처럼 귀하고 햇빛처럼 빛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비문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국가는 곧 국민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존재 목적이며 절대 가치입니다. 전쟁 상황이라는 이유로 적법 절차 없이 무고한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참혹한 역사, 지나간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이를 바로잡고 반성하기 위해 뒤늦게라도 노력하는 것은 국가의 이 시대 시민들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빗돌을 세우고 난 이후 매년 위령제에 참여하면서 이 장소가 절대 아파트나 도로로 뭉개지지 않기를, 작게나마 추모공원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래왔습니다. 추모공원 한켠에라도 저희가 함께 만들었던 빗돌이 잘 간직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여겨왔습니다. 다행히 유가족분들과 여러 시민분께서 시민단체에서 행복청과 시청, LH 등 여러 기관에서 함께 노력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신 덕분에 이 장소에 추모 공원이 세워진다고 들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함께 떠오릅니다. 그간의 과정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빗돌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 어디서든 생명과 인권이 황금처럼 귀하고 햇빛처럼 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할 것임을, 다음 위령제에는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이 땅의 당당한 시민으로서 반드시 함께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세종국제고 졸업생 김동욱

세종국제고에서 사건 현장에 세운 표지석은 6-3생활권 조성공사로 인해 현재는 세종시청 자료수장고로 옮겨 보관되어 있다.
  
세종국제고에서 사건 현장에 세운 표지석은 6-3생활권 조성공사로 인해 현재는 세종시청 자료수장고로 옮겨 보관되어 있다.
 세종국제고에서 사건 현장에 세운 표지석은 6-3생활권 조성공사로 인해 현재는 세종시청 자료수장고로 옮겨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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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소합주단 ‘호들기’가 ‘늙은 군인의 노래’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하며 추모공원을 했다.
 태평소합주단 ‘호들기’가 ‘늙은 군인의 노래’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하며 추모공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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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행사는 초헌, 독축, 아헌, 종헌에 이어 헌화를 진행하는 합동위령제를 1부로, 2부 추모식 및 문화공연에는 추도사와 추모 공연이 진행됐다. 추도사에는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대독),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김종민 국회의원(세종갑, 새로운 미래), 조상호 세종 새로운생각연구소장이 나섰다.

최교진 교육감은 "아픈 전쟁의 현장을 평화와 인권 그리고 통일의 당위성을 배우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교육적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면서 "우리가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 '전쟁이 없는 나라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모 공연에는 태평소합주단 '호들기'가 '늙은 군인의 노래'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했다. 제10회 세종시보도연맹희생자 위령제는 세종민예총이 주최했고, 세종유족회와 세종민예총이 함께 주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제10회세종시국민보도연맹희생자위령제, #세종시국민보도연맹희생자추모공원, #세종국제고, #세종민예총, #세종시보도연맹희생자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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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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