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30 17:41최종 업데이트 24.06.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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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지속적으로 정책 칼럼을 연재해 온 공공정책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는 22대 총선과 22대 국회 개원을 맞이해서 '22대 국회가 해야 할 과제와 정책제안'을 기획하고 4월부터 6월까지 기획연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칼럼은 야당에 의해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방송3법 등의 언론개혁이 거부권을 넘어설 수 있는 제안을 박록삼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전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22대 국회의 방송3법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 상정 나흘 만인 지난 18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 3법과 방송통신위설치법 등을 통과시켰다. 여당의 불참 속에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속도를 냈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 그리고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핵심은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던 낙하산 사장 임명을 원천적으로 막고, 정권이 방송을 장악해 언론을 입맛대로 재단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인 사회적 책임성,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미 21대 국회 말미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과 대동소이하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야당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3당이 공동대응하고 있고,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단체들도 함께 발맞추고 있으니 본회의 통과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당연히, 다시 한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히 예정됐다는 사실이다. 야3당이 재의요구 통과 요건인 국회 3분의2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안의 좌초 역시 명약관화다. 야당으로서는 정부 여당 내 양심세력의 선의에 기대 이탈표가 나오기를 바랄 수 있을 뿐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법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개혁 추진세력을 넓히기 위한 준비는 되었는가?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다, 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이는 결과적 성공의 난이도가 아니라 수행 방법의 난이도를 말하는 것이다.

혁명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행위다. 기득권 세력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대의명분을 졸가리로 꽉 움켜쥐고 있으면, 또 핵심 주체들이 그 대의명분으로 잘 뭉쳐서 대중들과 함께 근본적 이해관계의 전선을 확실하게 그으면, 나머지 숱한 고려 사항들은 자잘한 주변부로 치부할 수 있는 탓이다.

반면 개혁은 여러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의 다양한 고려 사항을 담아내야 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기득권의 질서와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쳐서도 곤란하다. 개혁은 지금까지 진행된 사회 발전의 방향 자체를 수정하기보다 보충적 행위로 진행되는 것임을 뜻한다. 거기에 기존의 법과 제도, 질서와 관행 등을 모두 지키고 고려해 가면서 늘 그 추진 세력의 선의와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대중을 설득해가 면서 해야 한다. 개혁의 길이 지난하지 않을 수 없다. 필연적으로 세상의 모든 개혁은 늘 미완의 개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세상은 그 어렵다는 개혁으로, 수많은 미완의 개혁으로 비틀거리며 여기까지 왔다. '손쉬운' 혁명으로 만들어진 사회는 아니라는 얘기다. 개혁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선을 더욱 넓게, 더욱 크게, 더욱 촘촘하게 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진세력이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과 '윈-윈'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방송3법 통과의 마지막 카드, 국민 마음을 얻는 방법
 

2023년 12월 1일 언론노조가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시대착오적 탄압과 방송장악의 야욕을 버리지 않겠다면, 일각의 주저함 없이 윤석열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타도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권우성

 
다시 방송3법 얘기로 돌아가 보자. 방송3법은 분명히 언론개혁의 일환이다. 그 언론개혁에서 마지막 한 조각을 갖지 못한 야당이 기댈 곳은 기실 국민 여론뿐이다.

실제로 현재 윤석열 정부가 KBS, MBC 등 방송사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의 강도를 높일 뿐 아니라 방송통신위, 방송통신심의위, 선거방송심의위 등을 철저히 권력기구화해서 막무가내식으로 무도하게 저지르고 있는 방송 장악의 실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야당으로서는 이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공유하며 그 부당함에 함께 분노하고, 방송3법 통과의 정당성에 함께 힘을 실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 국민 여론의 힘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론의 우위에 선다는 것 자체가 방송3법 통과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 그리고 김씨의 뇌물 수수 의혹을 비롯해 채상병 특검 등 여론의 혹독한 비판과 압도적 요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례들을 수없이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국민 여론의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을 리는 없다. 폭과 깊이를 더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지간한 압박으로는 표결 등 직접적인 행동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어렵다. 그들에게는 정치적 이해타산, 개개인의 사법적 리스크 등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

야당으로서는 21대 국회 말미처럼 여당 의원을 대의명분만을 앞세워 윽박지르듯 다그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합리적이고 상식을 가진 여당 의원들에게 정치적 이익과 대의명분 등 실리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 확대된 이익의 공유는 개혁의 성공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방송3법, 방송통신위법 등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몸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미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우리 사회의 여론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인 데다 대다수의 뉴스 소비는 주로 뉴스포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여론 중간 층위에 있는 다수 역시 이러한 이슈에 무관심하다. 민주당이 믿고 기대야 할 마지막 조각의 현실이다. 현재 권력에 장악된 방송의 현실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욱 입체적이고 더욱 치밀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행동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비슷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이미 상정됐음에도 외면하고 지연시켰던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과다. 이를 선행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언론개혁은, 몹시 억울하겠지만 '내로남불'이라는 뻔하디뻔한 비판에 시달려야 한다.

대신 이를 선행한다면 야3당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이며, 국민들이 야당의 의도에 대한 진심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방송3법 통과의 전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 장악 의도는 더욱 처절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다. 언론개혁의 성공 가능성 또한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필자소개 :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다수 기자는 지극히 개별 파편화, 월급쟁이화 했고, 그들이 속한 매체들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성과 공공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 기업으로서 생존 자체에 매몰돼있는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언론은 공기와 같아 언론 고유의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 많은 부문에서 변화 발전의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만연화한 속 이성과 지성의 목소리, 합리와 상식의 입장을 두텁게 담아낼 수 있는 언론과 기자의 활동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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