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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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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023년 합계출산율이 0.6으로 유례없는 저출생과 인구 문제를 겪는 중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뽑을 수 있다. 이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 심화로 국가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전국 지역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28개 기초지자체(시·군·구) 중 118곳(51.8%)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산출한다.

가장 심각한 곳은 전남이다. 전체 22개 기초지자체 중 11개 지역이 고위험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진군의 인구문제는 심각하다. 강진군의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청년인구(19~45세)는 전체 인구 33,177명 중 6,790명으로 20.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강진군 칠량면에 거주 중인 박용복 씨(27·가명)는 지역 소멸 위험을 피부로 느끼는 청년 농업인이다. 박 씨는 도시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장미 화훼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박 씨는 "대전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두 지역을 오갈 때마다 괴리감이 심했다. 마치 다른 나라인 것 같은 느낌이다. 또 과거에 비해 지역 내 연령대가 상당히 높아져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마을에 젊은 사람이 1~2명 있으면 많은 편이며, 어린아이를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씨가 초등학교에 재학할 때는 한 반에 15~17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반에 3~4명밖에 안 된다며 지역 어린이와 청년이 부족한 실정을 설명했다.
  
 강진 주민들이 생활을 위해 가장 많이 방문하고, 가장 발달된 곳이다.
▲ 강진군 강진읍  강진 주민들이 생활을 위해 가장 많이 방문하고, 가장 발달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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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가 강진에 거주하면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생활 인프라 부족'이었다. "강진에 거주하면 문화생활에 있어서 영화, 뮤지컬, 공연, 쇼핑은 포기해야 합니다. 목포까지는 나가야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 강진 내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철 지난 영화 등을 상영해주는 아트홀 하나뿐이다. 백화점은 없고, 젊은 청년들이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곳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게 박 씨의 말이다. "병원이나 학교 기타 교육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작은 의원은 있지만, 큰 병원은 없어 진료를 받으려면 지역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가장 불편한 것은 교통이다. 강진읍과 면단위 교통은 전부 오후 6~7시가 막차다. 그마저 하루 차편이 6대 이하이며, 사실상 개인 차량이 없다면 큰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족한 문화와 기타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기차를 이용하려면 나주 혹은 광주까지 가야 한다. 박씨는 "교통이 불편하면 인구 유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 부족도 큰 문제다. 박씨는 "양·질적으로 모두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상업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양적인 일자리도 많이 부족하지만, 젊은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적인 일자리가 더욱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 강진군 내에는 큰 기업들이 없기 때문에 필수 관공서나 공공기관·공기업을 제외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보니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농촌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농촌 노동력의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지역 내 소규모 공장 역시도 마찬가지다. 2023년 상반기 현재 강진 인구 3만 1941명 중 외국인은 1122명으로 전체의 3.5%에 달한다. 미등록으로 농촌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강진군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업 18명, 어업 3명으로 총 21명이고, 2024년부터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제를 도입하여, 20명을 투입해 부족한 농촌 일손을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문제 때문에 강진군에서는 청년들의 유입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년문화복지카드 발급 (25만 원)', '청년 적금', '결혼축하지원금(200만 원)', '주거비 지원(월 20만 원 씩 12개월간 지급)'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강진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정책에 대해 모를 뿐만 아니라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박 씨는 특히 농업에 종사할 청년들에게 한 달에 약 100만 원씩 3년에 걸쳐 지원해주고, 최대 5억 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책지원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나 역시 귀농 후 이 정책에 수혜를 받고 있긴 합니다만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지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한 유인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농업을 하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청년들이 기꺼이 내려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농업 전기세를 올린다거나, FTA 체결에 농업을 희생양을 삼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농업 경제성을 깎는 이러한 정책 시행이 과연 청년들을 농업에 종사시키기 위한 정부의 목표와 과연 일치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선양규 전라남도 인구청년정책관은 "청년들이 현재 고용불안, 주거 불안정 등 여러 분야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지자체에서 다양한 인구정책을 발굴․추진하고 있지만 경제․교육․문화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지자체 인구유출은 막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인구 문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국가차원의 해법이 제시되어야 한다"며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빠른 시일 내 제정되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이 지속,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 정책관은 지난 2003년 5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 추진으로 소멸위기를 겪는 많은 지역이 인구 유입과 지방세수 증가 등 효과를 창출하였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실효성 있는 균형발전 정책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의 경우 전남․광주 공동혁신도시가 소재하고 있는 나주시 인구가 2013년(87,754명) 대비 32% 증가(116,398명/ 2022.4)하였으며, 한국전력을 비롯한 16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에너지밸리, 한국에너지공대 등 지역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지방소멸을 막고 지방의 인구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중앙정부의 과감한 혁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선 정책관의 주장이다.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인구'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도 1년에 10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살 만한 곳을 찾아 수도권으로 향한다. '서울공화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강진, #지역소멸, #지방소멸, #수도권집중,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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